[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현대그룹이 자구작업의 일환으로 내놓은 현대증권 매각 작업이 무산됐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증권 인수 절차를 밟아오던 오릭스PE(Private Equity)는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증권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오릭스PE는 “매도인인 현대상선과 지난 6월 18일자로 현대증권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대주주변경심사 등 인수를 위한 절차를 진행했지만 120일이 되는 ‘주식 인수거래종결 마감 시한(롱스톱데이트)’인 이번달 16일까지 거래를 종결하지 못했다”며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못한데다 제반 사정을 감안할 때 본건 거래를 계속 추진하는 것은 상당히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계약을 해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베즈와 현대그룹 간의 이면 계약과 파킹딜, 야쿠자 자금설 등이 부담이 됐고 금감원에서 파킹딜이 아니라고 해서 본사를 설득했지만 불안감을 종식시키기 어려웠다”며 “투자 금액 축소와 다른 투자자 참여를 고려했지만 현대그룹과, 산업은행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이 계약 해제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현대그룹은 지난 6월 일본계 금융자본 오릭스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인 오릭스PE(Private Equity)에 발행주식 총수의 22.56%(5338만410주)를 6475억원에 매각하는 지분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됐던 양측의 거래는 파킹딜(Parking Deal·일시적으로 지분을 맡기는 딜) 의혹, 일본계 자금의 국내 증권사인수에 대한 반감 등의 문제에 부딪히며 삐걱거렸다. 결국 지난 14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오릭스PE의 현대증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이후에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시간을 끌어온 오릭스는 이날 현대증권 인수와 관련된 논의를 진행한 끝에 계약해제를 결정했다. 오릭스PE와의 계약해제로 인해 현대그룹의 현대증권 매각도 길을 잃게 됐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는 만큼 앞으로 산업은행과 긴밀하게 협의하며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현대증권에 대한 매각 여부도 원점에서부터 따져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릭스PE가 떠나며 현대증권의 신임 대표이사 취임을 앞두고 있었던 김기범 전 대우증권 사장도 난처한 신세가 됐다. 사실상 현대증권 입성은 불가능하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오릭스와의 계약이 해제됨에 따라 오릭스가 임명했던 김 사장의 대표이사 취임도 함께 무산됐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