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퇴직연금을 수령하는 은퇴자의 86%가 노후자금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미래에셋증권 은퇴연구소가 고용노동부로부터 자료를 받아 조사한 결과 2분기 중 전체 퇴직연금 수령자의 86%가 연금을 노후 준비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퇴직연금을 일시 수령한 사람은 전체 대상자의 94%에 달한다.

이 가운데 다시 91.6%가 퇴직 연금을 노후 준비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5세 이상 퇴직 연금 수령자를 대상으로 환산하면 전체의 86%가 돈을 받아 노후 자금 이외의 목적에 쓰고 있는 셈이다.

연구소측에 따르면 이들은 퇴직연금은 주로 주택 마련 자금이나 은행 대출금 상환, 창업을 위한 사업자금 등에 쓰였다.

연구소 관계자는 “노후 생활을 위해 남겨놓아아 하는 퇴직연금을 당장 큰 돈이 필요한 곳에 쓰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들 세대의 은퇴 이후가 걱정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이는 가입기간 중 연금을 중도 인출하는 가입자가 절반 이상이고, 퇴직연금 운용 상품의 90% 이상이 예·적금과 별반 다름없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퇴직 시 실질적으로 손에 쥐게 되는 액수가 크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일시금이 아닌 연금으로 받기 위해 갖춰야 하는 자격 조건이 까다롭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류건식 보험연구원 고령화분석실장은 “우리나라는 법으로 퇴직연금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이면서 55세 이상인 가입자에게 지급하도록 돼 있다”며 “근로기간이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연금 전환이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올해 3월말 기준 퇴직연금 가입 근로자 1인당 적립금은 1937만원 수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35.3%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퇴직연금이 근로자들의 노후 보장 자금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 된다.

류 실장은 “그간 퇴직연금 제도를 보편화시키기 위해 가입할 수 있는 근로자를 확대해오긴 했지만 질적 성장은 뒤쳐져있다”며 “단순한 세금감면 혜택 외에 퇴직연금을 연금 방식으로 수령할 수 있는 유인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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