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체결로 국내 자동차업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한국이 쌓아놓은 자유무역협정(FTA) 선점 효과는 일본의 TPP 체결로 위기를 맞게 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본과 경쟁 강도가 높은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들의 가격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6일 체결된 TPP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은 일본산 자동차 부품 가운데 81~82%에 달하는 품목에 대해 2.5%의 수입 관세를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일본의 대미 수출 자동차 부품은 바퀴·안전벨트 등 100여개에 달한다. 일본의 대미 수출액은 연간 2조엔 규모에 달한다. 2.5% 관세가 철폐되면 일본 기업의 부담은 연간 약 500억엔 감소한다.

김태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이사는 “일본이 TPP로 관세 수혜를 입으면서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의 가격경쟁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국내 기업의 입장에서는 (TPP 협상 체결로) 이득을 보는 게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TPP 역내 국가인 미국이나 멕시코 등에 공장을 둔 부품 업체들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차는 미국 앨라배마와 조지아에 각각 연 30만대 생산 규모의 공장을 두고 있다. 공장 주변으로는 현대모비스와 현대하이스코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를 포함한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진출해 있다. 내년 초 양산을 목표로 한 기아차 멕시코 공장 인근에도 계열사·협력사가 입주할 예정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미국이나 멕시코 등에 진출해 있는 자동차 부품 업체의 경우 현지 생산 비중이 높아 심각한 영향이 없다”며 “TPP 협상 타결을 계기로 현지화 전략을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완성차 업계도 피해가 예상된다. 일본 자동차 부품 무관세는 완성차의 원가와 직결된다. 즉 일본 자동차 부품이 가격경쟁력을 갖게 되면 닛산, 마즈다 등 일본 직수입 자동차의 가격이 내려가게 된다. 미국이 주력시장인 현대·기아차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코트라 관계자는 “일본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 시 관세 철폐는 엔저로 호황을 누리는 일본 자동차 업계에 ‘가격경쟁력 제고’라는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라면서 “한국도 대응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TPP는 미국과 일본 외에 호주와 브루나이, 캐나다, 칠레, 말레이시아, 멕시코, 뉴질랜드,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 등 총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2기 회원국으로 합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한국이 TPP 회원국으로 가입 시 일본산 자동차 부품의 국내 유입이 많이 늘어날 수 있어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국내에서 일본에 자동차 부품을 수출할 경우 관세율이 0%이지만, 일본 제품이 국내에 수입될 때는 7% 관세율을 적용받는다. 향후 TPP가 체결되면 국내 부품 업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김 이사는 “한국이 TPP 회원국으로 가입하기 전에 일본과 추가 협상을 통해 국내 자동차 산업이 손실을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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