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은행권의 지형도를 바꿔놓게 될 국내 첫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이 올해 말로 다가왔다. 세계최고 수준인 인터넷 인프라를 바탕으로 고객을 맞게 될 인터넷은행은 영업점 위주인 기존 경쟁 방식을 근본부터 바꿔 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은행의 차별화 포인트는 가격경쟁력이다. 오프라인 점포가 없기 때문에 지점 설치와 운영 비용, 인건비 등이 들지 않는다. 줄어든 비용은 높은 예금이자와 낮은 대출 금리로 이어진다. 인터넷은행의 선두주자인 일본의 경우 예·적금 이자율이 기존 은행의 2~3배에 이르고, 이체 수수료는 절반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올해 안에 시범사업자 1~2곳이 선정된다. 도전장을 내민 주인공들은 ‘카카오뱅크 컨소시엄’과 ‘인터파크뱅크 그랜드 컨소시엄’·‘KT 컨소시엄’·‘500V 컨소시엄’ 등이다.

신청마감일인 10월 1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판세는 안갯속이다. 다만 안정적인 파트너를 확보한 카카오 컨소시엄과 인터파크 컨소시엄이 근소하나마 앞선 것으로 분석된다.

◆모바일·中企대출 노리는 ‘2강’

‘국민 메신저’를 앞세운 카카오 컨소시엄은 KB국민은행, 한국투자금융지주와 손을 잡았다. 5100만 국민의 72%인 3700만명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뱅크월렛카카오,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서비스를 운영해본 경험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카카오 컨소시엄의 사업모델은 모바일 특화에 방점이 찍혀있다.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에 다양한 다양한 서비스를 결합해 모바일 은행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파트너로 참여한 국민은행 역시 모바일뱅킹 1위라는 점에서 타깃 시장을 제대로 설정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다만 강점이 곧 결점이라는 반론도 있다. 익숙함과 안정성은 인허가권을 쥔 금융위원회가 밝힌 최대 평가기준인 ‘혁신성’과는 동떨어졌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지난 9일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시 적용할 주요 평가항목과 배점을 공개하면서 ‘사업계획의 혁신성’에 250점을 배정했다. 전체 1000점 가운데 4분의 1에 해당한다. 반면 ‘사업모델의 안정성’은 50점에 불과하다.

자신있게 공개한 파트너와의 화학적 결합도 뒤집어보면 순탄치만은 않다.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카카오는 인터넷은행 컨소시엄 구성을 위해 시중은행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독단적 행보를 보이며 잡음을 일으킨 것으로 전해진다.

시중은행 한 고위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은 인허가 통과여부”라면서 “사업모델이 아무리 좋아도 사업자로 선정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인터파크 컨소시엄에서는 쟁쟁한 파트너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동통신업계 1위인 SK텔레콤과 NHN엔터테인먼트, GS홈쇼핑, BGF리테일, 기업은행, NH투자증권, 현대해상화재보험, 웰컴저축은행 등이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시장을 타깃으으로 삼고 있다. 900여개의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과 거래하고 있는 인터파크의 B2B쇼핑몰 ‘아이마켓코리아’가 발판이 될 전망이다. 이를 ▲기업은행의 기업금융 노하우 ▲SKT의 이동통신가입자 ▲NHN의 간편결제 시스템 '페이코' 등으로 연결되는 네트워크로 묶어 대출 시장에 특화한다는 전략이다.

약점으로는 지분구조와 2금융권 파트너들의 효율성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인터파크 컨소시엄은 참여사들이 10% 이하의 지분을 나눠갖는 구조로 꾸려진다. 주도적 사업자가 없어 자칫 배가 산으로 가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금리 대출로 논란을 빚고 있는 웰컴저축은행의 도덕성도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위가 밝힌 평가항목 중 ‘은행주주로서의 적합성’에 100점이 부여돼 있고 ‘영업내용 및 방법의 적정성’과 ‘소비자보호체계의 적정성’ 등도 포함돼 있다”며 “주주구성계획이나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화 내세운 1중·1약

KT 컨소시엄은 계열사인 BC카드의 빅데이터와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사들을 결합해 ‘중금리 대출’이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KT가 보유한 방대한 비(非)재무정보와 BC카드의 재무정보 등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신용평가 모델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은행과 현대증권, 한화생명 등 금융사가 힘을 보태고 GS리테일, KG이니시스, KG모빌리언스, 다날, 포스코ICT, 이지웰페어, 얍(YAP), 8퍼센트, 인포바인 등이 참여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KT 컨소시엄은 중금리 대출시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 모델을 통해 1200만명 가량으로 추산되는 중금리 대출 수요자를 고객으로 끌이들인다는 전략이다. 중금리 대출은 특히 금융당국이 공을 들이고 있는 시장이라는 점에서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대어급 참가후보였던 교보생명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컨소시엄 구성이 늦어지는 바람에 사업계획에도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는 점이다. 교보생명은 KT컨소시엄 참여가 유력했으나 최근 심사숙고 끝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KT컨소시엄은 한화생명을 설득해 교보생명의 빈자리를 메워야 했다.

벤처기업 연합체인 500V 컨소시엄은 소상공인 단체와 손잡고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을 꾸렸다. 지난 8월 출범한 500V 컨소시엄은 소상공인 금융서비스 확충, 핀테크를 활용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을 모토로 내세웠다. 500V 컨소시엄은 당초 중소기업중앙회와 컨소시엄을 꾸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중기중앙회와의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소상공인연합회로 방향을 틀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