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대우증권 인수를 위한 업계의 치열한 두뇌싸움이 시작됐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10월 초 대우증권의 매각공고를 낼 방침인 가운데 증권업계 1위에 올라서기 위한 업체들의 물밑작전이 뜨겁다.

대우증권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자본총계가 4조2000억원에 이르는 업계 2위의 증권사다. 1위인 NH투자증권과 차이는 불과 1000억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대우증권의 새 주인이 결정되는 순간 업계의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언제 최대주주 됐나?

대우증권의 모태는 1970년 세워진 동양증권이다. 대우실업이 계열사로 편입한 뒤 삼보증권과 동양증권을 합병해 대우증권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외환위기 이전까지 증권업계 1위를 달리던 이 증권사는 1999년 대우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대우그룹 계열에서 분리됐다.

한국신용평가의 기업 신용도가 CCC까지 떨어졌던 대우증권은 산업은행이 최대주주가 되면서 한 숨돌리게 됐다. 산은은 2000년 5월 대우증권 실권주 3098만5853주를 인수하면서 지분 22.76%(3411만5853주)를 확보했고 대우증권의 신용도는 BB-로 두 단계 상승했다.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어졌다. 산은은 대우증권 도쿄지점을 폐쇄했고 대우체코리스, 조흥비나뱅크, 대우루마니아은행, 대우헝가리은행, 대우우즈벡은행 등 해외자회사를 매각했다. 대우증권은 2004년 9월 브로커리지 점유율 1위 탈환을 시작으로 리처치와 기업공개(IPO) 등에서도 다시 업계 선두를 달렸고, 2005년에는 증권사 시가 총액 1위에 다시 올라 섰다.

◆매각 추진

국책은행인 산은의 민영화가 추진되면서 대우증권은 KDB금융지주의 자회사로 남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산은의 민영화 실패로 분리됐던 정책금융공사와 합쳐지면서 금융자회사 매각 이슈가 다시 떠올랐다.

홍기택 산은 회장은 통합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대우증권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금융위원회는 “통합산은이 출범한 이상 구체적 이야기를 나눠야 할 때”라고 응답하며 속도가 붙었다.

산은은 올들어 현대증권을 오릭스에 매각하기로 하고, 대주주적격성 심사가 진행되자 곧바로 이사회를 열어 대우증권 매각을 결정했다. 삼일회계법인과 크레디트스위스가 매각 자문사로 선정됐고, 산은은 실사와 시장 분위기를 살핀 뒤 오는 10월 중 매각공고를 낼 방침이다.

이후 인수의향서 접수, 예비입찰과 예비실사, 본입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이 진행되면 올해 12월 말이나 내년 초면 매매계약이 맺어질 전망이다.

대우증권의 새 주인이 결정되는 시기는 홍기택 산은 회장의 임기와 겹친다. 홍 회장은 임기 중에 지식재산권(IP)의 담보화 정착을 위해 1000억원을 출자해 특허관리전문금융사(NPE)를 설립했다.

또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글로벌파트너쉽 펀드 조성으로 해외 벤처캐피탈의 투자 유치 환경도 마련하고,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의 장점을 반영한 새로운 기업 구조조정 방식인 ‘크레디터스 트랙’ 도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홍 회장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더 큰 현안에 묻혔다. 대우조선해양 부실 문제가 그동안의 모든 업적을 덮어버렸기 때문이다. 홍 회장이 마지막 매듭을 짓기 위해선 대우증권 매각 성공이 필수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넘는 국고를 확보하게 된다면 홍 회장에 대한 평가는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

◆누구 품에 안기나?

일단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대우증권을 인수를 위해 벌써부터 여러 업체가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는 만큼 흥행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은행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저금리 기조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은행과 다르게 증권사들은 흑자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해외 진출 역시 은행이 진출하는 것 보다 증권사가 장벽이 더 낮다는 평가다.

KB금융지주가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KB금융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내부적으로는 실무진의 인사교류가 있다는 말도 떠돌 정도다.

KB금융 관계자는 “매각일정이나 조건 등 구체적 내용이 나오지 않았지만 시장상황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매각관련 상황이 구체적으로 확정될 경우 본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미래에셋도 분주하게 움직인다. 2조5000억원의 자본금을 갖고있는 미래에셋은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1조원 이상의 자금을 마련했다. 유상증자로 미래에셋은 3조원을 넘는 자산을 갖췄다. 이는 시장이 예상하는 대우증권의 매각가를 웃도는 수치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유상증자로 3조7000억원 수준의 자본금을 확보한다”며 “이 규모라면 대우증권을 포함한 다양한 M&A 기회를 물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외에도 자금력에서는 밀리지 않는 신한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 시틱 등도 대우증권을 노리고 보험사 등에서도 군침을 흘리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마지막 남은 대형 증권사를 욕심내지 않을 금융사가 있을까 싶다”며 “내년 초까지 대우증권 때문에 M&A시장이 떠들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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