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한종해 기자] 폭스바겐의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세계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까지 감지되고 있다.

28일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폭스바겐에 대한 불신이 디젤차 판매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디젤 차량은 감소하고 이를 대신할 친환경 차 출시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폭스바겐의 스캔들로 ‘클린 디젤’이 무너졌고 디젤차 대한 불신도 쌓였다”며 “이번 사태로 인해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시대가 앞당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내를 제외하고 디젤차 점유율은 매년 내림세다. 유럽에서는 2000년 32.8%에서 2011년 56.1%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2년 55.6%, 2013년 53.8%, 2014년 53.6%로 감소했다.

프랑스도 2008년 77.3%를 찍을 정도로 디젤차 비중이 높았지만, 지난해 63.9%로 감소했다. 스페인은 2011년 70.3%에서 지난해 64.9%로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폭스바겐 조작 스캔들로 세계 시장에서의 디젤차 점유율 감소세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윤혁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저감장치 논란은 미국을 시작으로 다른 나라 확산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따라 클린 디젤의 친환경성에 대한 의심이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반 디젤차 정서가 확대되면 전기차가 주목받을 수 있다. 특히 세계 자동차 시장 1위는 중국은 가솔린차 규제 강화·보조금 혜택 등으로 전기차가 급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폭스바겐의 디젤 차량 배출가스 조작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향후 친환경 차 판매와 생산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친환경차 시장 선두대열 합류를 위해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이달 말 7인승 SUV 모델 X를 발표한다. IT 기업 애플도 전기차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2019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BMW는 3시리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PHEV) 모델을 내년 출시한다. 메르세데스-벤츠도 C·S 클래스의 PHEV 모델을 내년 초 선보일 계획이다.

국내 자동차 업체도 친환경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출시된 소나타와 K5에 PHEV 모델을 출시했으며 올해 안으로 해치백 기반의 하이브리드카를 선보일 계획이다. 또 현대차는 투싼ix에 이어 수소연료 전지차 차기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르노삼성과 한국GM도 전용 플랫폼 기반 순수전기차를 내년에 출시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이번 폭스바겐 사태로 각국 배출가스 규정이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며 “규정강화는 곧 자동차 업체에 비용적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결국 세계 시장에서 디젤차 생산과 수요가 줄어드는 등 자동차 시장에 패러다임의 변화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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