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더니…

[파이낸셜투데이=이한듬 기자] KT&G(사장 민영진)가 최근 자사주를 사들여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T&G는 지난 4월 20일 자사주 200만주를 매입키로 했다. KT&G는 이번 자사주 매입을 통해 최근 폭락하고 있는 주가를 안정시키고 주주가치를 극대화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KT&G의 주식 매입 속내가 다른데 있다고 지적한다. 2대주주였던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라자드에셋매니지먼트가 최근 KT&G의 지분을 늘리면서 경영권에 위협을 느낀데 따른 조치라는 것이다. 더구나 KT&G는 지난 2006년 ‘기업사냥꾼’으로 악명높은 미국의 칼 아이칸과 비슷한 양상으로 경영권 분쟁을 벌인 바 있어, 당시의 악몽이 재현될까 우려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민영진 KT&G 사장
KT&G, 오는 7월까지 순차적으로 자사주 200만주 매입 계획
경영권 방어 위한 사전포석 의혹 ‘솔솔’…사측 “주가부양 차원”

KT&G는 지난 4월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를 통해 자사주 200만주를 매입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취득예정금액은 1,084억원이며 오는 7월 20일까지 순차적으로 주식을 매입할 예정이다.

단순한 주가부양 목적?

KT&G는 공시에서 이번 자사주 매입의 목적에 대해 ‘주가의 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극대화’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KT&G의 주가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2008년 9월 초만 해도 9만 8,100원에 달했던 주가는 하락을 거듭하다가 KT&G가 자사주 매입의사를 밝히기 전인 지난 4월 15일에는 최저가인 5만 3,400원으로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외국인 지분율이 전체 지분의 절반을 넘는 KT&G로서는 외국인들의 지속적인 주가부양 요구를 무시할 수 없어 자사주 매입이라는 방법을 사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자사주 매입 발표이후 KT&G의 주가는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 5월 27일 기준 6만 6,30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은 최근 KT&G와 담배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던 외국업체들의 담뱃값 인상에 따른 일시적인 상승세라는 지적도 있다. 때문에 아직까지는 외국인 주주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경영권 방어 위한 포석?

그런데 일각에서는 KT&G의 이번 자사주 매입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KT&G가 자사주매입을 결정하기 한 달 전인 지난 3월 17일,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라자드에셋매니지먼트가 KT&G 지분 142만 4898주를 매입해 최대주주인 기업은행의 지분율(7.45%)에 육박하는 7.19%의 지분을 갖게 된 것이다.

더욱이 의결권은 라자드측이 오히려 기업은행보다 많아 언제든 KT&G에 경영참여를 요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이런 상황에서 주가가 계속 하락해 외국인 주주들을 실망시킬 경우, 이들이 언제든 KT&G의 경영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경영참여를 요구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KT&G는 지난 2006년 초 비슷한 사례를 한차례 경험한 전례가 있다. 당시 ‘기업사냥꾼’으로 불리던 미국의 칼 아이칸이 단순투자로 KT&G의 지분을 갖고 있던 프랭클린 뮤추얼과 손을 잡아 경영참여를 요구했던 것이다.

6개월 이상 진행됐던 이 분쟁은, 그러나 KT&G가 국민연금, 기업은행 등 국내 토종 기업들을 백기사로 끌어들여 우호세력을 확보하면서 KT&G의 승리로 일단락 됐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아이칸과의 경영권 분쟁을 한차례 겪었던 KT&G가 과거의 악몽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 사전에 위험을 차단하는 차원에서 자사주를 매입했다는 분석은 설득력이 높다.

KT&G “경영권 방어와는 상관 없다”

하지만 KT&G는 이번 자사주 매입은 경영권 방어와는 전혀 연관 없는 사안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KT&G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주가가 많이 떨어져 어디까지나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차원에서 진행된 일”이라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매입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KT&G의 자사주 매입 목적이 경영권 방어에 있다는 데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향후 KT&G가 추가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해 더욱 안정적인 경영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KT&G 관계자는 “추가 지분 매입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이와 관련된 사항은 현재까지 논의된 적도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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