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타이어 업계가 노사갈등까지 겹치면서 진통을 겪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 졸업 8개월 만에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17일부터 22일째 장기파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사측은 지난 6일 직장폐쇄 카드를 꺼내 들었다. 현재 금호타이어 생산라인은 올스톱 상태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5월 27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16차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하지만 임금인상률과 성과급, 임금피크제 등에 대해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사측은 지난 5일 최종협상에서 추가 임금 인상률을 3.0%에서 4.6%로 올렸다. 임금피크제 시행시기도 1년 유예하되 임금피크제 합의를 전제로 1인당 격려금 300만원을 올해 안에 지급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1인당 150만원의 성과급을 미리 지급할 것을 추가로 요구했다.

사측은 “올해 실적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미리 성과급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맞섰다.

올해 2분기 금호타이어 실적은 ‘절망’에 가까운 수치를 보였다. 중국산 저가 타이어 공세와 엔화·유로화 약세로 매출(7845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감소했으며 영업이익(553억원)은 반토막(51.1% 감소) 났다. 노조의 장기파업으로 매출 손실도 1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노조 측이 사측의 경영 실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관계자는 “금호타이어가 타이어 3사 중 실적은 가장 좋지 않지만, 연봉은 업계 최고 수준”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노사가 힘을 합쳐 회사 위기를 극복하는 게 우선인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지난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에서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을 졸업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임금 인상으로 파업에 들어간 건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타이어도 1962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임금인상 폭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바람에 파업위기를 맞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6.7% 인상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1% 정도를 제시했다. 결국,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통해 86.3%의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지난달 27일 진행된 협상에서는 ▲생산기능직 기본급 3.94% 인상(정률 2.9%, 정액 1.04%), 사무기술직 인상률 반영해 개인별 차등 적용 ▲정기상여금 600% 통상임금화 ▲옛 월차 폐지 및 연차 현행법 적용 ▲25년 이상 근무자에 근속수당 신설(기존 월 11만→13만원) 등으로 합의를 봤지만, 조합원들의 반발로 노조 집행부가 총사퇴하면서 무효가 됐다.

이후 진행된 노사 최종안에서는 생산기능직 기본급 인상 폭을 3.94%에서 5.8%로 높였다. 월차 폐지 및 연차 현행법 적용도 월차 기본급을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정기상여금 600% 통상임금화는 이번 잠정 합의안에서 빠졌다.

현대·기아차그룹 노조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 상반기 중국 로컬브랜드 약진과 모델 노후화, 엔저를 활용한 일본업체들의 공세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 결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1%, 22.8% 감소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 15만9900원(기본급 대비 7.84%·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완전고용보장 합의서 체결 ▲정년 65세 연장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측이 경영환경 악화를 이유로 과도한 임금인상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자 노조 측은 2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냈다. 조정 기간(10일) 내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파업에 들어가게 된다.

현대·기아차와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등 현대기아차그룹사 18개 노조대표는 7일 현대차 울산공장 노조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피크제 도입 중단 ▲통상임금 정상화 ▲자율교섭권 보장 등을 촉구하기도 했다.

노조연대는 향후 10만 조합원 상경투쟁은 물론 한전부지 매입 책임 등을 물어 최고경영진 퇴진 투쟁도 벌인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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