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저유가 기조에 항공과 해운, 물류업계는 호재를 맞았다.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 증후군) 여파로 2분기 매출이 주춤하긴 했지만 저유가에 따른 원가 부담 감소로 수익을 확대했다고 8일 밝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상반기 중 매출 감소에도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59억원, 147억원 증가한 1873억원과 15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제주항공이 상반기 중 307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 누적결손을 모두 해소하는 등 저가항공사(LCC)들도 흑자 행진을 거듭했다.

항공사들의 실적은 유가 수준에 따라 좌우된다. 저유가 현상이 상당 기간 지속하면서 항공사의 비용은 주어들었고, 수익성은 그만큼 강화됐다.

메리츠종합금융증권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항공유가 1달러 하락하면 연간 352억원의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 동부증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저유가 기조로 대한항공 영업비용 중 연료유류비 비중은 40%대에서 올 2분기에는 29%까지 떨어졌다. 아시아나항공 등 다른 회사도 연료유류비 비중이 대폭 감소했다.

메르스로 인한 항공 수요 감소가 회복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저유가 기조가 이어질 경우 3분기도 실적 호조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항공기업계 관계자는 “유류비 하락에 따른 고정비용 절감은 물론 항공권 가격이 낮아지면서 항공 수요가 증가하는 면도 있다”며 “저유가가 지속하면 3분기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했다.

해운·물류업계에도 국제유가 하락은 호재로 작용했다. 현대상선은 지난 1분기 전통적인 비수기임에도 저유가에 힘입어 2010년 1분기 이후 5년만에 1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한진해운은 2분기 영업이익 592억원을 달성, 2014년 2분기 이후 5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B2B 성향이 강한 해운·물류업계로서는 저유가가 운임 인하 원인으로도 작용한다.

해운업계는 세계적인 경기 부진과 선박 공급 과잉, 저유가 기조가 맞물려 운임 하락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컨테이너 대표지수 중 하나인 상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7월24일 548.8p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유가로 연료비가 감소했지만 운임도 낮아졌다”며 “운임을 올리고 싶어하는 컨테이너선사들이 일부 노선 감축 등을 통해 기본 운임 상승을 시도했지만 1~2주만에 다시 저점으로 회복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물류업계는 저유가에 힘입어 상당한 원가 절감 효과를 얻고 있다. 한 대형 물류업체 관계자는 "저유가로 원가 부담이 상당히 줄어들었다"며 "최소한 15~20% 가량 비용이 절감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CJ대한통운의 경우 상반기 영업이익이 38.5%(257억 원) 증가하기도 했다.

물류업계는 대형 화주의 경우 유가의 변동에 따라 단가를 조정하는 유가 연동제로 계약하기 때문에 저유가는 화주로부터 운임 인하 압박을 받는 빌미가 되고 있다.

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운송업체 대부분이 유가 연동제로 계약한다”며 “유가 하락이 단기간이면 일시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장기화되면 단가를 낮춰야 하기 때문에 비용 절감 효과가 그리 크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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