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가계부채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 개인 신용대출이 한달새 1조5000억원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농협·하나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의 8월 신용대출 잔액은 77조2155억원으로 전월(75조6546억원)에 비해 1조5609억원 늘었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16조9382억원으로 7월(16조4247억원)에 비해 5135억원이 늘어나면서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이어 신한은행이 4198억원 늘어난 18조7350억원, 우리은행이 2959억원 증가한 16조5588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농협은행과 하나은행도 2469억, 848억원씩 증가했다.

신용대출 증가세는 최근들어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은행권 신용대출을 비롯해 마이너스 통장 대출 등까지 포함하는 기타대출 잔액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감소세를 그렸으나 지난 4월 5000억원 가량 늘더니 5월 1조원, 6월 1조3000억원 7월 9000억원씩 증가했다. 3개월째 1조원 안팎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기타대출은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나머지 종류의 대출을 말한다.

이에 따라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총 1조8000억원이 늘어나면서 이미 지난해 연간 증가액인 1조9000억원에 육박한 상황이다. 비슷한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올해 연간 증가액은 3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 신용대출이 늘어나는 것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대출이자 부담이 크게 줄어든데다 경기가 부진한 탓에 빚을 내는 가계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용대출 증가 흐름은 올 1분기에 회복 조짐을 보이던 소비가 2분기 들어 메르스 충격으로 다시 꺾이면서 경기부진이 심해진 것과 궤를 같이한다. 월세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점도 저소득 가구를 중심으로 신용대출이 늘어난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과 8월 들어 국내 경기가 메르스 충격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회복중인데, 여전히 신용대출이 증가세가 이어지는 건 계절적 특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달은 여름 휴가철이라 자금 수요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은행권 신용대출은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 대출에 비해 신용등급이 높은 고객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비교적 ‘안전한 대출’에 속한다. 하지만 신용대출 자체가 주로 여유자금이 없는 가계에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금리 인상시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등 위기에 취약할 수 있다는게 문제다.

은행권 신용대출이 늘면서 연체율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7월말 국내은행의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 신용대출 등의 연체율은 0.67%로 전월말(0.61%) 대비 0.06%포인트 상승했다. 같은달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인 0.35%보다 2배 가량 높은 셈이다.

김진성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주로 저소득, 저자산, 월세에 사는 가구에서 일반 신용대출과 부동산외담보대출 등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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