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B2B 구매자금대출의 허점을 노린 범죄로 신용보증기금에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관련 제도개선를 적극 개선해야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형사5부장 손준성)은 전날 신용보증기금에서 B2B 대출보증을 받은 후 가장 거래를 통해 시중 은행으로부터 대출금을 반복 편취한 중소기업 대표 등 관계자 124명을 특경법상 사기 혐의 등으로 입건, 105명을 기소(26명 구속·79명 불구속)했다.

이번에 적발된 50개 기업은 지난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총 1437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로 인한 신용보증기금 손실액은 475억원에 이른다.

검찰 조사결과 최근 6년간 B2B(Business to Business) 구매자금대출 보증으로 약 6142억원의 신용보증기금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B2B 구매자금대출’이란 물품 구매기업과 판매기업 간 물품 거래시 구매기업이 신용보증기금 보증 하에 은행 대출금으로 물품대금을 지급하고 3~6개월 후 대출 은행에 대출금을 갚는 제도다.

이 대출의 보증 한도액은 70억원으로 일반대출(30억원) 보다 2.3배 높다. 보증료도 보증금액의 0.1%(통상 0.5~3.0%)로 낮고, 세액공제와 금리를 인하(0.3~0.5% 추가 우대)해주는 등 혜택이 많다. 자금 사정이 어려운 기업 입장에서는 보증 한도 제한으로 일반 보증에 의한 대출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보증 한도를 높여 B2B 구매자금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은 구매기업과 판매기업 간 거래정보를 인터넷 사이트에 개설된 중개업체(e-MP) 사이트에 입력하는 방법으로 손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이를 통해 B2B 구매자금대출은 구매기업과 판매기업이 서로 공모해 허위 계약서·전자세금계산서 등 가장 거래 정보를 입력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출금을 쉽게 편취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났다.

경기도 소재 케이블 제조업체 대표 이모(62)씨는 지인 명의로 설립한 일명 ‘페이퍼컴퍼니’의 판매통장을 관리하면서 이 회사와 기존에 발행된 전자세금계산서를 중복 사용해 마치 새로운 거래를 하는 것으로 위장하는 방법으로 5억원 편취하기도 했다.

B2B 구매자금대출은 ‘구매기업이 e-MP사 인터넷 사이트 접속→세금계산서 번호 등 거래 정보 입력→신용보증기금 게이트웨이를 거쳐 대출은행에 전달→은행 심사 후 대출 승인→은행이 판매기업에 대출금 지급→판매기업이 대출금을 구매기업에게 반환’하는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부실사고 등으로 대출금 미변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신용보증기금이 은행에 우선 변제(80~90%)한다.

문제는 이 손실금을 대부분 회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 6년간 B2B 구매자금대출 보증 건수 1만9039건 중 13.2%에 해당하는 2526건의 부실이 발생했다. 신용보증기금이 은행에 대신 갚아 준 7365억원 중 83.3%인 6142억원이 회수되지 않았다. 앞서 지난 2009년부터 2011년 3월까지 신용보증기금의 보증 하에 B2B 구매자금을 대출 받은 수개 업체에 대한 표본조사 감사원 감사 결과 200여억원 상당의 부실 대출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감사원은 지난 2011년 12월 금융감독원 등에 감사 결과를 통보하면서 ▲B2B 대출 감독 업무 철저 ▲실제 상거래가 의심되는 부당 대출 여부 점검 강화 ▲부적격 대출에 대한 시중은행의 자체 검사 강화 등 개선 방안 마련을 권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범죄는 줄지 않고 있어 특단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용보증기금은 자체적으로 ‘이상거래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지만 검찰 수사 결과 사기 대출을 미연에 방지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기 대출의 대부분이 부실 판매기업(페이퍼컴퍼니 또는 실적 없는 계열사 등)을 이용한 범행임에도 신용보증기금에서는 판매기업 등록시 사업자등록번호만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 판매기업에 대한 매출 규모 등 세부정보를 등록하도록 의무화하고 이상 거래 징후 발견시 현장심사를 통해 허위 대출 여부를 직접 확인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융감독원의 시중 은행 B2B 대출에 대한 감독 업무를 보다 강화하기 위해 은행 자체의 점검 프로세스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시중 은행이 자체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혐의 거래 감지 시스템상 발견한 이상거래 내역 중 일정 횟수 이상 중복 체크되는 내역 및 조치상황을 금융감독원에 보고하도록 규칙을 제정하는 방안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서부지검은 ▲신용보증기금 및 각 대출은행이 국세청으로부터 전자세금계산서 발행 진위 및 취소 여부 관련 자료 제공 ▲e-MP사의 전자세금계산서 스크린 스크래핑 의무화 등 제도개선 방안을 국무총리실 부패척결추진단·법무부·대검찰청에 건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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