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눈물’ 방산기업 ‘방긋’

[파이낸셜투데이=김용진 기자] 북한의 지뢰도발 사건이 발생한 8월 4일부터 남북 간 극적 협상이 타결된 8월 25일까지 한반도 정세는 ‘외줄 타기’를 보는 듯 했다. 국민들은 불안감에 휘싸였고, 정치권에서는 대북 정책에 대한 설전이 이어졌다. 그러는 동안 한국 경제도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주식 가치는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하다. 전쟁과 같은 국가 위기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대부분의 기업들의 주가는 폭락하고, 투자는 경색된다. 특히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는 기업들은 생과 사를 넘나든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주가는 북한 도발 전과 후, 협상 타결에 이르는 시간 동안 등락을 반복했다.

◆남북 긴장감 고조

지난 8월 4일 경기도 파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 작전 중이던 우리 군이 지뢰 폭발에 휘말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후폭풍은 컸다. 육군 1사단 소속 부사관 2명이 한 쪽 다리를 잃는 등의 중상을 입었다.

국방부의 선택은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였다. 이에 북한은 확성기 철거를 요구하며 이를 수용하지 않을 시 무력 응징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실제로 8월 20일 북한은 군사분계선 남측에 14.5㎜ 고사포 1발, 76.2㎜ 직사포 3발을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우리 군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군사분계선 북쪽 500m 부근에 155㎜ 자주포 29발을 대응 포격하고 전군에 최고수준 경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다. 북한은 ‘전선지대에 준전시상태’ 선포로 맞섰다. 남북의 긴장상태가 최고조에 달했을 무렵, 남북한은 화해의 물꼬를 텄다. 지뢰도발 18일 만인 8월 22일, 양국은 고위 당국자 접촉 회의를 개최했다. 의견 차이로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던 협상에 걸린 시각은 약 33시간. 북측은 ‘유감’을 표명했고, 남측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로 했다.

급변하던 한반도 정세는 안정세를 되찾아 가고 있다. 정부는 이산가족상봉을 추진 중이고, 주가 역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8월 21일 필수적인 인원을 제외하고 출·입경이 제한됐던 개성공단도 정상화 됐다.

2000만평 규모의 개성공단에는 130여개의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2000년 현대아산과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사이에 개발합의서가 체결된 이후, 2004년 12월부터 개성공단에서 처음으로 제품생산이 시작됐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에는 섬유업이 가장 많고 화학과 기계·금속, 전기·전자, 식품, 종이·목재 등 노동집약 업종이 대부분이다.

국내 증권가 뒤흔든 ‘북한 지뢰도발’
기업 주가 급상승 급락 ‘롤러코스터’

대표적인 개성공단 입주기업으로는 ‘㈜신원에벤에셀’과 ‘㈜에스엔지개성공장’ ‘㈜인디에프개성’ ‘㈜좋은사람들 개성1공장’ ‘태광산업㈜개성’ ‘㈜로만손 개성공장’ ‘쿠쿠전자㈜’ ‘재영솔루텍’ ‘개성자화전자㈜’ 등이 있다.

신원에벤에셀은 국내 정상급 패션브랜드들을 전개하는 신원의 계열사다. 신원은 2005년 2월신원에벤에셀을 설립하면서 개성공단에 진출했다. 에스엔지는 양복 전문생산 토착기업이다. 자체 브랜드로는 ‘베르워모’가 있고 ‘로가디스’ 등 남성 양복을 OEM 생산한다. 2008년 개성공단에 입주했으며 정기섭 에스엔지 대표는 지난해 3월 개성공단기업협회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인디에프는 ‘조이너스’와 ‘꼼빠니아’ 등 국내 여성 브랜드와 남성복 브랜드인 ‘트루젠’ 등을 운영하고 있다. 개성공단에는 2008년 공장을 준공을 통해 연을 맺었다. 좋은사람들은 국내 대표 속옷 브랜드 ‘보디가드’를 운영하는 회사다. 2005년 9월 개성공단 입주업체로 선정됐다.

태광그룹 계열사 태광산업은 2009년 개성공단에 태광산업㈜개성을 입주시킨 뒤 화학 방적사 등을 생산하고 있다. 액세서리 ‘제이에스니타’와 시계 ‘로만손’으로 유명한 로만손은 2005년 9월 개성공업지구에 로만손 공장을 준공하고, 그 해부터 생산을 개시했다.

밥솥업계 국내 시장 1위 쿠쿠전자는 2004년 6월 개성공단에 첫 입주한 15개 기업 중 하나다. 쿠쿠전자는 개성공단 입주 후 매년 연평균 10%대의 성장세를 기록, 지난해 기업을 상장했다.

재영솔루텍은 정보통신과 관련 부품생산 전문 업체다. 2005년 개성법인 설립 이후 카메라모듈과 자동차부품, 금형부품, 렌즈 등을 생산하고 있다. 자화전자는 정밀전자부품, 소재산업 관련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2007년 개성공단에 공장을 열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8월 3일, 21일, 26일 주가는 대부분 급락 후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뢰 폭발 사고 하루 전인 3일 로만손은 1만4350원에 마감했으나 남북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21일 종가는 1만400원으로 급락했다. 협상 타결 하루 뒤인 26일에는 1만2650원으로 약간의 회복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인디에프는 2450원에서 1860원으로 떨어졌다가 1960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좋은사람들은 2365원에서 1630원으로 급락했다가 1910원으로 상승했다. 쿠쿠전자도 29만9500원에서 26만4000원으로 하락했고 다시 27만원 상승했다. 재영솔루텍은 1695원에서 1320원으로 하락한 이후 다시 1925원으로 반등했다. 자화전자는 1만1450원에서 9760원으로 하락했고 다시 1만400원으로 상승했다.

◆불안한 개성공단

반면 대표적 방산 테마주인 ‘빅텍’과 ‘휴니드 테크놀러지스’ ‘퍼스텍’ ‘스페코’는 반대 행보를 보였다. 유무선 통신기기를 제조하는 빅텍의 주가는 3일 1876원에서 21일 2615원으로 급등했고, 26일에는 1785원으로 급락 했다. 감시 제어시스템 개발업체인 휴니드도 같은기간 9010원에서 1만500원으로 상승했다가 9300원으로 하락했다. 유도·지상·해상무기 등을 개발하는 퍼스텍은 3675원에서 3710원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26일 3085원으로 3일 종가 보다 더 낮아졌다. 아스팔트 플랜트 제조업체인 스페코는 4065원에서 4795원으로 상승했고, 이후 3680원으로 떨어졌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방산 기업’
대한항공은 ‘전투기’ 기아차는 ‘전술차’


대한항공과 기아자동차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국내 대표 기업 중 하나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국가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방산 기업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북한의 도발로 국가 안보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지금, 어느 정도 알려진 방산기업과, 그리 알려지지 않은 방산기업을 정리해 봤다.

국내 대표적인 방산기업으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현대로템, LIG넥스원, 두산DST, 한화테크윈, 풍산, 유콘시스템, 한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중공업 등이 있다. 대한항공과 기아자동차도 방산 기업 중 하나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한국의 유일한 항공기 체계 종합업체다. 2000년 방산업체로 지정됐으며 항공기 완제품과 부품을 제조·판매하는 사업을 영위한다.

현대로템은 국내 유일의 전차 제작 기업으로서 1984년 최초의 전차인 K1 전차 개발을 필두로 2008년 K2 전차 개발, 지속적인 양산을 하며 국방전력화와 연계해 독점적으로 전차를 납품하고 있다.

LIG넥스원은 첨단무기체계의 개발 및 연구 사업을 하고 있다. 유도무기와 감시정찰, 지휘통제통신, 항공전자, 전자전, 무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육해공 전 분야의 무기체계에 대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두산DST는 한국의 기동무기 및 대공·유도무기 체계 분야를 대표한다. 1977년 육상용 발칸포 양산을 시작으로 1990년대 전투장갑차와 미사일을 개발했다. 한국의 대표 장갑차이자 수륙양용차인 K21보병전투차량이 두산DST에서 개발됐다.

한화테크윈은 자주포와 상륙돌격장갑차, 탄약운반차 등을 생산하고 있다. 미사일 추진기관 시제 생산을 시작으로 1995년 F-16전투기를 국내 최초로 생산했으며, 1998년에는 국산 자주포를 독자적으로 개발해 출시하기도 했다. 2008년 K-55자주포 성능개량 사업 및 K-55자주포용 탄약운반 장갑차 체계개발 업체로 선정되면서 사업에 탄력을 받았다. 이번 북한 지뢰도발 당시 북 측에 대응사격을 하는 데 이용된 K9자주포가 한화테크윈의 작품이다.

풍산은 탄약의 대량생산과 국산화를 이룩한 기업이다. 군용탄과 첨단지능 탄약 개발 등 탄약과 포탄, 추진화학, 탄약 부문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

유콘시스템은 방산 테마주로 분류되는 퍼스텍의 자회사로 무인항공기 장비의 국산화를 이뤄낸 기업이다. 군사용 무인항공체계를 공급하고 있으며 대형 무인항공기의 핵심 통제장비 개발업체로 선정됐다. 현재는 공격용 무인 항공기 ‘드론킬러’을 개발,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한국화약’을 뜻하는 한화는 유도무기·탄약·무인체계, 우주사업 등을 전개하고 있다. 2003년 지대지 유도무기 체계업체로 지정됐으며 2009년에는 육군 주요 화력무기체계인 ‘천무’ 개발 업체로 선정됐다.

현대중공업은 특수선 사업부를 통해 이지스 구축함과 잠수함 등을 구축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잠수함과 구축함, 전투함 등을 생산한다. 국산 1호 전투함인 ‘이천함’과 한국 최초 구축함인 ‘광개토대왕함’, 지난해 생산된 중형잠수함 ‘장보고-III’가 대표적이다. STX중공업은 군함이나 전투함 등에 이용되는 방위산업용엔진을 제작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1975년 방위산업체로 지정된 이래 연간 3000여대의 군용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2012년 방위사업청과 차세대 군 소형 전술차량 개발 및 보급을 위한 정식 계약을 체결했으며 2016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전술 차량을 실전에 배치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군용항공기의 정비, 성능 개량 및 항공기 개발 사업을 하고 있다. 국군뿐만 아니라 미군의 F-15 전투기 및 헬리콥터 정비 작업과 기체 보강 및 전자장비 교체 등 각종 전투기 및 헬기에 대한 성능 개량 및 정비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또 고성능 근접감시 무인기 개발 사업과 무인기 통합시뮬레이터 개발 사업도 실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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