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원윤희 기자]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은 토마스 맬서스와 데이비드 리카도, 애덤 스미스 등 저명한 경제학자 10명을 법정에서 공방 형식으로 다뤄 그들이 구축한 이론을 보다 알기 쉽게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은 경제학자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오만’에 주목한다. 법정에서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모습을 통해 그들이 과연 완벽하고 이론에 오류가 없는 것인지를 살펴보자는 것이다.

업적과 회한

최근 자본주의에 대한 논란이 많다. 누구는 오만해진 자본주의를 욕하고, 그러한 자본주의를 만든 경제학자들을 손가락질한다. 경제학 이론을 자연과학처럼 무 자르듯 정리하거나, 모든 상황에 다 적용할 수는 없기에 각 경제학파가 오만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어쩌면 경제학에 대한 오만과 편견은 피해갈 수 없는 현대 사회의 매우 중요한 ‘이슈’다.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봄직한 유명한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단순히 소개하는 것부터 나아가 깊게 생각해보게끔 한다. 그들은 왜 그렇게 주장했으며, 자신의 이론에 절대적 옮음을 주장하는 것인가. 이들에 대한 최종 판단은 공방을 지켜보는 독자만이 내릴 수 있다.

10명의 경제학자들에게 내려진 죄목은 다양하다. ‘인구론’에 대한 예언이 빗나감으로써 비난을 받은 토마스 맬서스, 그의 후손들이 나서 비판론자들을 ‘사자명예훼손죄’로 기소한다. 또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애덤 스미스는 그의 책 ‘국부론’에 단 한 번 등장하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인해 ‘시장만능주의자’라는 오해를 받고 ‘금융위기방임죄’로 기소된다. 한편 평등주의를 대표하는 경제학자인 카알 맑스는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국가전복 음모죄’로 기소된다. 이들의 기발한 죄목들은 현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설득력 있다. 법정 공방을 펼치는 인물들 역시 경제학자를 비롯해 철학자, 심리학자, 사회학자까지 다양해서 그 논박의 범위와 깊이는 갈수록 열띤 양상을 보인다. 이와 더불어 독자들이 책을 읽는 동안 마치 법정에서 배심원으로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법정 드라마 형식으로 구성한 이야기를 따라가면 어느새 10명의 경제학자와 함께 인구와 식량, 에너지, 세계화의 명암, 시장실패 및 정부실패, 복지, 기업가 정신, 과시적 소비, 자본주의의 생산체제, 재정과 통화정책, 인플레이션과 실업, 여기에 최근 부각되고 있는 결혼 경제학처럼 재미있는 주제들을 접할 수 있다.

애덤 스미스부터 게리 베커까지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속에 담긴 열띤 논쟁을 따라가 보자. 어느새 우리는 이 시대에서 직면한 경제문제들에 대해 차근차근 되돌아보거나, 혹은 좀 더 구체적인 대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손에 쥔 자만이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을 사면할 수 있다.

출판사: 책밭
글쓴이: 조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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