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넷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놓고 딜레마에 빠지게됐다. ‘중국발(發) 쇼크’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의 경제지표는 비교적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31일 세계 금융시장에 따르면 당초 시장에서는 연내 미 금리인상은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보고,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연설이 예정된 9월과 12월 FOMC 중 시기적으로 좀 더 빠른 9월 인상 가능성을 유력하게 봤다.

옐런 의장이 수차례 연내 금리인상을 언급한 상황에서 연준이 2분기 이후 지속적으로 경기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보낸 만큼 시기상 늦춰질 이유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기습적 위안화 평가절하로 본격화된 중국발 쇼크로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면서 9월 금리인상 전망은 힘을 잃어가고 있다. 전세계의 금융시장 동향을 무시할 수 없는 미 연준의 입장에서는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중국 증시는 최근 두 달 사이에 지난 6월 고점 대비 40% 가까이 급락했다. 중국 경기둔화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주변 신흥국들의 자본이탈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그런데 미 연준이 금리를 올리게 되면 신흥국의 경제 불안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이머징마켓 연구원은 “올해 들어 각 신흥국 정부의 경기부양 조치에도 실물 경기는 부진한 상황”이라며 “미 금리인상을 앞둔 금융시장의 불안이 주요 신흥국 경기에 비우호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옐런 의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장의 발언은 꺼져가고 있는 9월 인상론에 찬물을 끼얹었다.

더들리는 “국제 경제 상황으로 수많은 신흥국 시장 경제가 겪고 있는 압박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9월 FOMC 회의에서 정상화 과정을 결정하는 것은 몇주 전보다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사실상 9월 인상 가능성을 부인했다.

더들리에 따르면 신흥국 경제 불안이 세계 경제성장 둔화와 미국의 상품, 서비스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깜짝’ 성장을 기록한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지표는 연준의 고민을 더욱 깊어지게 만들었다.

미 상무부의 지난 27일(현지시간) 발표에 따르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 3.7%로 수정 집계됐다. 초기 추정치인 2.3%를 1%포인트 이상 웃돈 것으로 지난 1분기(0.6%) 성장률보다 큰 폭으로 올라간 수치다.

연준이 금리정책을 펼 때 중요하게 여기는 고용시장도 연준이 추구하는 목표대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7월 실업률은 6월과 마찬가지로 5.3%로 완전고용수준(5.1%)에 가까운 상황이다.

지난주(22일 종료)주당 실업청구건수도 1주일 전 대비 6000건 감소한 27만1000건으로 나타나면서 2000년대 들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제 지표만을 놓고 봤을 때 연준이 금리인상을 미룰만한 마땅한 이유는 없는 셈이다. 만약 9월 금리를 동결했을 경우 시장과의 약속을 깨고 신뢰를 저버린다는 점에서 연준이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논리도 있다.

9월 금리인상 여부는 다음달 16~17일 열리는 FOMC 회의를 앞두고 나오는 경제 지표와 향후 전개되는 금융시장 동향에 따라 갈리게 될 전망이다. 현재 미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에서 진행하고 있는 연례 경제심포지엄(잭슨홀 미팅)에 참석 중인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의 공식연설 내용과 다음달 4일 예정된 미국의 8월 고용동향 결과 등이 주요 변수가 될 예정이다.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공식 연설을 앞두고 지난 28일(현지시간) 진행된 CNBC와의 인터뷰에서 9월 금리 인상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아직까진 신중한 모습을 보였지만, 29일(현지시간) 연례회의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율을 중앙은행 목표치보다 낮추는 요인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9월 금리인상 가능성에 여지를 남겼다.

잭슨홀 미팅에서도 ‘매파’와 ‘비둘기파’가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쪽과 금리인상을 지연시켜야 한다는 입장으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우려로 신흥국의 금융불안 조짐이 확산되고 있는데다 국제유가를 비롯해 원자재 가격이 재차 급락하면서 디플레 압력이 높아진 점은 인상 시기에 대해서는 유동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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