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한국은행이 금리정책의 방향을 놓고 다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위안화 평가 절하로 시작된 ‘중국발 쇼크’로 글로벌 경기가 출렁이는 가운데 미국의 오는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금리인하론이 다시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준금리는 이미 연 1.50%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하지만 추가적인 통화 완화 정책으로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 내수를 살리고, 각국의 ‘환율 전쟁’ 속 타격을 입게 될 글로벌 수출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방어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하고 있다. 한마디로 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는 견해다.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위안화 약세가 지속되고, 신흥국이 잇따라 자국 통화의 평가 절하에 나서게 되면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수출 기업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했던 중국발 위기가 어느 정도 가라앉고 있지만, 중국의 추가적인 위안화 절하와 금리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화와 더불어 확장적인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단행할 경우 한국 경제는 대중(對中) 수출에서는 긍정적이겠지만 글로벌 수출시장 점유율 경쟁은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환율전쟁에서 뒤쳐진 부정적인 영향이 내수와 수출부진, 기업실적 악화로 나타나고 있다”며 “상당한 원화 강세가 수년간 누적되면서 최근 3개월간의 빠른 원화 약세에도 누적된 원화 강세를 상쇄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은이 올 4분기 중 성장률 하향 조정과 함께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반대로 추가적인 금리인하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위안화 약세에 따라 이미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외국인 자본 이탈이 나타난 가운데 연내 미국의 금리인상이 단행되면 자본 유출은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다. 1130조원을 훌쩍 넘어 멈추지 않고 있는 가계부채 증가세 또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결국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 하반기 대내 경제 여건이 통화정책 방향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부의 추경 편성에도 불구하고 3분기 경제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을 경우 한은은 추가 금리인하 요구를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다만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 8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2.8%라는 성장률 전망치는 목표치가 아니기 때문에 여기에 맞춰 금리정책을 운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한은이 실제 금리인하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중국 경기와 미국의 금리인상 여부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국내의 경기 상황을 중요하게 봐야할 것 같다”며 “글로벌 금융 시장이 가라앉고 미국의 금리인상이 단행되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내수가 크게 회복되지 않는다면 추가 금리인하의 필요성은 계속 요구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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