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솔로몬] A는 10년 전 B생명보험회사에 건강보험을 가입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A는 여기저기 잔병치레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3년 전 부터는 고혈압과 당뇨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으레 중년의 남성들이 그러하듯 건강관리를 소홀히 하다 보니 당뇨병의 합병증인 당뇨병성 망막병증이란 진단을 지난해 11월에 받게 됐습니다.

 

▲ 공광길 RMS손해사정 이사

당뇨망막병증이란 당뇨병에 의해 우리 눈에 있는 망막의 혈관이 손상된 상태를 말합니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 환자의 60% 정도에서 눈에 이상이 발견됐다는 보고가 있으며 백내장, 녹내장과 더불어 시력저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25세 이상에서 시력 손상을 가져오는 가장 흔한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시력을 잃을 수도 있는 질병이라 평소 혈당 관리 같은 내과적인 조절 치료와 함께 안과 약물 복용치료, 레이저 치료, 수술 치료 등이 필요 할 수 있는 질병입니다.

A의 경우 주치의사의 권유에 따라 안과에서 당뇨망막병증에 대해 레이저광응고술이라는 수술을 19회에 걸쳐 받게 됩니다.

그리고 B생명보험회사를 상대로 이에 대한 수술비를 청구했습니다.

A가 가입한 B생명보험회사의 보험 상품 보장내용에는 특정질병특약이 있었는데 9대 질환 당뇨 포함으로 진단 받고 수술 할 경우 9대 질환수술급여금이 지급하도록 돼 있었습니다.

따라서 최초 보험금 청구를 받은 보험회사는 수술 1회당 300만원씩 수술급여금을 계속해서 지급하게 됩니다.

하지만 당뇨망막병증의 특성상 계속해서 재발했고 A는 이때마다 레이저광응고술을 시술 받고 보험회사에 추가적으로 계속 수술비를 청구했습니다.

그러자 보험회사는 갑자기 태도를 바꿔 기존까지 지급했던 보험금을 더 이상 지급하지 못하겠다는 주장을 하게 됩니다.

당연히 A씨로서는 그동안 계속 받아 오던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자 보험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보험회사의 주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특정질병특약에는 “보험기간 중 피보험자가 책임개시일 이후에 9대 질환으로 진단 확정되고 9대질환의 치료를 직접목적으로 해 수술을 받았을 때 수술급여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당뇨망막병증에 대한 치료는 당뇨의 합병증에 대한 치료이지 당뇨에 대한 직접적인 치료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또 레이저광응고술은 신체부위를 직접 절개하거나 도려내는 수술이 아니기 때문에 수술비를 지급할 수 없고 9대 질환의 수술 시에는 반드시 입원을 동반해 수술해야 하는데 레이저수술은 입원을 하지 않고 시행했기 때문에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법원은 보험회사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해당 약관에는 수술의 정의에 대해 특별히 따로 규정된 내용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레이저시술이라고 하더라도 넓은 의미의 수술에 해당하고 당뇨망막병증(E13.3)은 질병분류상 당뇨병(E10~E14)의 세부 분류에 해당되므로 9대질환의 치료를 직접목적으로 한 수술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이 판례에서 주목할 점은 보험회사가 보험가입자에게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해당 약관에는 9대 질환의 수술을 시행할 경우 반드시 입원을 동반한 수술일 경우에 한한다고 제한규정을 두고 있으나 이러한 내용을 보험회사가 충실히 이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보험회사는 해당 약관 규정을 A에게 적용할 수 없었습니다.

보험회사의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란 보험계약을 체결할 경우 보험약관에 있는 보험상품의 내용, 보험청약서상의 기재사항의 변동사항 및 보험자의 면책(지급 거절)사유 등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을 보험가입자에게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명시·설명할 의무를 말하는 것입니다.

보험회사가 이러한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에 위반해 보험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그 약관의 내용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위 사안의 경우 해당 보험의 약관에는 9대 질환으로 수술할 경우에는 입원을 한 상태에서 수술해야 지급한다고 규정돼 있었지만 보험회사는 보험가입 당시 이러한 내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법원은 보험회사가 입원한 상태에서 수술해야 한다는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위 사례는 대법원까지 올라가서 최종 판결을 받을 때가지 3년이 넘게 걸린 사건으로 의미하는 바가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험회사가 면책을 주장하기에 앞서 보험계약 시 중요부분에 대한 설명 의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보험가입자에게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명분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사례가 모든 사안에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나 이미 법령에 의해 정해진 것인 경우에는 보험회사의 설명의무가 면제되기 때문입니다.

영업 일선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불완전판매나 보험 상품에 대한 중요한 내용은 빼놓은 채 마치 모두 보장이 되는 것처럼 과장하는 일부 보험모집인들의 말만 믿고 가입 했지만 막상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보험가입 시에 듣지 못한 약관 내용을 들먹이며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며 나 몰라라 하는 식의 보험회사의 행태에 경고의 의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보험은 작게는 몇 십 만원이지만 많게는 몇 천 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금융상품입니다.

몇 천 만원의 상품을 구매할 때 정작 상품의 내용이 어떠한지 판매하는 사람이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면 그 상품을 믿고 구매할 수 있을까요?

이제는 소비자들의 현명한 소비도 중요하다는 것을 더 이상 설명 드리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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