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솔로몬] 구상금 청구권이란 나와 상관없는 타인의 채무를 대신 변제했다든가 타인을 위해서 좋은 일을 했을 때, 그로 인해 금전적 이익을 얻은 타인에게 이익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이는 우리 법에서 인정하는 것으로써 그 근본은 부당이득반환청구권입니다. 다음 사례에서 구상금이 하나의 독립된 법원(法原)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 김흥준 변호사

지난해 10월 저희 사무실에 중년의 아주머니가 방문했습니다.

얼마 전 남편 A가 사망했지만 자식들이 극구 반대해 장례식장에 참석조차 할 수 없었고 심지어 아들이 자신의 목까지 졸랐다고 하소연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지난날 남편과 함께 호화로운 생활을 누렸던 것을 자랑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남편을 흠잡으면서 횡설수설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내용인즉 A가 B라는 회사를 남기고 사망했는데 상담자의 자식들이 그 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지 못하고 남편의 형 C가 대표이사로 취임하는 바람에 자신이 곤궁이 처해지게 됐다는 것입니다.

또 A생전에 상담자 명의의 아파트에 B회사 채무를 위한 근저당을 설정했지만 채무를 갚지 못해 상담자의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가 B회사 채무 1억5000만원을 대신 변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상담자는 B회사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사안은 매우 간단해보였지만 사건의 내막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주변 친척들과 가족들의 말에 의하면 상담자의 행실이 나쁘다는 평이 주를 이뤘습니다.

상담자는 남편이 벌어오는 돈으로 명품 사들이기에 여념이 없었고 한 달에 1000만원 정도는 기본으로 쇼핑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는 것입니다.

상담자는 지나친 사치벽으로 재산을 탕진한 것은 물론 의부증도 심해 A를 수시로 괴롭히고 심지어 A의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로 남편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보여 왔다고 합니다.

견디다 못한 A는 상담자를 정신병원에 감금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렇듯 상담자는 6개월을 주기로 정신병원에 드나들길 반복하다 2013년 A는 간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고 1년 만에 사망하게 됩니다.

A는 유언에서 자식들에게 상담자를 원망하는 글을 남겼고 그간의 상담자의 행실이 일가친척에게는 물론 회사 직원들에게까지 알려지며 상담자를 향한 주변사람들의 경계가 노골적으로 표시된 것입니다.

A는 상담자와 결혼 후 구미에서 회사를 차리고 본인의 인맥과 형 C의 금전적 도움으로 사업을 30년 간 이어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C를 명목상 회장으로 A는 대표이사로서 실제 회사의 운영은 A가 도맡아 해왔습니다.

회사의 실질적인 경영자인 A가 사망하자 C는 A의 자녀들을 후계자로 키우는 조건으로 B회사의 주식을 양도받고 대표이사로 취임했습니다.

하지만 A의 공백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A의 영업능력에만 의지하던 B회사의 사업 운영이 점점 힘들어 졌고 결국 상담자 명의로 돼있던 강남 고급아파트에 설정된 근저당채무를 갚지 못해 채권자들의 경매신청으로 상담자의 아파트가 법원에 넘어 가게 됐습니다.

외관상으로는 상담자가 부득이하게 B회사 채무 1억5000만원을 대신 변제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상담자는 자신과는 상관없는 B회사 채무를 대신 변제했다고 여겨 B회사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A가 상담자와 혼인생활 중에 A본인의 회사 채무를 담보로 배우자 명의의 주택에 근저당권을 설정한 후 이를 변제하지 못해 저당목적물이 경매로 넘어간 경우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요?

법원은 이를 상담자 본인 채무변제가 아닌 타인의 채무를 대신 변제한 것으로 인정하고 상담자가 A회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반환청구가 타당하다고 봤습니다.

근저당권이 설정된 상담자의 부동산이 경매처분 됨으로서 A회사는 채무를 면하는 이익을 누린 반면 상담자는 타인의 채무변제로 인해 재산상 손실이 발생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결국 상담자의 입장에서는 타인 즉 회사 남편의 회사를 위해서 근저당 설정을 한 것이고 이를 변제했기 때문에 이것이 대위변제에 해당돼 구상금 청구권이 인정된 것입니다.

이처럼 구상금의 법리는 불가피하게 타인의 채무를 대신 변제한 사람이 그로 인해 이익을 누린 타인에게 이익 반환 청구하는 것으로써 우리 민법과 상법이 인정하는 권리이자 본질은 부당이득반환 청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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