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김남홍 기자] 남미의 아르헨티나가 기술적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진지 지난 30일로 만 1년을 맞이했지만 협상을 통한 해결 전망은 불투명하다.

1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정부와 채무의 전액 상환을 요구하는 미국 펀드들의 협상은 좌초된 상태이며 올해 10월의 아르헨티나 대선을 거쳐 12월에 차기 대통령이 취임할 때까지 협상이 진전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협상 중재자는 양측이 테이블에 다시 앉기를 꾸준히 호조했지만 아르헨티나 정부의 대리인은 지난 6월 협상중재자에게 “현재로서는 협상은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그러면서 펀드 측이 법정 안팎에서 아르헨티나에 대한 비방을 강화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아르헨티나는 2001년 1천억 달러의 대외 부채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했고 이후 2005년과 2010년 협상에서 채권단 대부분과 원금의 75%를 탕감해주는 채무 조정에 합의했다.

지난해 5월에는 아르헨티나가 파리클럽(주요 채권국회의)과 공적부채 97억 달러를 앞으로 5년간 상환하기로 포괄적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계열사인 NML 캐피털과 오릴리어스 캐피털 매니지먼트 등 2개의 미국 헤지펀드는 채무 조정 과정에서 감액을 거부해 2012년 미국 법원에 소송을 냈고, 결국 지난해 6월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미국 법원은 미국 헤지펀드에 빚을 갚지 않으면 다른 채권자에 대한 채무도 갚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채무조정에 동참하지 않은 채권자들과 합의할 것을 아르헨티나 정부에 요구했다.

아르헨티나는 이들 2개 헤지펀드와 중재자를 세운 협상을 벌였으나 상환 금액과 방법을 둘러싸고 합의를 이루는 데 실패해 1년 전 기술적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원고인 엘리엇 매니지먼트 산하 펀드 NML 캐피털은 올해 5월 벨기에 주재 아르헨티나 대사관의 은행계좌 2개를 압류하기도 했다. 미국 법원의 판결을 내세운 우회적 압박이었다.

만일 아르헨티나 정부가 미국 펀드에 채무 전액을 지급하면 다른 채권자로부터 전액 지급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아르헨티나 정부의 딜레마다.

아르헨티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은 미국의 펀드나 법원 판결에 대해 “아르헨티나를 모욕하고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강경한 자세를 바꾸지 않고 있다.

아르헨티나 헌법은 3선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은 10월의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현재 여당에서는 다니엘 시올리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지사, 야당에서는 마우리시오 마크리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이 유력 후보로 부각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두 사람 중 누가 집권하든 간에 1년 안으로 채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국제 금융시장에 복귀해 투자 확대가 실현돼야만 경제를 부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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