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소리 나는 가격, ‘욱’ 하는 옵션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경차, 소형차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특히 소형차 수준의 경제성과 SUV(Sport Utility Vehicle)의 활용성을 앞세운 소형SUV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소형차라고 하기엔 너무 비싼 가격, SUV라 하기엔 빈약한 옵션 등 어느 하나 만족 시키지 못한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업계의 소형 SUV의 내수 판매량은 8만1435대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5만9222대)보다 37.5% 급증했다. 또 국내 완성차 업체의 소형 SUV 평균가격은 2407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국내 준중형세단 평균가격(2177만원)을 크게 웃도는 가격이다.

◆ 가격이 문제로다

소형SUV는 기존 SUV를 구입하기엔 부담스러우나 경차는 작아서 구입하기 꺼려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차량이다. 대표적으로 한국GM(쉐보레)의 트랙스와 르노삼성의 QM3, 쌍용자동차의 티볼리가 있다. 세단에 비해 높은 지상고를 가지고 있어 시야 확보가 용이하고, SUV보다 작고 아기자기한 디자인 덕분에 운전을 어려워하는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하지만 단점도 많다. 소형차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실내가 좁고, 엔진 출력도 허약해 SUV라 하기에는 부족한 면도 많다. 특히 SUV의 상징인 4륜 구동을 제공하지 않는가 하면 도심에 특화됐다는 명분으로 경차수준의 마력을 제공하고 있는 차량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가격만 높고 옵션은 빈약해 비슷한 가격대의 차량들보다 경쟁력이 떨어 질 수밖에 없다.

쉐보레 트랙스는 소형SUV 시장에서 가장 먼저 포문을 연 차량으로 동사 소형차 아베오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엔진은 140마력 1.4리터(1400cc) 에코텍 터보 가솔린 엔진으로 구성돼 있다. 작은 배기량의 엔진에 터보(과급기)를 얹혔기 때문에 높은 출력을 얻음과 동시에 배기량 별로 세금을 책정하는 우리나라 정책상 유리하다. 추후 디젤엔진도 추가할 예정이다. 하지만 높은 가격이 발목을 잡는다. 일반적으로 동급 승용 세단과 해치백 차량보다 SUV의 가격대가 높다는 현실을 감안해도 소형차 치고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다. 실제로 트랙스의 가격은 1955~2320만원으로 형성 돼있다. 최고 등급인 프리미엄을 선택할 경우 같은 엔진을 사용한 동사의 준중형세단 크루즈 1.4터보(2155만원) 최고등급(LTZ)보다 7.65% 비싸다. 물론 차종이 다른 만큼 비교는 어렵겠지만 비슷한 성능으로 고려될 수 있는 대안인 만큼 배제할 수도 없다.

높은 가격과는 다르게 인테리어가 가볍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소형차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준중형과 가격은 비슷할지언정 내부 인테리어는 소형차의 그것과 같다는 것이다. 옵션도 2000만원대의 자동차라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일례로 어떠한 등급에서도 스마트키와 자동에어컨을 제공하지 않는다. 4륜구동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덤이다.

“안전장치 빼고, 원가절감도 하고”
준중형과 동급의 가격…품질 ‘글쎄’

QM3는 출시와 동시에 르노삼성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등극했다. SM5의 성공 이후 이렇다 할 차량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소형SUV열풍을 타고 여성들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있다. QM3의 엔진은 1.5리터(1500cc) 디젤 터보엔진을 사용해 90마력, 최대토크 22.4kg를 발휘한다. 마력은 최고속도에 영향을 주고, 토크는 언덕길 등반 등 주파능력에 영향을 준다. 변속기는 더블클러치(DCT)를 사용해 저마력과의 시너지효과로 연비를 극대화 시켰다. 하지만 90마력이라는 수치는 기아자동차의 경차 모닝 1.0터보(106마력)보다도 낮은 수치다. 아무리 연비를 중시하는 소형 SUV라고는 하지만 90마력이라는 수치는 턱없이 모자라 보인다. 안전사양 또한 부실해서 자동차안전도평가(KNCAP) 평가에서 5등급을 받았다. 국내 경차들도 1등급에 부합하는 것을 감안했을 때 안전성이 심하게 결여됐다.

QM3의 후방브레이크는 군용차량이나 상용차량에 사용하는 드럼브레이크를 사용했다. 드럼브레이크는 보통 승용차량이 사용하는 디스크브레이크와 달리 폐쇄적인 구조에 습기에 약하고 열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제동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국내 출시된 경차도 최상위 등급을 선택할 경우 디스크브레이크를 선택할 수 있는데 반해 QM3는 선택조차 불가능하다.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QM3의 가격은 2280~2570만원대로 형성돼있다.

티볼리는 소형SUV 돌풍의 중심에 있는 차량이다. 2011년 인도의 마인드라그룹에 피인수된 뒤 처음 내놓은 신차라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썼다. 라인업은 1.6리터(1600cc) 가솔린 엔진과 1.6리터(1600cc) 디젤엔진으로 구성돼있다. 가솔린 엔진의 경우 126마력에 최대토크 16.0kg의 성능을 내며, 디젤은 115마력에 최대토크 30.6kg이다.

소형 SUV중 유일하게 4륜구동을 제공하고 옵션도 괜찮게 구성돼 있지만 가격대 역시 만만치 않다. 1.6디젤의 최고 등급인 LX는 2495만원으로 현대자동차의 준중형 SUV인 투싼(2420만원)의 중간 등급보다 비싸다. 투싼은 186마력과 41.0kg의 최대토크를 낼 수 있다. 물론 티볼리의 풀옵션과 투싼의 중간옵션을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가격대가 비슷하다면 충분히 고려해볼만 하다. 티볼리의 경우 시동꺼짐과 엔진회전수(RPM) 상승 등 여러 문제가 발견되고 있다. 대체적으로 가격대비 조립마감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 틈새를 노렸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소형SUV로 일반 소형 세단과 준중형 SUV사이의 틈새시장을 노린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틈새시장을 노렸다면 그에 맞는 가격정책과 품질을 제공해야 한다. 현재 소형SUV는 소형차 정도의 품질에 준중형 세단을 능가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덩치만 키운다고 SUV는 아니라는 뜻이다. 소형SUV의 본 취지인 도심에서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 ‘컴팩트’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상기해 볼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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