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솔로몬] 최근 국내 대기업의 자동차 설계도면, 냉장고 제조기술의 일부가 직원들에 의해 중국 업체로 유출돼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비단 대기업에 국한된 사안은 아니다. 중소기업에서도 직원이 회사의 기술을 빼돌려 경쟁업체에 넘기거나 퇴사 후 그 기술을 바탕으로 동종업체를 설립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 경우 법률적으로는 영업비밀 침해행위가 문제된다.

최근 기업의 영업비밀 유출 현상이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체계적인 관리가 어려워 재산적 가치가 있는 정보의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은 위와 같은 영업비밀 침해 행위의 유형을 열거하고 있다.

위 법률에 따르면 누구든지 이익을 얻거나 기업에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그 기업에 유용한 영업비밀을 취득·사용한 경우 형사 처벌 대상이 되며 그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

하지만 오랜 기간 한 회사에 근무했던 직원이 특정 업종에 종사하며 축적한 지식이나 노하우를 이용해 새로운 사업체를 설립하거나, 동종 업계의 다른 기업으로 이직해 기존의 지식을 활용하는 경우, 이로 인해 아무런 재산상 이익이 없었던 경우까지 포괄적으로 모두 위법한 행위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때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되고 실제 사안에서도 특정한 기술이나 문서 등이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첨예한 다툼의 대상이 된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의 영업비밀이란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상당한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과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

여기서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다는 것은 그 정보가 불특정 다수인에게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보유자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그 정보를 통상 입수할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

또 정보가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는 것은 정보 보유자가 해당 정보를 사용해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거나 또는 그 정보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한 경우를 뜻한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판례의 태도는 다음과 같다.

제휴업체가 개발한 모바일 콘텐츠, 모바일 게임을 해외에 판매하는 회사에서 작성한 모바일 게임 사업제안서의 경우 위 문서에 해외 영업망구축에 관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정보가 포함돼 있고 그 정보의 취득을 위해 상당한 정도의 노동력과 비용이 투입됐으며 문서 하단에 비밀표시가 돼 있다면 위 문서는 영업비밀에 해당한다.

헤드헌팅 업체에서 작성된 자료에 업무 분야별로 구분된 수백 명의 구직자 이력서가 들어있고 위 인재정보에는 회사 대표가 개인적인 인맥 등을 통해 취득한 정보 등이 다수 포함돼 있어 직원들을 상대로 회사의 영업비밀 관리규정을 준수하겠다는 서약서도 받아 두었으며 위 자료가 경쟁업체에 넘어갈 경우 막대한 영업상 손실이 발생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는 영업비밀에 해당한다.

따라서 위 자료를 취득해 유출하고 퇴사 후 2개월여 만에 동종 업체에 취업해 위와 같이 취득한 정보를 사용한 피고인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었다.

반면 직원들이 취득·사용한 회사의 기술 관련 파일의 경우 내부적으로 보관책임자가 지정되거나 보안장치·보안관리규정이 없었고 대외비·기밀자료 등의 표시도 없이 파일서버에 저장돼 회사 내에서 일반적으로 자유롭게 접근·열람·복사할 수 있었으며 그 내용이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지닌 정보라고 볼 수 없었던 경우 이는 상당한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된 정보라고 볼 수 없어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있다.

현대 사회에서 기업의 고유한 정보나 영업 비밀은 강력하게 보호돼야 할 기업 자산이다.

따라서 기업은 영업비밀 유출 가능성과 그에 따른 막대한 손실을 항시 대비하고 인력관리나 보상체계 확립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김정현 법무법인 서호 변호사-

* 상담접수는 홈페이지 우측상단 독자게시판이나 이메일 ftsolomon@ftoday.co.kr을 통해 하실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