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임대수익 9000억원 ‘돌파’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국내 10대 그룹이 ‘건물주’ ‘땅주인’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끌어 모으고 있다. 10대 그룹 전체 임대수익의 절반 이상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그룹인 삼성의 몫이었다. 굴지의 기업들부터 부동산 투자를 통한 가외수입 늘리기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경기 불황과 저금리 기조가 겹치면서 투자 수익에 눈길이 가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대기업들까지 본업 밖으로 눈길을 돌리는 행태에 쏠리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국내 10대 그룹이 임대료로만 연간 9000억원이 훌쩍 넘는 돈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파이낸셜투데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0대그룹 소속 상장사 94개 중 사업보고서에 임대료수익을 별도 표기하지 않은 28개사를 제외한 66개사의 임대료수익은 9175억566만원으로 전년동기(8407억405만원) 대비 9.1%(768억151만원) 증가했다.

임대료수익을 사업보고서에 별도 표기하지 않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한 기업은 삼성SDI와 삼성SDS, 삼성카드, 제일기획, 에스원, 크레듀, 호텔신라(이상 삼성그룹), HMC투자증권(현대자동차그룹), SK이노베이션, SK네트웍스, SK텔레콤, SK C&C, SK컴즈, 유비케어(이상 SK그룹),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생명과학, LG하우시스, LG상사, 지투알, 실리콘웍스(이상 LG그룹), 포스코엠텍(포스코그룹), 현대미포조선, 현대종합상사(현대중공업그룹), GS글로벌, 코스모신소재(이상 GS그룹), 한화생명보험(한화그룹), ㈜한진(한진그룹) 등이다.

◇삼성그룹 ‘압도’

그룹별로 보면 임대료수익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된 곳은 삼성그룹이었다. 1년 새 임대수익이 700억원 넘게 증가하면서 4600억원을 돌파했다. 10대 그룹 전체 임대수익 상승분의 거의 대부분이 삼성그룹 몫이었다.

반면 지난해 임대료수익이 가장 적은 곳은 포스코그룹으로 50억원에 약간 못 미쳤다.

압도적인 1위에 오른 삼성그룹 소속 상장사 11곳의 지난해 임대료수익은 총 4646억3042만원에 달했다. 3905억8689만원이었던 전년에 비해 19.0%(740억4353만원) 늘어난 액수다.

이같은 임대수익 증가는 10대그룹 전체 임대수익 증가분의 96.4%에 달한다. 즉, 10대 그룹의 임대수익 증가분 가운데 9/10 이상이 삼성그룹에서 발생한 것이다. 특히 삼성그룹의 제조계열과 금융계열을 각각 이끌고 있는 계열사인 삼성전자, 삼성생명의 임대수익만 4000억원이 넘어 그룹 전체의 임대수익 중 87.0%에 달해 눈길을 끌었다.

10대그룹 年 임대수익 9175억원…전년比 9.1%↑
삼성, 단연 1위…1년새 19% 증가, 4600억원 넘어
‘빈익빈 부익부’…상위 10개 계열사가 80% 점유
회사별 순위…삼성생명·㈜LG·GS리테일, 1·2·3위

삼성그룹 다음은 1344억6805만원을 기록한 GS그룹이었다. 전년(1369억372만원)과 비교해서는 1.8%(24억3567만원) 줄었다. 3위인 LG그룹 소속 상장사 5곳의 지난해 임대료수익은 1205억8300만원이었고, 전년(1195억5400만원) 대비 0.9%(10억2900만원) 늘기는 했지만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반대로 10대 그룹 중 연간 임대수익이 가장 적었던 그룹은 포스코그룹이었다. 포스코그룹 소속 상장사 6곳의 지난해 임대료수익은 49억4704만원으로 집계됐다. 31억8768만원이었던 2013년에 비해 55.2%(17억5936만원) 늘며 10대 그룹 중 전년 대비 가장 높은 증가폭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가장 적었다.

이어 현대중공업그룹이 128억9600만원으로 임대료수익 규모가 작았다. 전년(158억3900만원)에 비해서는 18.6%(29억4300만원) 줄었다. 그 다음으로 한화그룹의 임대수익이 129억4144만원으로 적었다. 2013년(167억1699만원)과 비교하면 22.6%(167억1699만원) 감소했다.

이밖에 그룹들의 지난해 임대료수익은 ▲롯데그룹 601억4121만원 ▲현대차그룹 494억4125만원 ▲SK그룹 372억4524만원 ▲한진그룹 202억1191만원 등 순이었다.

◇상위 10개社 ‘독식’

계열사 별 임대수익 상위 10개사 순위에도 삼성그룹 소속 기업들이 3곳이나 이름을 올렸다.

이어 LG그룹과 GS그룹이 지주사인 ㈜LG, ㈜GS를 포함, 각각 2곳의 계열사를 순위에 올리며 뒤를 이었다. 또 현대차그룹과 SK그룹, 롯데그룹 등도 각각 1개의 임대료수익 상위 TOP10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었다.

지난해 10대 그룹 소속 상장사 중 임대료수익 상위 10개사의 총 임대수익은 7580억7683만원으로 전년(6594억6346만원) 대비 15.0%(986억1337만원) 증가했다.

이같은 임대수익 규모는 10대 그룹 전체의 82.6%에 해당한다. 즉, 지난해 10대 그룹의 임대수익 중 4/5 이상은 이 10개사로부터 발생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삼성생명의 임대수익이 3177억6400만원으로 다른 회사들을 압도했다. 2466만2100만원이었던 전년에 비해서도 28.8%(711억4300만원)이나 늘어난 액수다.

이와 함께 삼성그룹 소속 계열사 중 삼성전자(863억1500만원), 삼성화재(459억9700만원)가 나란히 각각 4, 5위를 차지했다. 1년 전에 비해 각각 4.3%(35억2800만원), 46.8%(146억6600만원) 늘어난 액수다.

계열사 별 임대수익 상위 10개사 순위에서 2위를 차지한 회사는 LG그룹의 지주사인 ㈜LG로, 지난해 1014억9100만원의 임대수익을 올렸다. 전년(986억7100만원) 대비 2.9%(28억2000만원) 증가했다. 이와 함께 같은 LG그룹 소속인 LG유플러스가 175억4800만원의 임대료수익을 올리며 9위에 자리했다. 185억9500만원을 기록했던 2013년보다는 5.6%(10억4700만원) 줄어든 액수다.

3위는 GS그룹의 대표 유통계열사인 GS리테일로 지난해 900억3300만원의 임대료수익을 기록했다. 전년(788억9600만원)과 비교해 14.1%(111억3700만원) 증가했다. 또 GS그룹의 지주사인 ㈜GS가 374억5800만원으로 임대수익 6위에 올랐다. 1년 전(459억9800만원)에 비해서는 18.6%(85억4000만원) 감소했다.

이밖에 롯데쇼핑(257억1946만원)과 SK가스(183억8737만원), 현대건설(173억6400만원)이 각각 7위와 8위, 10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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