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솔로몬] 자동차 사고가 나면 몇 대 몇 누구의 과실이 더 큰 지를 두고 치열하게 다투는 경우를 흔히 접할 수 있습니다. 사고 발생 후 양 당사자들이 과실비율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분쟁은 늘 뜨거운 화두입니다. 최근 이러한 과실비율이 7년 만에 개정됐습니다. 개정안은 자동차 운전자의 책임을 더 가중했습니다. 횡단도로 인근에서 발생한 보행자 사고 중 가장 최근의 사례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 김홍석 RMS 손해사정 대표

가장 최근의 사례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서울 서초구에서 사는 김 모 할머니는 연세가 90세로 거동이 많이 불편했습니다.

지난 5월 김 할머니는 횡단보도에서 3m가량 벗어난 지점에서 보행자 신호를 받고 횡단하던 중 그만 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가해자 측 보험사는 사고는 김 할머니의 무단횡단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며 가해자에게 30%의 과실만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유족측은 억울하다며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법원은 비록 김 할머니가 횡단보도에서 3m 가량을 벗어나서 횡단하기는 했지만 사고 지점이 횡단보도와 인접해 있고 보행자 신호를 보고 건너던 중이었기 때문에 이를 두고 무단횡단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과거 보험사는 이와 유사사건에서 황단보도를 30cm만 벗어나도 무단횡단을 적용해 가해자 측의 과실비율을 대폭 낮춰 보상을 해왔습니다.

당시 보험사가 과실비율을 정할 때 적용했던 기준이 됐던 것이 바로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인정기준표’입니다.

현행 과실비율인정기준표는 2008년 8월 개정됐지만 일부 기준이 그동안의 변화된 여건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내용이 명료하지 않아 실제 상황에서 적용하기에는 불합리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 같은 불합리한 기준을 가지고 과실비율을 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는 고스란히 피해자의 몫 입니다.

또 피해자의 과실이 조금이라도 책정되게 되면 보험료 할증이라는 이중 손해가 발생하게 됩니다.

즉 사고로 인해 손해가 늘어난 것도 억울한데 거기다가 보험료까지 3년간 할증되는 기가 막힌 경우가 생기는 것입니다.

보험사의 입장에서 보면 피해자에게 사고로 인한 보상금은 적게 주고 덩달아 보험료까지 할증할 수 있게 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금융감독원이 지난 6월 ‘국민체감 20大 금융관행 개혁’을 추진하며 그 중 일환으로 ‘자동차사고과실비율인정기준표‘ 일부를 수정했고 이러한 사항들은 올해 8월부터 적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신설되거나 변경된 내용들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부근(10m이내) 보행 시 운전자의 과실과 비율 상향, 장애인등 취약자 보호구역에서 사고 시 차량 운전자과실 비율 가중, 자동차가 자전거 횡단도로에서 자전거 충돌시 차량 운전자 과실 100%인정, 횡단보도를 주행하는 이륜차가 보행자 충격 시 이륜차 운전자 과실 100%적용 등입니다.

최근의 보험업계의 흐름은 차량을 운행하는 운전자에게 과거 보다는 훨씬 더 많은 주의의무를 요구하고 있으며 보행자에 대한 보호의무도 한층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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