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김남홍 기자] 한국은행은 9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가뭄 충격으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 예측한 3.1%에서 2.8%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올해 성장률로 기대하고 있는 3.1%보다 0.3%포인트나 낮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한 뒤 올 성장률 전망치를 이렇게 수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4월에 전망했던 0.9%를 유지했다.

이 총재는 성장률 하향 조정 배경에 대해 “수출이 부진하고 메르스 사태와 가뭄 등의 영향으로 2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크게 낮아진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라며 “그중에서 메르스의 영향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그는 “4월 전망에서는 금년 2분기 성장률을 (전기 대비) 1.0%로 예상했다”며 “그러나 예기치 않았던 메르스 충격과 가뭄 피해가 겹치면서 2분기 성장률을 당초 전망보다 크게 낮은 0.4% 정도로 추정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메르스 사태 진정으로 소비가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은 메르스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3분기 이후에는 지난 분기의 일시적 충격에 따른 영향이 줄어들면서 완만하지만 다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대내적 요인 이외에도 미국의 금리 인상, 그리스 사태, 중국의 성장세 등에 따라 하방 위험 요인이 있다며 이같은 대외 여건에 따라 성장경로가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국내 증시는 밸류에이션(가치평가) 측면에서 버블 논란이 있는 중국 증시와는 다르다”면서도 “한국과 중국의 상호 연관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중국 증시의 파급 효과를 가볍게 볼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리스 사태와 관련해서도 “그렉시트(그리스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하면 국제금융시장의 가격 변수 및 자본 흐름 변동성이 크게 확대돼 그 영향에서 우리나라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시장안정화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추경안의 효과에 대해서는 정부 분석과 마찬가지로 성장률을 0.3%포인트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총재는 이어 “작년 하반기 이후 금리를 네 차례 내렸지만 성장률 전망 수준을 달성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거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외 여건 변화와 경제활동 위축으로 인한 저성장 고착화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정책입장을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노동시장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한 경제 체질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 방향으로 본다”고 말해 구조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1.5% 수준에서 동결했다. 동결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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