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솔로몬] 상가임대차의 경우 임대인과 임차인은 처음 계약 시 협의해 임대료를 산정합니다. 임대기간을 통상 2년으로 정합니다.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임대료를 더 받으려고 할 것이고 임차인은 임대료가 오르는 것을 꺼려할 것입니다. 대개 이 과정에서 임대차 관련된 분쟁이 발생합니다. 법에서는 일정 비율 이상은 올리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과 상식을 깨고 무리하게 욕심을 부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 김흥준 변호사

지난해 12월의 어느 날 저희 사무실에 매우 다부진 인상의 노인 한분이 찾아오셨습니다.

70대 초반 정도의 연세로 보이는 이분은 자신이 매우 억울한 일을 당했다며 장황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소연의 내막은 이렇습니다.

학력도 없고 재산도 하나 없었던 어린 시절 무작정 서울로 상경해 노점일부터 넝마주이까지 온갖 굳은 일을 하면서 모은 돈으로 서울 중심지에 상가건물 2채와 지방에도 건물을 마련한 입지전적인 인물이었습니다.

그(임대인)는 2008년 서울 강서구 염창동에 위치한 상가를 매입하자마자 노래방을 입점 시켰다고 합니다.

노래방 사장(임차인)과는 2년 동안은 임대료를 올리지 않는 것으로 하고 월세는 300만원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임대인은 계약기간 2년이 지나자 기존 월세의 20%에 해당하는 60만원을 월세 인상액으로 요구했습니다.

임대인은 계약 당시에 비해 주변 상권이 크게 형성된 점을 고려, 인근 상가를 기준으로 인상액을 책정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노래방 영업이 잘 돼 임대료 20% 인상은 많은 금액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임차인의 입장은 달랐습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기존 월세의 9% 한도에서만 임대료를 인상할 수 있음에도 임대인의 주장은 법정 한도를 훨씬 초과하는 과도한 액수라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옥신각신 끝에 사태는 급기야 임차인이 임대인을 업무방해죄로 형사 고소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당초 이 사건의 상가는 건물 출입문이 24시간 개방돼 야간에도 노래방 손님이 끊이지 않고 오는데 임차인이 뜻대로 따라주지 않자, 임대인이 야간에 문을 걸어 잠가 버린 것 이였습니다.

이 때문에 야간에 손님이 많은 노래방 영업에 손실이 발생했다며 임차인이 임대인을 업무방해로 고소했고 임대인은 그런 사실이 없다며 항변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법원의 기록을 살펴보니 고소인인 임차인이 증거로 제시한 자료들 중 건물 출입문이 닫혀있고 그 앞에 노래방 직원과 양복을 입은 사람이 지키고 있는 사진, 문을 왜 닫고 있는지 물어보는 녹취록 등이 있었습니다.

이 자료만으로 임대인이 정말 출입문을 걸어 잠근 건지 일시적으로 잠갔던 것에 불과한 것인지 확실치 않았습니다.

결국 검사는 임대인에게 업무방해죄로 1년을 구형했지만 판사는 500만원의 벌금을 선고했습니다.

여기서 임대인과 임차인의 분쟁이 종결됐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임대인과 임차인은 이후로도 3년에 걸친 법정 혈투를 벌이게 됩니다.

형사소송은 항소에 대법원 상고까지 이어졌고, 임차인은 임대인을 상대로 영업을 못해 발생한 손해 3억원을 청구했습니다.

아울러 민사소송까지 진행돼 1심, 2심 그리고 대법원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민사소송 진행 과정에서도 양측은 명예훼손죄와 배임죄, 위증죄, 무고죄 등 고소 난타전을 벌이며 소송은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졌습니다.

이 치열한 싸움은 결국 3년 만에 극적타협을 하게 됩니다.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과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양측 간에 있었던 분쟁을 모두 종식하는 것으로 매듭을 지었습니다.

임차인은 3년 만에 보증금과 손해배상금을 받았지만 그 시간동안 노래방 영업을 못한 손해가 막대했습니다.

임대인 역시 몇 년간 임차인과 소송을 벌인다는 소문이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자자하게 퍼지면서 임차인의 발길이 끊겨 3년이 지난 지금에도 임대료 수입을 못 내고 있습니다.

양측 모두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양측 손해는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우선 임대인이 너무 많은 임대료를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더라면, 임차인도 민사소송이나 법원의 조정신청을 통해 해결했으면 위 손해는 존재하지 않았거나 최소화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위 사례에서 참고해야 할 점은 임대인의 경우에는 법에서 정한 상한선보다 더 많은 임대료를 올려달라고 하지 말 것이며, 임차인은 감정싸움을 자제하고 법원에 조정절차를 이용해 쉽게 권리를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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