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박근혜 정부 들어 2013년 4월 취임한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이 마지막 시험대에 오른다.

산은은 현대증권 매각이 마무리되는 오는 9월부터 대우증권 매각을 위한 준비에 돌입한다. 대우증권 매각 완료 시점은 내년 4월로 예상된다. 이 시기는 바로 4년 재임 기간이 마무리되는 홍 회장의 마지막 8개월 임기와 겹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홍 회장은 학자 출신답게 원칙을 강조하며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호평’이 있는가 하면 현장과 동떨어진 경영을 고집하고 있다는 ‘혹평’도 받고 있다. 긍정과 부정의 두 극단을 오가는 홍 회장에 대한 평가는 대우증권 매각 성공여부에 따라 완전히 한 쪽으로 굳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홍 회장에 대한 긍정론은 마켓리더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것이다. 지식재산권(IP) 담보화 정착을 위해 1000억원을 출자해 특허관리전문금융사(NPE)를 설립했고, 상표권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한 지원 방안도 추진했다. 이는 금융권 최초로 시도된 일이다.

벤처기업 육성 프로젝트(엑셀러레이터)를 산은이 개최했고, 글로벌파트너쉽 펀드를 조성해 해외 벤처캐피탈이 국내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또 필리핀 마닐라 사무소 개설에 이어 올해 호주 시드니에 지점 개설을 목표로 자원개발 분야 프로젝트 파이낸싱도 추진하고 있다.

연봉과 직급 차이로 골머리를 앓았던 정책금융공사와의 통합도 완만하게 이뤄냈다. 정금공 직원의 경우 산은 행원보다 진급이 빨랐고, 급여 체계도 달랐다. 이에 산은 입행 동기라도 직위와 월급이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많았다.

홍 회장은 사내 게시판을 익명에서 필명으로 바꿨고, 급여 체계는 유지한 뒤 진급할 경우 산은의 연봉테이블로 옮겨지도록 했다.

홍 회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3~4년 이후 모든 직원에 대한 진급이 이뤄지면 이 문제는 깔끔히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칙을 앞세운 구조조정으로 팬오션 매각을 성공으로 이끈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산은은 STX팬오션을 인수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하지만 홍 회장은 팬오션이 맺은 장기용선 계약으로 지원자금이 해외 용선주에게 빠져나갈 수 있다며 이를 거절했다. 홍 회장의 선택으로 팬오션은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후 팬오션이 맺은 용선관리 계약이 해지됐고 회사는 하림에 성공적으로 매각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부의 시선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구조조정의 원칙을 강조하는 인물”이라고 홍 회장을 평가했다.

반면 홍회장에 대한 부정적 시선 또한 없을 수 없다. 동부그룹 구조조정 실패는 대표적인 부분이다. 홍 회장은 동부그룹이 신청한 선제적 구조조정을 칭찬했으면서도 회사의 정상화에는 실패했다. 동부그룹은 산은이 무리하게 추진한 패키지딜이 실패해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원망했다.

김준기 회장은 “정책금융기관인 산은 주도의 사전적 구조조정이 이런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동부는 온갖 불합리한 상황을 겪으며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토로했다.

금호산업 매각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점도 안타까운 점이다.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을 가진 금호산업 인수에 신세계와 롯데 등 대형유통사들의 참여가 기대됐지만 본입찰에서 호반건설이 단독 입찰했다. 가격도 1조원을 바랐지만 시장의 평가는 6007억원에 불과했다.

이런 가운데 홍 회장은 대우증권 매각이라는 마지막 숙제를 남겨뒀다. 대우증권은 매각금액이 3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어급이다. 지분가치 2조3000억원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3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인데, 최근 주식 시장의 활황세를 감안하면 이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산은은 현대증권의 매각이 마무리되는 오는 9월 이후부터 대우증권 매각을 준비할 방침이다. 우선 금융위원회와 매각 전략 구상을 진행하고 매각 자문사를 선정한다. 회계법인의 실사도 추진된다. 실사 결과가 나오면 11월부터 매각을 추진한다. 티저메일을 보내고 시장의 반응을 살핀다. 이후 예비입찰이 진행되고 인수희망자들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다.

인수희망자들의 실사가 끝나면 본입찰이 진행되고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다. 산은이 우선협상대상자와 매각을 위한 계약을 맺고 당국의 심사와 승인이 내려지는 시기는 내년 4월 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은 관계자는 “현대증권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대우증권 매각 준비를 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홍 회장이 웃으며 산은을 떠날지, 무거운 짐을 남겨줄 지는 3조원이 넘을 대우증권 매각의 성사 여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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