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김남홍 기자]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이 결국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리스 정부는 이달 5일로 예정된 국민투표를 강행하겠다고 재확인했다.

그동안 그리스가 국민투표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게 나왔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1일(현지시간) 긴급 연설을 통해 채권단 제안과 관련한 찬반 국민투표를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며 국민에게 반대표를 던지라고 촉구했다.

치프라스 총리가 채권단의 제안을 일부 수정하면 수용할 수 있다고 채권단에 보낸 서한이 공개되면서 국민투표 취소 가능성도 나왔지만 그리스 정부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은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추가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특히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입장은 더욱 강경하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전날 연방의회 연설에서 그리스 국민투표 이전에 협상은 없다고 다시 확인했다.

그는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를 지켜보고 유로존 각국은 저마다 판단할 권리가 있다고 지적하고 어떠한 대가를 치러서라도 무원칙하게 타협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도 “그리스가 부채 경감을 원하기 전에 먼저 경제 개혁부터 이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의 유동성 위기가 커지면서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강등도 잇따르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민간 채권자에 채무를 상환하지 못했을 때에만 디폴트로 간주하기 때문에 IMF 체납은 디폴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등급 하향조정은 발표했다.

무디스가 1일(현지시간)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Caa2에서 Caa3로 한 단계 강등했다. Caa3는 디폴트 가능성 있는 등급 중 가장 낮은 단계다.

앞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도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투기(정크) 등급인 CCC-로 한 단계 낮췄고 피치도 그리스 등급을 CCC에서 CC로 내렸다.

IMF의 채무를 갚지 못해 기술적인 디폴트에 빠진 그리스의 유동성 위기는 ECB의 채무 만기가 돌아오는 이달 20일 큰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그리스가 35억 유로(약 4조4000억원) 규모의 ECB 채무를 갚지 못하면 전면적인 국가 디폴트에 빠질 것으로 관측한다.

한편 유럽럽중앙은행(ECB)은 그리스에 생명줄인 긴급유동성지원(ELA)을 끊지 않기로 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ECB는 전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회의를 열고 그리스 은행에 대한 ELA 한도를 890억 유로(약 110조6000억원)로 유지하기로 했다.

구제금융과 별개인 ELA는 시중 은행이 자금난을 겪을 우려가 있을 때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각국 중앙은행이 ECB의 승인을 받아 공급하는 것으로 ECB가 평소 적용하는 금융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유동성 위기가 고조된 그리스에서 예금 인출이 급격히 늘어나 대출기관들이 긴급 자금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지자 ECB는 꾸준히 ELA 상한선을 확대했다.

시장에서는 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 채무를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지자 ECB의 ELA 지원이 계속될지에 관심이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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