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의 마지막 ‘분수령’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벼랑 끝으로 몰렸던 팬택에게 동아줄이 내려왔다. 계속된 인수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회생절차를 포기했지만 중견업체인 옵티스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법원이 팬택과 옵티스 컨소시엄간 인수합병(M&A)에 관한 양해각서 체결 허가를 내준 것. 이로 인해 옵티스컨소시엄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1일 IT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파산부는 팬택이 옵티스컨소시엄과 인수합병(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것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팬택의 관리인과 옵티스 컨소시엄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현재 옵티스 컨소시엄은 팬택 실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다음달 17일까지 양해각서에 따른 M&A 투자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본계약 체결 후에는 옵티스컨소시엄 측에서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게 되며 이후 관계인 집회를 열어 채권자들의 동의를 구하면 최종 인수 절차가 마무리된다. 앞서 옵티스컨소시엄은 이행보증금 20억원을 납부해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 불안정한 재무상태

옵티스컨소시엄을 주도하고 있는 옵티스는 광디스크 저장장치(ODD) 제조를 주력으로 하는 업체로 이주형 사장을 주축으로 2005년에 설립됐다. 삼성전기 출신인 이주형 대표는 삼성전자가 ODD 사업부를 분사시킬 당시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의 자금 지원을 받아 ODD사업부를 인수해 옵티스의 토대를 닦았다. 이런 이유로 단일 주주 기준으로는 스카이레이크가 가장 많은 옵티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스카이레이크가 22%의 지분을, 이주형 대표17.7%를 가지고 있다.

옵티스의 지난해 매출은 5996억원으로 2013년(7657억원) 대비 21.69% 감소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151억원으로 같은기간(119억원) 대비 26.89% 늘었다. 당기순이익도 31억원을 기록하며 2013년(26억원)보다 19.23%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영업이익률은 1.55%에서 2.51%로 0.96%포인트 증가했다. 매출액은 감소했지만 수익성은 증가한 것이다.

반면 경영안정성은 불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채는 줄었지만 현금동원능력이 감소하면서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 옵티스의 유동비율은 지난해 말(12월 31일) 기준 72.11%로 2013년(73.68%) 대비 1.57%포인트 감소했다. 부채비율은 778.49%로 같은기간(1051.74%) 대비 273.25%포인트 내렸다.

혜성 같은 등장, 계약도 속전속결
실사 과정 중 인수규모 확대가능

현재 옵티스의 재무상태는 상당히 악화돼 있다. 특히 자본 대비 780%에 육박하는 부채는 해결이 시급해 보인다. 이에 옵티스 관계자는 “아직까지 내부에서 논의가 구체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현재는 설명 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옵티스는 2012년 삼성전자 필리핀 ODD 생산 법인 세필(SEPHIL)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삼성과 도시바의 합작법인인 도시바삼성테크놀러지(TSST) 지분 49.9%를 매입하기도 했다. 오는 2017년까지 지분 100%를 인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ODD에 주력하던 옵티스는 2012년 새로운 사업동력을 얻기 위해 카메라 모듈용 자동초점장치(AFA)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AFA는 사진 촬영을 할 때 초점을 자동으로 맞춰주는 장치다. 옵티스는 일본 기업 산쿄가 보유한 중국 푸저우 AFA 제조공장을 인수해 필리핀으로 옮긴 상태다.

옵티스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 중 옵티스는 비교적 외부에 정보가 많이 알려져 있지만 ‘EMP인프라아시아주식회사’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많지 않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EMP인프라가 국내에서 주로 크레딧 상품 투자를 하던 ‘벨스타인베스트먼트’를 지난해 말 인수합병해 사명을 바꾼 한국내 투자법인이다. 주로 사모투자전문회사(PEF) 업무를 한다.

컨소시엄 내에서 자금조달 부분은 EMP인프라아시아 측이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공업이나 인프라 사업 외에는 경험이 전무한 EMP인프라가아시아가 자금 모집에 성공할지는 불확실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옵티스컨소시엄 관계자는 “아직까지 결정된 바가 없어서 설명 드리기가 곤란하다”며 “추후 인수가 진행되면 공지하겠다”고 말했다.

옵티스의 팬택 인수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옵티스컨소시엄이 법원 허가가 떨어진지 하루 만에 본사를 방문하고 일찌감치 보증금을 납부하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기 때문. 하지만 인수가격과 고용 승계, 실사 과정 등 아직 많은 난제가 남아 있어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옵티스가 인수하는 팬택의 자산(1000억원대)가운데 김포공장(350억원), 전국 AS센터 (200억원) 등은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승계도 현재 남아 있는 1100명중 핵심인력을 포함한 400여명만 할 것으로 보인다. 팬택 관계자는 “최소 인수 금액을 그 정도로 제시한 것일 뿐”이라며 “앞으로 실사 과정에서 인수 대상이 더 늘어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법원은 법정관리 중인 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부분 파산 및 부분 M&A를 인가했다. 과거 대우자동차판매와 비앤비성원에 이 같은 방식의 부분M&A를 허가한 바 있다. 옵티스컨소시엄이 외부로 알려진 대로 인수를 진행할 경우 김포공장과 전국 AS센터 등은 예정대로 파산 절차를 밟아 경매 처분될 전망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옵티스는 일부 자산만 인수하면 휴대폰을 제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춘다”며 “팬택 자산을 인수해 사물인터넷(IoT) 기기와 스마트폰 제조업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 인수만 된다면…

옵티스는 2G 이동통신 가입자 비중이 75%인 인도네시아 시장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를 겨냥해 중저가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으로 ‘팬택 제2의 도약’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미 인도네시아 국영통신사인 텔콤인도네시아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오는 2018년 아시안게임에 맞춰 인도네시아 4G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게 복안이다. 더불어 팬택이 그동안 글로벌 유통망 구축에는 미흡했던 만큼 판매는 샤오미처럼 오직 온라인에서만 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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