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업체 뛰어들었지만…티켓은 2장

[파이낸셜투데이=배효주 기자] 내로라하는 유통 대기업 7곳이 면세점 경쟁에 나섰다. 7월 초 관세청의 서울 시내면세점의 허가를 앞두고 이들 대기업은 입지와 규모, 교통 접근성, 사회 공헌 등에서 차별화를 드러내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다. 내수침체로 고전을 면치 못한 유통업 중 유일하게 성장을 보인 면세점의 올 한해 매출 규모는 무려 10조원이 예측된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 면세점을 차지하기 위한 유통공룡들의 면세점 도전장을 들여다봤다.

서울 시내면세점에 출사표를 던진 기업은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의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 ▲롯데면세점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과 모두투어 등 중소·중견기업 합작법인 현대DF ▲한화갤러리아 ▲SK네트웍스 ▲이랜드그룹 등 총 7곳이다. 이 중 단 2곳만 면세점 카드를 쥘 수 있다.

관세청은 본격적인 특허심사를 통해 다음달 시내면세점 허가를 낸다. 심사에는 ▲운영인 경영능력(300점) ▲특허보세구역 관리역량(250) ▲관광인프라 등 주변환경요소(150) ▲중소기업 제품판매 실적 등 공헌도(150)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정도(150) 등이 반영된다.

◆군침 흘리는 유통공룡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범삼성가와 범현대가가 손을 잡았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면세점 경쟁을 위해 ‘HDC신라면세점’을 설립, 면세점 사업을 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현대산업개발과 계열사인 현대아이파크몰이 각각 25%, 호텔신라가 50%의 지분을 출자한다. 공동대표로는 양창훈 현대아이파크몰 사장과 한인규 호텔신라 운영총괄 부사장이 선임됐다.

HDC신라면세점은 시내면세점 후보지를 현대아이파크몰이 운영하고 있는 용산 아이파크몰로 결정했다. 총 6만5000㎡ 규모 중 2만7400㎡에 400여개의 브랜드가 들어선 면세점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나머지 3만7600㎡는 한류 공연장과 한류 관광홍보관, 관광식당, 교통 인프라와 주차장 등 연계 시설을 조성하기로 했다.

HDC신라면세점이 들어설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은 용산역사 내에 위치해있다. 이에 KTX와 서울지하철 1호선, 경춘선 등과 연결돼 교통이 편리하다는 이점이 있다. 또 아이파크몰 인근에 관광버스 400여대를 동시에 댈 수 있는 주차장을 마련해 많은 외국인 관광객의 수용이 가능하다.

국내 면세산업의 선두주자인 롯데면세점은 ‘노하우’를 내세우며 시내 면세점 쟁탈전에 출사표를 던졌다. 롯데면세점은 1980년 개점 이후 35년간 면세 사업을 운영해 온 면세업계의 ‘베테랑’이다. 또 세계 최초로 루이비통과 샤넬,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의 면세점 입점을 유치했으며 국내 면세점 최초로 인터넷면세점과 모바일면세점을 연 곳이기도 하다. 약 8조원 규모의 상품을 보관할 수 있는 통합물류센터를 갖추고 있어 국내 면세 업체 중 최대의 물류창고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롯데면세점은 시내 면세점 부지로 동대문 롯데피트인을 골랐다. 중국인 관광의 메카인 동대문은 서울 관광특구 지정지역으로 연간 65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 새로운 면세점이 들어서기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위치라는 것이 롯데 측의 설명이다.

또 롯데면세점은 중소 면세사업자와 같은 공간에서 영업을 하며 실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상생모델을 제시, 관세청의 점수를 따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중소 면세사업자인 중원면세점과 함께 복합 면세타운을 건설해 운영할 계획이다. 이들은 브랜드를 공동으로 유치하고 판촉 활동을 벌이며 영업 및 물류 운영에 대해 협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독점 논란이 HDC신라면세점과 롯데면세점의 발목을 잡는다.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가 시내면세점을 유치하는 것은 공정거래법 3조와 4조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정거래법 3조에 따르면 상위 1개 업체가 5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갖거나, 상위 3개 업체가 75%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갖는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된다. 민 의원에 따르면 관세청이 HDC신라면세점과 롯데에 시내면세점 허가를 해줄 경우 ‘독과점적 시장구조를 조장하는 행위’가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롯데면세점의 시장점유율은 50.76%이며 호텔신라의 시장점유율은 30.54%다. 두 업체를 합하면 점유율은 81.30%에 달한다. 이같은 독점 논란에 HDC호텔신라와 롯데면세점의 면세점 입찰에는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대기업들 ‘빅매치’

백화점과 대형마트, 프리미엄아웃렛 등 각종 유통채널을 운영 중인 신세계그룹 역시 시내면세점 쟁탈전에 참여했다. 신세계는 명동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 전체를 면세점 부지로 내놓으며 면세점 쟁탈전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 신세계 명동 본점.

신세계 역시 롯데 못지않게 유통산업 전반에 대한 풍부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백화점과 이마트, 아웃렛 등 다양한 유통 플랫폼과 인프라를 갖고 있다.

신세계 측은 외국인 방문객이 많이 몰리는 명동에 면세점을 유치해 외국인 관광코스 활성화를 비롯, 명동에서 남대문까지 이어지는 관광 벨트를 구축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남대문시장과의 상생까지 도모한다. 지난 4월 23일 신세계는 남대문시장 상인회 및 중구청과 함께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관광 인프라 구축사업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해각서에 따라 신세계는 남대문시장의 환경개선과 시장 마케팅 및 관광 콘텐츠 강화를 위한 소프트웨어 사업을 지원하고, 백화점과 면세점을 연계한 시장 우수상품을 발굴하는 등 적극적인 상생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양대산맥 호텔신라·롯데 독과점 덫에 ‘발목’
명동 본점 바친 신세계…ICT 돋보이는 SK

워커힐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SK네트웍스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새로운 개념의 면세점을 내 놓겠다고 밝혔다. SK네트웍스는 면세점 사업지로 동대문 케레스타에 깃발을 꽂았다. 동대문이 다른 지역에 비해 외국인 관광객의 선호도가 높고 방문객 수 역시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동대문 케레스타 면세점 부지는 총 1만9174㎡로 지하철 1호선‧4호선 동대문역 및 2호선‧4호선‧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과 도보 5분 거리 내에 위치해 있으며 한 번에 약 700여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독보적인 ICT기술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SK텔레콤과 SK플래닛, 11번가 등 주요 계열사와의 협력을 통해 면세점 방문객에게 ICT강국의 이미지를 각인시킨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면세점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상생 전략을 내놨다. 면세점 규모의 1/3 이상을 ‘한국 브랜드 전용관’으로 구성해 동대문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입점하고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의류 외 피혁·뷰티·라이프스타일·키즈 등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발, 국산품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공통분모는 ‘상생’

한화갤러리아는 ‘금빛 건물’로 중국인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63빌딩을 면세점으로 내놓으며 승부수를 던졌다. 63빌딩의 면세점 규모는 1만72㎡로 아쿠아리움과 전망대 등 63빌딩 내 주요 관광시설과 카페, 레스토랑 등 각종 편의시설을 합치면 총 3만6472㎡ 규모의 매머드급 쇼핑·문화 관광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넉한 주차 공간 역시 한화갤러리아의 강점이다. 갤러리아는 대형버스 100대를 동시에 수용 가능한 1607대 규모의 주차시설을 확보하고 있다. 또 인근 한강둔치 주차장을 활용할 경우 추가로 100대 이상의 대형버스를 주차할 수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면세점 경영 능력에서도 인증을 받았다. 지난해 6월 개점한 제주국제공항면세점이 사업 첫해 흑자를 달성해 국내 면세사업자 중 최단 기간 내 수익을 달성한 것이다.

▲ 한화갤러리아 63빌딩.

명품관이 특화돼 있는 것도 장점이다. 갤러리아명품관의 외국인 매출은 매월 30% 이상 신장하고 있으며, 명품관 전체 매출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4%다. 외국인 매출 중 주요고객인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75%에 달한다.

갤러리아는 명품관을 통해 축적한 외국인 관광객 운영 노하우와 제주국제공항면세점의 성공 노하우를 집약해 서울 시내면세점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겠다는 포부를 품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상생’을 전면으로 앞세웠다. 중소·중견기업과 손을 잡고 새로운 법인인 현대DF를 설립했다. 지분은 현대백화점그룹이 50%, 현대백화점그룹과 한국무역협회가 공동 출자한 한무쇼핑이 20%, 모두투어네트워크가 17%를 보유하며 나머지 13%는 엔타스듀티프리, 서한사, 현대아산, 제이엔지코라이, 에스제이듀코가 나눠 갖는다.

63빌딩 내세운 한화…현대 사회환원 ‘눈길’
이랜드 “젊음의 거리 홍대로 차별화 두겠다”

뿐만 아니라 현대DF는 면세점 전체 면적의 1/3 규모를 국산품 매장으로 운영하고 이 중 70% 이상을 중소·중견기업의 상품으로 꾸밀 계획이다. 또 매년 면세점 운영으로 얻은 영업이익의 20%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고 밝혔다.

현대DF는 현대백화점 강남 무역센터점을 면세점 부지로 선택했다. 코엑스 단지에 위치한 무역센터점은 컨벤션센터와 카지노, 코엑스몰, 백화점, 도심공항터미널 등 풍부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또 주차공간에서도 우위에 있다. 현대DF는 관광버스 135대를 주차할 수 있는 별도의 주차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도심공항터미널, 현대백화점 별관 주차장에 35대의 자체 대형버스 주차공간을 갖고 있다. 또 강남구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5분 거리(800m)에 있는 탄천주차장에 추가로 100대의 대형버스 주차시설을 확보했다.

이랜드그룹은 홍대 일대를 새로운 관광 클러스터로 만들겠다는 기대감에 부풀어있다. 이랜드그룹은 1만 4743㎡ 규모의 마포구 서교동 서교자이갤러리를 면세점 부지로 최종 확정했다.

이랜드그룹은 중국인 관광객이 해외 관광객 및 면세점 고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중국 진출 21년의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집약하겠다는 각오다. 현재 이랜드는 중국 현지에서 44개 패션브랜드와 73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또 중국의 완다여행사와의 협업을 통해 연간 100만명 이상의 중국 VIP 고객을 유치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면세기업인 듀프리와도 협약을 체결, 글로벌 명품과 화장품을 공급하며 면세점 운영 노하우 전수를 위해 인력을 파견할 예정이다. 이랜드 역시 면세점 순 이익의 10%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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