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솔로몬] 예전에 KBS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2011년경 방송된 에피소드 중 출연진들의 건강에 대한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건강검진을 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일입니다. 당시 출연자였던 윤형빈이라는 개그맨의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혹(종양)이 발견됐는데요. 이후 조직검사에서 직장 유암종(카시노이드종양)이라는 진단을 받게 됩니다. 국내에서 최초로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이 병에 대해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사실 이 병과 관련해 보험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계속해서 논란이 돼 오던 중이었습니다.

 

▲ 공광길 RMS손해사정 이사

그렇다면 유암종(카시노이드 종양)이란 무엇일까요?

카시노이드(carcinoid)란 carcinoma-like(암과 유사하다)라는 의미로 악성종양과 유사한 형태를 가졌으나 성장속도가 느리고 양성의 임상형태를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아울러 재발이나 전이 등 악성종양 특징을 함께 가지는 종양입니다.

유암종의 정확한 명칭은 신경내분비종양((neuroendocrine tumor)이며 이 병은 종양을 구성하는 세포가 내분비적인 특성을 나타내 호르몬을 분비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경우로 정의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확한 발생빈도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인구 10만명 당 2.5~5명으로 보고되고 있는 흔치는 않은 질병입니다.

예후나 경과가 일반암과 비교돼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다고 볼 수 있지만 스티브 잡스도 이 병으로 투병하다 사망했고 또 최근 개그맨 윤형빈씨도 이 병이 재발한 것으로 확인돼 절대 안심할 수 있는 병은 아닙니다.

보험업계에서는 왜 이 질병이 계속 논란이 될까요?

유암종은 ‘암인 듯, 암이 아닌, 암 같은’ 질병입니다.

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보험업계에서는 이 병을 어떻게 보장할지에 대한 분쟁이 자주 일었습니다.

유암종의 특성상 똑같은 병을 진단 받더라도 누구는 암 진단비를 받고 또 누구는 암 진단비의 1/10의 보험금을 받게 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현재 통계청에서 고시하고 있는 한국표준질병분류체계상 카시노이드종양은 경계성종양과 악성종양의 두 가지로 나눠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같은 병을 진단 받더라도 보험회사는 일정기준을 가지고 암 진단비와 경계성종양 진단비를 구분해 지급하고 있습니다.

보험회사의 경우 약관상 한국표준질병분류체계를 근거로 진단자금을 지급 한다고 돼 있으므로 이를 구분해 지급하는 것이 일견 틀리지 않은 것처럼 보여 집니다.

하지만 질병분류체계라는 것은 의학이 발달하고 병에 대한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동일한 질병이더라도 시기별로 달라 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난소의 경계성종양’의 경우 과거 10년 전에는 질병분류가 ‘악성’으로 됐지만 있었으나 현재는 ‘경계성’입니다.

이 경우 보험금이 5배에서 10배 정도 차이가 나게 됩니다.

문제는 과거에 보험을 가입한 고객들이 현재 이 병을 진단 받은 경우에 보험사들이 현재의 기준을 적용해 보상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10년 전 고객이 보험을 가입할 당시에는 같은 병이라도 암으로 인정을 했으나 현재는 질병 분류체계가 바뀌어 암이 아니기 때문에 암으로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 보험회사 주장의 논지입니다.

이 주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고객 간의 형평성이 무너진다는 것입니다.

10년 전 같은 보험을 가입한 2명의 고객이 같은 병을 진단 받더라도 언제 진단을 받느냐에 따라 10배 이상의 보험금 차이가 발생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죠.

과연 이러한 보험사의 주장이 옳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이제 유암종의 경우로 다시 돌아와 생각해 보겠습니다.

얼마 전 통계청에서는 현재의 표준질병분류체계를 국제질병분류의 개정 내용을 반영해 기존의 경계성 종양으로 분류됐던 유암종을 모두 악성으로 변경하겠다며 각 보험사에 의견 개진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습니다.

카시노이드 종양의 경우 현재처럼 악성과 경계성 종양으로 구분하지 않고 모두 악성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이 고시의 내용입니다.

고시의 내용대로라면 앞으로 보험회사는 유암종의 경우 경계성종양 진단비가 아닌 모두 암 진단비를 지급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보험회사가 과연 임상적으로 양성 종양과 유사할 수도 있는 이 질병에 대해 암 진단비를 전액 지급하려 할 것인지 깊은 우려가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걱정을 하게 만드는 이유는 그동안 보험회사들의 아전인수식 행태를 너무 많이 겪었기 때문일 겁니다.

부디 이런 걱정이 필자의 기우일 뿐이길 바라며 합리적인 보험문화의 정착을 위해 독자들도 관심을 가지고 보험회사들의 행동을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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