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솔로몬] A는 지난 달 빌라 한 채를 소유하고 있는 매도인 B와 총 매매대금을 11억원으로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을 1억 1000만원으로 정하고 매수인은 계약 당일 계약금의 일부인 1000만 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다음 날 매도인은 계약금 잔액을 받기 이전에 계약의 해제를 원했고 계약금을 송금받기로 한 매도인의 은행 계좌를 폐쇄해 매수인이 나머지 계약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됐다. 매수인은 나머지 계약금 1억원을 변제 공탁했다. 그러자 매도인은 자신이 받은 계약금의 일부인 1000만 원의 배액인 2000만 원을 매수인에게 공탁하고 매수인에게 계약 해지의 통고서를 보내서 계약 해지의사표시를 했다. 위 계약은 매도인이 원하는 대로 해제된 것일까?

 

▲ 윤선정 법무법인 정동 변호사

A는 B의 일방적인 계약 해제를 인정할 수 없어 나머지 잔금을 지참해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방문할 예정이니 그 때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교부해 달라는 취지의 통고서를 B에게 보냈다.

하지만 잔금지급기일에 A는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방문했으나 매도인은 참석하지 않았다.

A는 B에게 소유권이전등기 최종 이행기일을 고지하고 이행이 없으며 계약을 해제한다고 내용증명을 보냈다.

B가 끝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A는 계약서에 따라 계약금 기재된 금액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했다.

B는 실제 지급받은 1000만원의 배액을 공탁했으므로 더 이상 손해배상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원은 매수인의 손을 들어줬다.

원상회복으로 매도인은 지급받은 1000만원과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매매계약에서 정한 위약금 1억 1000만원(계약금 및 해약금 약정에 따라)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다만 일련의 사정을 감안해 그 액수는 70%로 감액한 77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법원의 판결에도 B는 계속 계약서에서 약정한 해약금 전액을 손해배상금으로 볼 것이 아니라 실제로 지급된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타당할까?

B는 매매계약이 일단 성립한 후에는 당사자의 일방인 이를 마음대로 해제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을 간과하고 있다.

특히 주된 계약과 함께 계약금 계약을 한 경우에는 민법 제565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해제를 할 수 있지만 계약금의 일부만을 먼저 지급하고 잔액을 나중에 지급하기로 약정하거나 계약금 전부를 나중에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매도인이 계약금의 잔금 또는 전부를 지급하지 아니하는 한 계약금 계약이 성립하지 아니하므로 임의로 주 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

결국 B의 주장과 같이 계약금의 일부만 지급된 경우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해약금의 기준이 되는 금원은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계약금’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쉽게 말해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의 배액만을 상환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면 계약금으로 정한 취지에 반하게 될 뿐 아니라, 교부받은 금원이 소액일 경우 사실상 계약을 자유로이 해제할 수 있어 이를 악용해 계약의 구속력이 약화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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