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성공하면 전국에서 통한다”

[파이낸셜투데이=배효주 기자] 부산·경남의 ‘저도주’ 열풍이 거세다. 소주에 과즙을 첨가한 ‘소주 칵테일’ 시장이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것. 올 3월 롯데주류가 부산·경남 지역 소주 업체인 ‘무학’의 자리를 빼앗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저도주 전쟁은 본격 발발됐다.

◆격돌지는 부산

저도주 시장에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것은 롯데주류다. 롯데주류는 지난 3월 유자를 기반으로 한 ‘처음처럼 순하리’를 출시, 부산·경남지역을 중심으로 판매에 들어갔다. 현재 순하리는 전국에서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순하리는 천연 유자 농축액과 유자향을 첨가한 알코올 도수 14도의 저도주다. 특이한 점은 순하리는 ‘소주’가 아니라 ‘소주 기반 칵테일(리큐르)’이라는 것이다. 술은 주세법에 따라 소주와 맥주, 위스키, 브랜디, 청주, 과실주, 리큐르 등으로 분류된다. 리큐르란 증류주에 과즙 등 첨가물을 넣은 것을 말한다. 롯데주류가 순하리를 리큐르로 등록한 이유도 소주 원액에 유자과즙을 0.1% 첨가했기 때문이다.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순하리(왼쪽)와 무학의 좋은데이 컬러시리즈.

출시 당시 롯데주류가 순하리를 부산·경남에 최초로 선보인 것에 업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부산·경남은 자도주(自都酒)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지역으로, 무학의 ‘좋은데이’가 경남 90%, 부산 70%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어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출시하는 것은 ‘모험’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 대선주조의 시원블루 자몽.

롯데주류 관계자는 부산·경남을 저도주 시장의 격전지로 선택한 것은 기후 및 지역민들의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더운 지방은 도수가 높은 술보다 저도주 시장이 잘 형성되는 특징이 있다”며 “부산·경남은 상대적으로 날씨가 따뜻한 지역이라 사람들이 저도주를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부산·경남 지역은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는 특유의 지역색이 있다”며 “일종의 ‘테스트마켓’으로 ‘부산에서 성공하면 전국에서도 통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순하리는 출시 초기 물량 부족에 따른 품귀 현상으로 소주계의 ‘허니버터칩’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롯데가 품귀현상을 노리고 일부러 수량 조절을 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이에 롯데주류 관계자는 “출시 당시 순하리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라인이 없어 ‘처음처럼’ 생산 라인을 빌려야 했다. 품귀 현상이 빚어진 것은 이 때문”이라며 “현재 소주 생산이 가능한 강릉과 군산, 경산공장을 모두 가동하며 설비 라인을 총동원 하고 있다. 또 충북 청주에 소주 라인을 새로 건설 중”이라고 밝혔다.

롯데주류의 부산·경남 공략에 ‘터줏대감’인 무학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부산·경남 소주 점유율 1위 주류업체인 무학은 순하리의 대항마로 지난 5월 자사 소주 브랜드 ‘좋은데이’에 3가지의 과일향을 첨가한 리큐르 신제품 ‘좋은데이 컬러 시리즈’를 출시했다.

첫 타자 ‘순하리’ 미투 제품 ‘봇물’
하이트진로 출전 여부에 관심 집중

좋은데이 컬러 시리즈는 블루베리 향을 첨가한 ‘좋은데이 블루’와 석류향의 ‘좋은데이 레드, 유자향의 ’좋은데이 옐로‘로 구성됐다. 이들 상품은 출시 일주일 만에 200만병의 판매고를 올리며 순하리 못지않은 주목을 받았다.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세 가지 맛을 선택해 즐길 수 있게 한 것이 인기의 주요인으로 꼽혔다.

무학 관계자는 “주류시장에서 리큐르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소비자가 제품이 없어 맛보지 못하는 불상사가 없게 울산과 창원 공장의 모든 생산 라인을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부산 향토 소주 업체인 대선주조도 천연 자몽과즙과 레몬과즙을 넣은 제품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오는 8일 리큐르 제품인 ‘시원블루 자몽’과 15.8도의 초저도 소주 ‘시원블루 로즈’를 출시한다고 밝힌 것이다.

▲ 금복주의 상콤달콤 순한참 유자.

대선주조 측에 따르면 시원블루 자몽은 자몽과 레몬의 천연 과즙이 기존 시판 제품보다 2.2배 더 많이 들어있어 자몽 특유의 상큼한 신맛이 풍부하다. 또 시원블루 로즈는 100% 천연암반수를 사용했으며 마테잎차와 벌꿀, 식물성 단백질 감미료인 토마틴 등이 들어갔다.

대구·경북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주류업체인 금복주 역시 리큐르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유자향을 첨가한 소주 베이스 칵테일 ‘상콤달콤 순한참 유자’를 출시하며 존재감을 알렸다. 상콤달콤 순한참 유자 역시 알코올 도수 14도로 유자 농축액과 유자향을 첨가, 유자 특유의 상콤달콤한 맛과 부드러운 목 넘김을 특징으로 한다.

한편 이같은 리큐르 열풍에 지난 2012년 하이트진로가 출시했던 ‘참이슬 애플’이 다시 화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및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참이슬 애플의 판매처를 묻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는 것.

◆더 낮고, 맛있게 

참이슬 애플은 하이트진로가 수도권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한정판 판매한 제품이다. 이탈리아 산 천연 사과 과즙을 함유한 알코올 도수 16도의 칵테일용 소주다. 출시 당시 기존 소주와 달리 슬림하고 세련된 병 모양을 도입해 젊고 깨끗한 디자인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완판’을 이끌어냈다.

이에 주류업계의 시선은 하이트진로의 리큐르 출시 여부에 쏠리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리큐르 출시 계획이 없었으나 문의가 계속해서 들어오고 요구도 많아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며 “출시 경험도 있어 제품 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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