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솔로몬] 만일 지인이 당신에게 “좋은 아이템이 있다” “좋은 사업계획이 있다”고 하면서 투자를 권유한다면 어찌 해야 할까요? 우선 상대방이 제안한 아이템이 어떤 사업인지, 사업성은 있는지 즉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등을 철저히 알아보는 것은 물론 사기성이 없는지 뒷조사까지 해 봐야 할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서 건실한 사업계획이라는 확신이 들면 그 때 투자 결정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합리적이고 냉철한 판단을 바탕으로 한 투자결정을 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개 상대방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섣불리 투자하거나 눈앞의 작은 이윤만을 보고 투자하는 경우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다음의 사례를 보며 현명한 투자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 김흥준 변호사

저희 사무실에 어느 날 매우 절도 있어 보이는 노년의 신사(이하 ‘의뢰인’이라 칭함) 한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하지만 위엄 있어 보이는 모습과 함께 왠지 허물어질 것 같은 위태함과 분노, 후회로 가득찬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 의뢰인은 30년 이상을 국방부에서 공직생활을 한 사람으로 아내와 두 아들을 두고 있는 가장이었습니다.

자초자종을 들어보니 얼마 전 법원으로부터 소장을 받았는데 소를 제기한 사람이 의뢰인으로부터 토지 1필지를 매수했던 매수인 A였습니다.

의뢰인은 토지 1필지를 A에게 20억원에 매도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으로 2억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후 A는 의뢰인에게 B라는 사람을 소개하며 해당 토지에 B를 채무자로 은행을 채권자로 한 근저당권을 설정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의뢰인은 A와 B 모두 의뢰인에게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할 것이니 염려 말고 토지를 담보로 제공해 달라는 청에 응했습니다.

하지만 B가 피담보채무를 변제하지 못해 결국 토지는 경매처분 됐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습니다.

A가 적반하장 식으로 자신이 계약금을 지급했음에도 해당 토지가 경매처분 돼 자신이 매입할 수 없게 됐으니 의뢰인에게 계약금으로 지급한 2억원을 되돌려 달라는 소를 제기한 것입니다.

의뢰인은 토지가 경매처분 된 이유는 A가 소개해준 B가 자신의 채무를 이행하지 못해 경매처분이 된 것이라고 항변했습니다.

즉 매매목적물을 멸실한 데에는 A에게도 책임이 있기 때문에 계약금으로 받은 2억원을 돌려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법적으로 A는 의뢰인에게 ‘사람을 소개해 주고 그 사람이 혹은 자신도 함께 돈을 갚을 것이다’라고 말한 것이 도의적 책임은 있을지 몰라도 법적 책임까지는 없습니다.

의뢰인의 주장은 분명 A도 책임이 있다고 막연하게 이야기하는데 그 막연한 이야기를 어떻게 입증을 해야 하는지 정말 막연한 상황이었습니다.

승소가능성이 얼마 없음에도 A의 간절한 부탁으로 이 사건을 맡았습니다.

소송에서 주된 쟁점은 근저당권으로 인해 경매처분 된 데에 B의 책임은 명확하나 소개만 해 주고 ‘피담보채무를 몇 번 갚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 A에게도 책임이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토지가 경매처분 된 데에는 A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으니 의뢰인은 A에게 매매계약금으로 받은 2억원을 돌려주라는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원심에서 패소판결을 받은 의뢰인은 바로 항소를 제기했습니다.

증인출석을 계속 거부해온 B가 항소심 재판에 등장하며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항소심 재판에서 비로소 B의 실체가 들어나면서 A 역시 사기극의 가담자라는 것이 밝혀지게 된 것이었습니다.

결국 의뢰인 승소판결을 받아 2억원을 돌려주지 않아도 됐습니다.

B는 60대 남성 중반의 평범한 인상으로 논리적이고 힘찬 어조는 마치 그가 말하는 모든 것이 진실인 것처럼 느껴지게끔 만드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말 속에는 치밀하게 짜인 거짓말이 있다는 함정이 있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A와 B의 실체는 다음과 같습니다.

의뢰인은 공무원 생활을 퇴직한 후 현금이 필요해 가지고 있던 모텔을 부동산에 내놨습니다.

모텔이 팔리지 않아서 전전긍긍하고 있던 차에 A라는 사람이 나타나 모텔을 매수하겠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A가 아닌 B가 매수하는 것이었습니다.

B는 의뢰인이 내놓은 매매가를 한 푼도 깍지 않고 그대로 매수했고 의뢰인은 고마운 마음이 들어 퇴직 후 자신의 고민과 계획 등을 모두 털어놨습니다.

그 후 B는 자신의 사무실이라며 안산에 있는 으리으리한 건물을 보여주고 의뢰인이 타고 다니던 낡은 자동차를 최신 SM7 자동차로 무상으로 바꿔 주며 의뢰인의 신뢰를 얻었습니다.

B는 자신이 남북 경협사업을 하는데 평양에 10번 이상 다녀왔고 평양에 공장이 있으며 남북 관계만 좋아지면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의뢰인에게 투자를 권유했습니다.

의뢰인이 투자할 돈이 없다고 하자 B는 의뢰인이 가지고 있는 토지와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고 근저당권을 설정 할 것을 권유했습니다.

결국 의뢰인은 시가 100억원에 달하는 자신의 토지 12필지를 B에게 제공했고 B는 이를 가지고 40억원의 은행대출을 받았습니다.

애초에 대출금을 갚을 의사가 없었던 B가 은행에게 40억원의 채무를 변제하지 않자 담보 설정된 토지 전부가 경매처분 돼 의뢰인으로서는 하루아침에 12필지 토지가 사라져버린 꼴이 돼버렸습니다.

A도 B에게 투자 권유를 받고 수십억을 투자했는데 투자금이 딸려 경협사업이 지지부진해 졌다며 의뢰인에게 투자를 적극 권유했습니다.

A 역시 자신의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의뢰인에게 접근한 것으로 피해자인 동시에 사기꾼이 된 것입니다.

의뢰인은 투자 결정을 하기 전에 많은 것을 소홀히 해 막대한 손해를 입었습니다.

의뢰인의 투자 기준은 첫째 친절하다. 둘째 자신의 모텔을 사 줄때 시원시원하게 사 주었다. 셋째 사무실이 으리으리하다. 넷째 남북 경협 사업을 한다는 말을 진실로 들었다. 이것뿐입니다.

의뢰인은 재판에 승소했지만 이미 시가 100억원 상당의 12필지 토지와 아파트를 경매로 날린 상태였습니다.

투자를 할 때는 이것저것 철저히 살펴봐야 하고 투자를 받는 사람의 사업계획이 나의 일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고민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거창한 사업계획만 늘어놓으면서 과도하게 친절을 베푼다든가 하는 사람의 말은 함정이 있을 것이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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