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솔로몬] 다음 사연은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은 40대 여성의 분의 상담 이야기입니다. 상담자분은 자궁암을 치료하기 위해 전자궁적출술(자궁을 모두 제거하는 수술) 과정에서 담당의사는 암전이의 가능성을 고려해 양측 난소까지 모두 절제했습니다. 현행 생·손보 통합약관의 장해분류표에는 ‘흉·복부 장기 및 비뇨생식기의 장해 항목 중 양쪽 고환 또는 양쪽 난소를 모두 잃었을 때’는 장해지급율 50%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담자 역시 양쪽 난소를 모두 제거했으므로 수술 이후부터 당연히 보험료가 면제 될 것으로 생각하고 신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보험회사는 이를 심사 후 보험료 납입면제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며 거절했다며 도움을 청한 사례입니다.

 

▲ 공광길 RMS손해사정 이사

사례만 두고 보면 보험사의 결정이 언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피보험자인 고객의 입장에서는 양쪽 난소를 모두 제거했기 때문에 장해율 50%에 해당되며 납입면제의 조건 또한 재해 또는 재해 이외의 원인이라고 했기에 암 치료 과정에서 난소를 절제했는데도 해당이 되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담당의사 역시 자궁암의 경우 수술 도중에는 암이 어디까지 전이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난소로의 전이 가능성이 큰 만큼 난소를 절제하는 것은 단순 예방차원이 아닌 당연한 치료과정의 하나라고 소견을 냈습니다.

자궁을 절제한 후 조직검사를 시행해 타 장기로의 전이가 의심될 때 다시 난소를 절제한다는 것이 오히려 더 불합리한 치료행위이므로 난소 절제는 합리적인 치료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보험사는 수술 후 시행한 조직검사에서 난소 쪽에서는 어떠한 암세포도 발견되지 않았고 담당의사의 소견 상 양쪽 난소 절제의 사유는 예방적 차원에서 시행된 것이라는 이유로 보험료를 납입면제 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과거 및 현재까지 민영보험회사에서 판매되고 있는 여러 보험 상품들 중 상당수 상품들은 보험료 납입면제라는 특약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는 피보험자(보험 보장을 받는 자)가 주 계약의 보험료(보험계약자가 보험회사에게 납입하는 돈) 납입기간 중 어떤 특정한 상태가 됐을 때 그 이후부터 내야할 보험료를 면제해 주는 제도입니다.

보험료 납입면제의 조건은 다양합니다.

과거 암보험의 경우 암 진단을 받게 되면 암 진단을 받은 날 다음번 이후 보험료를 면제해 주었으며 현재는 종신보험과 같이 납입면제 조항이 들어가 있는 상품은 “피보험자가 장해분류표 중 동일한 재해 또는 재해 이외의 동일한 원인으로 여러 신체부위의 장해지급률을 더해 50%이상인 장해상태가 됐을 때” 장해상태가 된 다음번 이후의 보험료부터 면제를 해 주고 있습니다.

보험료 납입면제 조항은 보험을 가입한 고객들에게는 좋은 제도임이 틀림없습니다.

보험을 가입한 고객들이 어떤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장해를 입게 된다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영위하기란 어려운 일이며 이로 인해 당연히 소득이 줄거나 없어지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이때 고객들이 매달 보험료를 계속해서 납부하면서 보험을 유지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며 오히려 어려운 때 경제적 도움을 받기 위해 가입한 보험이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는 모순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역설적인 상황을 피하고 보험 보장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보험회사는 보험료 납입 기간 중 피보험자가 특정 상태가 됐을 때 보험료 납입 의무를 면제해 주되 보험의 보장기능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든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의 주장 중 누구의 말이 맞는 얘기일까요?

이와 관련해 법원은 자궁근종 제거를 하면서 폐경 이후 난소가 필요 없는 상태가 돼 난소암 및 다른 질환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양측 난소를 제거한 것만으로는 양측 난소에 보험계약이 정한 ‘질병’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양측 난소 절제는 질병에 대해 치유된 후 신체에 남아 있는 영구적인 육체적 훼손상태 즉 장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국 법원은 원고(보험계약자) 패소 판결했습니다.

쉽게 얘기하면 난소에는 질병이 없었으므로 양쪽 난소를 절제했더라도 장해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몇 해 전 A보험사에 수십억에 달하는 보험료 납입면제 신청이 들어 온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지조사를 통해 보험사가 확인한 바로는 당시 담당의사는 한쪽 난소에만 물혹이 있는 환자에게 병변이 있는 한쪽만 제거하기를 권유했으나 환자 본인이 지속적으로 양쪽 모두를 절제해 줄 것을 요구했고 그 목적이 치료가 아닌 납입면제를 받기 위함이었던 것이 확인됐습니다.

법원의 판례는 약관 해석을 엄격하게 적용한 것이고 A보험사의 사례는 실제 현실을 반영한 얘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보험은 여타 금융상품과는 달리 기본적으로 상호부조와 구휼의 정신이 담겨진 제도입니다.

보험료 납입면제라는 제도 역시 보험 보장의 기본 취지를 담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며 이러한 정신에 입각해 보자면 상기 법원 판례는 너무 지나치게 경직되게 약관을 해석해 내려진 판단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예를들면 어떤 사람이 손에 심각한 전염성 질병이 발병해 병이 다른 사람이나 부위로 전이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한쪽 팔 전체를 절단했다면 손 이외의 다른 곳에 질병이 없었던 팔에 대해서는 마찬가지로 장해가 인정되지 않아야 할까요? 과연 이것이 보험의 목적에 부합한 것일까요?

보험회사의 주장이 막무가내식 주장이 아니라는 점은 상기 판례와 고의 사고 사례에서 살펴 볼 수 있었습니다만 치료 과정상에서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다른 사례조차 엄격하게 약관 해석을 적용한다면 보험이 가지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를 잃어버리게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듭니다.

보험의 근본적인 목적이 훼손되지 않게 치료 상 필요한 케이스와 고의적이거나 불필요한 치료를 하는 케이스를 구분해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이것이 보험사와 보험가입자 모두가 상생하는 방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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