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최민정 기자] 신규 아파트 투자 수요가 확대되자 건설업계가 ‘배짱 분양’에 나서고 있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업체들은 최근 들어 아파트 청약 수요가 크게 늘어나자 분양가를 끌어올리는 한편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속속 폐지하고 있다.

이는 최근 들어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크게 치솟자 굳이 가격을 낮출 이유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대구에 분양한 ‘동대구 반도유보라'는 최고 548대 1의 경쟁률로 전가구 1순위 마감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살 사람은 사니까 굳이 가격을 낮출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이같은 행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경기가 오랜만에 회복된 만큼 이 기회를 통해 최대한 수익을 올려야 한다는 계산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 ‘분양가 상한제’ 폐지 이후 분양가 인상

최근 들어 아파트 분양가는 계속 상승 커브를 그리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된 이후 분양가를 인근 시세보다 높게 책정할 수 있게 되자 인기 지역 아파트 분양가는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달 대림산업이 분양한 ‘e편한세상 신촌’의 경우 3.3㎡당 분양가가 2060만원이다. 역세권인데다 인근에 대학들이 많아 수요가 많다고는 하지만 주변 매매가격과 비교하면 상당히 비싼 편이다. 인근 아현동에 분양한 대우건설의 ‘아현역 푸르지오’ 분양가도 3.3㎡당 2040만원에 책정됐다. 서대문구 인근 시세가 3.3㎡당 약 12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높은 편이다.

이처럼 높은 분양가를 책정한 것은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e편한세상 신촌’은 평균 10.6대 1의 청약경쟁률로 전가구 마감됐다. 소형평형인 59㎡에서는 112.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만큼 큰 인기를 누렸다.

지난달 현대건설이 3146가구를 공급한 ‘힐스테이트 태전' 분양가도 3.3㎡ 당 1138만원으로 경기 광주시 시세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광주역 인근에 공급된 ’e편한세상 광주역‘의 소형평형 기준 분양가에 프리미엄 1500만~3000만원을 붙인 매매가보다도 100만원이나 높다.

‘힐스테이트 태전’은 3146가구 중 한 가구만을 제외하고 전 타입 모두 순위 내 마감됐다.

◆ 계약금 비중 높이고 중도금 무이자 없애고

계약금 비중을 높이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4월 분양한 ‘동탄2신도시 푸르지오 2차’와 위례신도시에 공급되는 ‘위례 우남역 푸르지오’의 계약금은 20%다.

보통 건설사들은 계약금을 10%로 책정하거나 1000만~2000만원의 정액제를 적용하기도 한다.

새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계약금 마련이다. 중도금은 대출을 받기 때문에 자금 마련 압박이 덜하지만 계약금은 전액 자신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계약금을 20%로 올린 단지의 경우 그만큼 소비자의 초기 부담이 늘어난다.

중도금 무이자 혜택도 서서히 사라지는 추세다. 소비자를 끌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내걸던 중도금 무이자 혜택은 사라지고 이자 후불제 납부가 늘었다.

호반건설의 경우 올 상반기(1~5월)에 분양한 8개 단지 중 초기에 분양한 송도 호반베르디움 2차만 제외하고 나머지 단지는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없앴다. 대림산업이 4~5월에 서울에 분양한 ‘e편한세상 화랑대’와 ‘e편한세상 신촌’ 역시 이자 후불제를 적용한다.

◆ 일부 ‘미분양’ 역풍

전문가들은 건설사의 ‘배짱분양’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주택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수요자 대부분이 부동산 가격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배짱 분양으로 낭패를 보기도 한다. 포스코건설이 지난 4월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 분양한 ‘서울 북한산 더샵“은 중대형 일부가 미분양됐다. 국민은행 KB자료에 따르면 중대형인 114㎡의 분양가는 약 6억3000만원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홍은동은 서대문구 중에서도 매매가가 그리 높지 않다. 신규 분양 아파트의 경우에도 보통 3.3㎡당 1300만원을 넘지 않는다”며 “특히 강북지역의 경우 중대형이라도 5억 이상 넘어가면 가격 부담이 큰데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은 것이 미분양을 낳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주택 수요가 급증했다고 갑자기 분양가를 높이면 매매 수요가 줄어들 것”이며 “분양가가 갑작스레 상승하면 지난해부터 조금씩 회복되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가라앉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책임연구원은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을 강조했다.

조 책임연구원은 “건설사 입장에서 부동산 시장 호황 시기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격을 높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소비자 스스로가 인근 시세 등을 따져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지는 않은지, 각종 혜택이 과도하게 축소된 것은 아닌지 등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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