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정의 바로세우기 위해 소임 다할 것”

▲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파이낸셜투데이=이혜현 기자] 김한규 변호사는 지난 1월, 서울지방변호사회 100년 역사상 최초로 전임 집행부 부회장 출신으로 2위와 역대 최고표차로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에 당선됐다. ‘비주류 변호사 출신 회장’ ‘젊은 서울변호사회’ 등의 수식어가 말해주듯 김한규 체제의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대한 외부의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특히 민감한 법률 현안에 대해 솔직하고 과감한 발언을 하는 거침없는 행보가 눈길을 끈다. 파이낸셜투데이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정의가 살아있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법조계에서 활약하고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담았다.


“늘 사회의 부조리를 미약한 힘이라도 보태서 바꾸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수많은 어려움을 견뎌왔던 것 같다”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지난날을 회상했다. 가천대(당시 경원대) 역사상 최초의 사법시험 합격자라는 타이틀이 말해주듯 김 회장은 전형적인 ‘개천에서 용이 된 인물’이다. 연줄도 든든한 뒷배도 없는 혈혈단신의 몸에도 불구, 오직 초심을 지키는 노력하나로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인터뷰 내내 김 회장은 단호한 의지와 굳은 신념이 몸에 밴 사람이라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법조인의 길을 가야겠다고 결심한 걸로 알려진다. 이 같은 선택을 하게 된 구체적인 계기가 있다면?

90학번으로 가천대학교에 입학했다. 90년대는 우리나라 현대사에 있어 중요한 시점이었다.

과거 독재정권에서 민주화로 넘어가는 과도기로 사회분위기가 무척 어수선했다. 민주화의 바람이 거리 곳곳에서 일었다. 시위하는 군중과 이들을 향해 날아드는 최루탄을 쉽게 볼 수 있었고 분신자살하는 대학생들도 많았다.

최근 24년 만에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을 받은 강기훈 씨의 유서대필 사건도 91년도에 발생했다. 그 사건은 대학시절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내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했다.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큰 역할을 하고 싶었다.

사법고시에 합격하면 나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질 것 같았다. 좋게 말하면 20대 청년의 순수함과 열정이 법조인의 길을 선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같다.

Q. 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성남시에 소재한 정신장애인 시설 ‘고운누리’에서 약 3년 간 매달 법률상담과 교육을 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생소한 경험이라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일을 계속 할수록 정신장애인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고 사회 소수자에 대해 재능을 기부할 수 있었다는 점이 정말 뿌듯했다. 일에 대한 성취감과 보람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때 진심으로 변호사가 되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사시 폐지? 나 같은 사람 법조인 못돼
로스쿨 자체 정화 노력·의지 없어 유감

 

Q. 로스쿨 제도가 보완되고 정착돼야할 과제가 남아 있음에도 사시 존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사법시험은 재력과 학벌, 나이, 성별 등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제반 환경과 무관하게 누구나 법률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가장 공정한 시험이기 때문이다. 즉 사법시험은 공정사회실현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Q. 로스쿨 통폐합을 두고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와 석 달 넘게 갈등 중인데 현재 진행상황은?

갈등이라기보다는 로스쿨의 제반 문제점을 지적함에도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이를 외면하는 것이다.

제주대로스쿨, 경북대로스쿨 등 학사관리가 문제되는 사례가 적발됐을 때 로스쿨협의회는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선책을 내 놓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외면하고 있다.

로스쿨 측은 변호사들을 대폭 선발하되 시장에서 평가받을 것을 주장하면서도 로스쿨 간의 경쟁은 도외시하고 있다. 결국 로스쿨 입장에서도 부실 로스쿨은 정리하는 것이 로스쿨 생은 물론 법률소비자인 국민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시출신과 로스쿨출신이 긍정적으로 경쟁하면 곧 국민에게 향상된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예컨대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기 부단한 노력을 할 것이다.

특화된 전문분야를 개척하고 그와 관련된 지식을 쌓기 위해 공부도 더욱 열심히 할 것이다. 무엇보다 법률가라는 지위가 특권을 가진 사회지도층이라는 권위주의 관점에서 벗어나 의뢰인에 대해 보다 낮은 자세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법조인, 바른소리 내는데 적극적이어야
전관예우 등 잘못된 관행 개선이 우선

 

Q. 상고법원 도입 문제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와 입장이 다르다. 외부에서는 두 협회 간 불협화음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불협화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한변협은 물론 서울변회도 회원들의 직선제를 통해 수장을 선출한다. 하나의 집단에 소속된 여러 명의 구성원 각자의 의견이 있는 것이고 때로는 그 의견이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모든 현안에 대해 동일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까? 언론사도 다양한 목소리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Q. 상고법원 도입을 두고 일각에서는 대법관에 재판받을 권리, 3심제 등 헌법적 가치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헌법재판소는 헌법상 재판을 받을 권리가 모든 사건에 대해 대법원에서 재판받을 권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 특히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재판받을 권리가 보장돼야 하는 것이다. 심리불속행이 폐지되고 사실심이 충실화된다는 전제하에 국민은 대법관이 재판하든 상고 법원 판사가 재판하든 사실관계에 부합하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재판을 신속하게 받기를 원한다고 본다.

Q. 부실 로스쿨 퇴출과 변호사수 1000명 이하 감축, 사시 존치 법률안 통과, 변호사법 위반 시 엄단 조치 등 주요 공약들을 실천하기에는 임기가 너무 짧지 않나?

동의한다. 그러나 딱 하나의 공약만 추진한다고 가정해도 그것이 실현된다는 보장은 없지 않을까?

법조계에 산재하는 모든 현안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내고 실천해 조금이라도 개선된다면 후회는 없을 것 같다. 변호사법상 변호사는 정의실현과 인권보장을 사명으로 한다.

이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공익변호사 2명에 대해 무상으로 사무실을 제공해 후원하고 있으며 공익전담 법률사무소에 대해서는 경유회비를 면제하는 등 협회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Q. “임기 동안 변호사 업계 전반의 잘못된 관행을 고쳐 나가는 데 전력을 다 하겠다”고 피력했는데 현재 가장 문제점으로 생각하는 현안은?

단연 전관예우 문제다. ‘전관비리’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이같은 대한민국 특유의 기형적인 법조계 폐단 타파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울러 브로커 등 변호사가 아닌 자가 법률업무를 하는 것에 대해서 강력한 법의 철퇴를 가해 공정하고 올바른 법률시장을 형성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Q. 변호사를 1000명 정도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국민 여론은 변호사 증원 쪽이 더 우세하다. 상고법원 설치 문제도 마찬가지다. 국민 여론은 상고법원 설치보다 대법관 수 증원을 더 선호한다. 이에 대한 생각은?

최근 집사 변호사, 기획소송 등 변호사의 행태에 대한 비난이 많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에 당선된 지 이제 100일이 넘었는데 구치소 등에서 변호사에 대한 진정 신청 사건이 4건이나 된다. 과거에는 이러한 사례가 없었다.

또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기획소송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예를 들면 저작권법위반을 이유로 무차별적인 소송, 고발 남발은 자칫 본래의 의도와는 달리 커다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배고픈 변호사는 배고픈 사자보다 무섭다’는 격언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법관 수 증원 문제도 과연 몇 명의 대법관 수를 증원하면 작금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 재판하는 대법관이 12명인데 2배로 증원하면 해결될 문제인지 의문이다. 최소한 50명은 넘어야 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일 년 내내 인사청문회만 하다 시간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무엇보다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실제로 개선되는 것에만 중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최근 김인숙 변호사에 대한 서울중앙지검의 징계 신청에 대해 헌법상 진술거부권을 무시한 징계신청 남용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밖에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과 박상옥 대법관 후보 반대, 세월호 특별법시행령 반대 등 논란이 일고 있는 민감한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같은 공식 발언이 정치적 행보로 비춰지는 것이 우려스럽지는 않은지?

진술거부권문제는 헌법상 기본권문제고 이에 대한 변호인의 권유는 당연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는 검찰의 월권이다. 유서대필문제도 과거 검찰과 법원의 오류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라고 본다. 박상옥 후보 반대 역시 대법관 인선에 대한 의사표시로 변호사단체가 당연히 목소리를 내야 하는 사안이다.

세월호특별법시행령은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최악의 참사였던 점에서 이에 대한 올바른 해결책 모색을 위한 것이었다. 법조인은 사회부조리를 지적할 수 있는 힘과 지위가 있다.

사회적으로 문제되는 사안에는 정치와 경제, 법률 모든 문제가 같이 묶여있다. 법과 정의에 합치되지 않는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데 비난과 역풍이 두려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야 말로 법률가로서 직무 유기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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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프로필>
 

▲ 2004년 제46회 사법시험 합격

▲ 제36기 사법연수원

▲ 소비자시민모임 성남지부 운영위원

▲ 가천대학교 법학과 초빙교수

▲ 민족문제연구소 고문변호사

▲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

▲ 現 사법연수원 운영위원회 위원

▲ 現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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