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인터넷 전업 보험사로 미래 보험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야심찬 계획이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인터넷 보험 사업이 국내 시장에선 신통치 않은데다 공동 설립자인 일본 업체가 최근 투자 계획을 거둬들였기 때문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과 손잡고 교보라이프플래닛을 공동 설립한 일본 라이프넷이 최근 교보라이프플래닛에 대한 투자 계획을 사실상 철회했다.

일본 현지에서 라이프넷의 성장세가 꺾인데다 지난해 대주주가 바뀌면서 경영진이 기존에 세워놓은 해외 진출 계획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라이프넷 측은 지난 2013년 교보라이프플래닛 설립 당시 64억원을 출자한 이후 투자를 전면 중단한 상태다.

결국 교보생명은 1000억원에 가까운 나머지 출자분을 혼자 책임지게 됐다. 금융위원회가 이 회사의 설립 인가 조건으로 2017년까지 자본금을 1060억원으로 확충토록 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이 떠안아야 할 자금 부담이 크게 늘면서 라이프플래닛 실적 개선에 대한 압박감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신 회장이 각별한 애정을 쏟은 사업인 만큼 만에 하나 실패할 경우 신 회장이 져야 할 경영책임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그는 온라인 채널이 미래 보험 트렌드를 주도할 것으로 보고 이 회사의 설립을 적극 추진했다.

신 회장은 파트너인 일본 라이프넷으로부터 온라인 채널 경영과 상품 개발 전략 등의 노하우를 전수받아 한국 온라인 보험시장을 석권한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수립했다.

하지만 라이프넷과의 협력이 사실상 물건너 가면서 교보는 혼자 힘으로 척박한 온라인 보험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보험업계에서는 국내 온라인 채널이 정착 초기 단계에 불과한데다 사례도 많지 않아 온라인 기반의 생명보험사가 홀로서기는 무리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이 ‘설립 5년 내 흑자’라는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2013년 50억원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에도 16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봤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교보라이프플래닛이 현대해상에 흡수된 하이카다이렉트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이카다이렉트는 현대해상의 온라인 자동차보험 자회사로 지난 2005년 탄생했지만 실적 부진 등으로 결국 현대해상과의 합병을 결정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직 국내 시장에서는 온라인 보험사가 자생력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생명보험사들도 개별 회사로 출자하기 보다는 사업부로 개편한 상황”이라며 “교보생명도 자금을 투입한 이상 시너지 창출과 수익 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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