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이 보험설계사로 변신한 이유

생명보험업계의 ‘큰 형님’인 삼성생명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10년 간 쾌속질주를 이어 왔지만 최근 시장환경 악화에 전 직원이 총대를 메고 영업 현장에 뛰어들 준비를 완료했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매출은 27조4264억원으로 2004회계연도(22조4594억원) 대비 22.1% 증가했다. 영업이익 역시 1조4055억원으로 같은기간(3574억) 대비 243.2% 늘었다. 당기순이익도 5758억원에서 1조3375억원으로 132.3%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1.59%에서 5.12%로 3.53%포인트 상승했다.

2004년 삼성생명의 선장은 배정충 전 사장이었다. 배 전 사장은 2년 뒤인 2006년 부회장까지 승진했고, 지금은 은퇴 후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현재 삼성생명의 최고경영자는 김창수 사장이다. 김 사장은 2012년 삼성화재 사장으로 영입되기 전까지 대부분의 경력을 삼성물산에서 채웠다.

지난 10년 간 삼성생명의 식구는 줄었지만 남은 직원들의 살림살이는 나아졌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직원 수는 5481명으로 6221명이었던 2004년에 비해 740명 감소했다. 반면 직원들의 연봉은 이 기간 4730만원에서 8600만원으로 3870만원 올랐다.

10년 전 삼성생명에는 생각지 못했던 호재에 웃음꽃이 끊이질 않았다. 보험료 인상을 앞두고 보험가입이 폭증하면서 즐거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2005년 3월 영업 마감일을 이틀 남겨둔 29일 당시 삼성생명은 신계약건수 18만9000건이라는 경이로운 실적을 올린 것으로 잠정집계 됐다. 전달인 2월의 12만2000건에 비해 무려 6만건 넘게 계약이 급증한 것이다. 생보업계의 ‘맏형’ 지위도 굳건해졌다. 삼성생명은 2004년에도 74개 금융회사들을 대상으로 금융감독원이 선정하는 민원처리 내용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현재 분위기는 마냥 좋지만은 않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준금리가 잇달아 세 차례나 인하되면서 역마진 상태로 진입했다. 비록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이 4637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 늘었지만 이 역시 결국 삼성화재 등 계열사로부터 받은 배당금과 계열사 퇴직연금 시장 확보에 따른 일시적 효과라는 분석이다.

이에 삼성생명은 사장까지 나서 전 직원이 영업전에 돌입할 태세다. 올해 하반기부터 전 임직원이 자사 보험상품 영업에 들어간다. 설계사 등 기존 영업조직 뿐 아니라 본사 사무직 직원들까지 판매에 나선다.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영업만이 살 길’이라는 경영 판단에 일선 직원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상당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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