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대로’ 달리다 주춤…환율에 ‘발목’

명실상부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를 넘어 글로벌 기업이 된 현대자동차. 시가총액 순위를 기준으로 2004년 국내 기업 순위 6위에서 지난해 2위까지 껑충 뛰어올랐지만 최근 수익성엔 빨간불이 켜졌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현대차의 지난해 매출은 43조459억원으로 2004년(27조4725억원) 대비 56.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조7355억원으로 같은기간(1조9814억원) 대비 88.5% 늘었다. 당기순이익 역시 1조8041억원에서 4조9137억원으로 172.4% 급증했다. 영업이익률도 7.21%에서 8.68%로 1.47%포인트 상승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현대차의 핸들은 정몽구 회장이 잡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장으로서 굳건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0년 간 현대차의 식구는 1만명 넘게 늘었고 연봉 역시 두 배 가까이 뛰면서 격세지감을 느끼게 했다. 지난해 현대차의 직원 수는 6만4956명으로 5만3218명이었던 2004년에 비해 1만1738명 증가했다. 이 기간 연봉은 4900만원에서 9700만원으로 4800만원 늘었다.

경영안정성 역시 크게 개선됐다. 현대차의 지난해 말(12월 31일) 기준 유동비율은 220.56%로 2004년(130.19%) 대비 90.37%포인트 상승했다. 부채비율은 34.34%로 같은기간(84.82%) 대비 50.48%포인트 떨어졌다.

현대차를 먹여 살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간판 차량인 ‘쏘나타’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국내 대표 수출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다. 2004년 4월 상반기 현대차의 미국시장 시장점유율은 2.9%로 1년 전에 비해 판매량이 20% 이상 늘어나는 등 해외시장에서의 약진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도 현대차를 이끌고 있는 것은 쏘나타다. 상황은 같지만 성적은 딴판이다. 루블화 폭락과 원화 강세 등 글로벌 시장의 환경 변화에 직격탄을 맞았다. 잘 나갈 때나 주춤할 때나 관건은 수출인 셈이다. 여기에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과징금까지 부과하면서 현대차의 국제적 이미지까지 손상될 위기에 처했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원화가 유로화 대비 큰 폭의 강세를 보이며 현지공장의 원가가 상승했고 이에 현지에서 수요가 둔화돼 실적에 부담을 안겼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국 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에는 이미 ‘적신호’가 켜졌다. 간판인 쏘나타 판매도 부진한 가운데 엘란트라 판매까지 정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재고와 인센티브 증가로 올 1분기까지 실적 부진을 지속할 것이며 배당도 시장의 기대치에 못 미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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