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공간에 ‘뿔난’ 기존 회원들

[파이낸셜투데이=이신영 기자] 수년전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던 ‘T24사건’으로 유명해진 ‘SLR클럽’이 성적 수위가 높은 소모임 ‘탑씨크릿(탑씨)’ 게시판을 일반 회원들 모르게 비밀리에 운영해온 것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이에 배신감을 느낀 기존 SLR클럽 회원들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SLR클럽은 디지털카메라 관련 인터넷 동호회로 한 회원이 2012년 군용 24인용 텐트를 혼자서 설치할 수 있다는 글을 올리고 실제로 성공한 소위 ‘T24사건’으로 유명세를 탄 커뮤니티다. 이후 접속자가 폭증하면서 디지털카메라에 관심이 없는 일반 누리꾼들까지 다양한 내용을 공유하는 사이트가 됐다. ‘여성시대’는 이름 그대로 여성 회원들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인터넷 카페다.

◆여시벙커사태

문제의 발단은 이렇다. 한 SLR클럽 회원이 ‘스르륵 여시벙커사태 정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여기서 ‘스르륵’은 ‘SLR클럽’을, ‘여시’는 다음 카페 ‘여성시대’ 커뮤니티를 의미한다.

게시글 내용은 SLR클럽 내 이상한 소모임에 접속했는데 해당 소모임 게시판이 자유게시판과 기타게시판 등과 다른 특혜를 받고 있는 거 같다는 주장이다. 확인결과 SLR클럽의 ‘탑씨’ 소모임 게시판은 베타테스트로 국내 여성 커뮤니티 ‘여성시대’ 회원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본인의 신분증과 셀카 사진을 찍어 올리는 등의 인증절차를 거쳐야 회원가입을 받는 이 소모임은 가입 후에 ‘여성시대’ 다음 카페에서 다시 신청을 해야만 정회원이 된다.

▲ 다음 카페 '여성시대'에 올라온 운영진 사과문 캡처.

게시글에 따르면 해당 소모임 게시판은 댓글에 이미지 등록이 가능하고 게시글 작성 시 에디터 사용이 가능하고 사진 용량은 15MB 제한이다. 현재 SLR클럽 사진 용량 첨부는 2MB로 제한돼있고 댓글에 이미지 등록이 불가능하다.

SLR클럽 운영진에 따르면 해당 소모임 게시판은 베타테스트로 새로운 DB구조 및 기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SLR클럽 회원들은 클럽 운영진이 정당한 이유 없이 여시 회원들에게만 ‘클로즈 베타 서버’를 사용할 수 있는 특혜를 줬다는 것에 분노했다.

SLR클럽 회원들은 “SLR클럽이 재정상 어려울 때 기부까지 했는데 운영진의 회원차별에 배신감을 느낀다”며 “탈퇴하고 돌아오지 않겠다”고 실망감을 표현했다.

기부까지 했는데 배신감 느낀다
성적 수위 높은 비밀게시판 운영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SLR클럽 운영진들은 일반 회원이 자유게시판과 기타 게시판에 성적인 글과 이미지를 올릴 경우 회원정지 등 강력한 처벌을 한다. ‘탑씨’ 소모임 게시판에도 음란성 글과 이미지가 게시되었지만 해당 게시판에선 회원 제재가 없었다. 타 게시판에서는 음란 게시물이 올라오면 ‘신고하기’ 기능으로 신고하면 해당 게시물을 볼 수 없다. 하지만 해당 소모임 게시판엔 이 기능조차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새벽 시간에 게릴라성으로 열린 소모임 탑씨 게시판은 여시 회원들이 성인 영상들의 주소를 링크하고 파일을 공유하는 목적으로 사용했다. 해당 소모임 가입자가 게시글을 캡처한 사진을 보면 아마추어 성인소설과 만화, 남자 연예인에 대한 낯 뜨거운 조롱, 성인용품 사용기, 원나잇 경험담 등에 게시됐다. 이 게시판엔 ‘야외에서 성인용품 사용해 봤는데’, ‘집 앞 주차장에서 카XX 했는데’ 등 지나치게 선정적인 글이 게시됐다.

▲ SLR클럽 소모임 게시판 탑씨 캡처.

SLR클럽 회원들은 성인게시물의 제제를 강하게 하면서 운영진이 비공개 성인게시판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 거나 마찬가지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 SLR클럽 회원은 “기존 게시판에 올린 사진이 조금이라도 야하면 활동정지를 하는 운영진이 저기(탑씨)에는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았던거냐”며 지적했다.

이에 여성시대 운영진은 공지를 통해 “SLR클럽 회원분들과 운영자님께 사과드립니다”라는 사과문을 올렸다.

여성시대 게시판에 한 회원이 “음란물 유포로 다른 곳에서 태클 걸어오면 SLR클럽 법률팀이 책임져준다고 안심하고 즐기라던 공지하지 않았어?”라는 댓글을 남겨 논란에 불을 더 지폈다.

SLR클럽 운영진의 태도에 분노한 SLR클럽 회원들은 회원 탈퇴 후 타 커뮤니티 사이트 ‘오늘의유머’와 ‘루리웹’ ‘팝코넷’ 등으로 이주하며 ‘사이버 망명자’를 자처하고 있다. 특히 딴지일보는 망명자들이 몰리면서 홈페이지 속도가 느려지자 “지금 서버 사러갑니다”라는 익살스런 글을 게재했다.

◆사이버 망명

논란이 커지자 SLR클럽 운영진은 공지를 통해 사과문을 올려 “여성시대 게시판(탑씨 소모임)은 사실상 독립된 서버에서 운영되는 별도의 사이트”라며 “SLR 클럽은 서버 및 개발 부분을 제공하고 실제 운영은 전적으로 여성시대 기존 운영진이 진행해왔다”고 해명했다.

사과문에도 불구하고 12일 SLR클럽 회원들은 “망한 사이트의 게시물을 열람할 수 없습니다”라는 항의를 지속적으로 올리고 “탈퇴하겠다”는 글을 지속적으로 게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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