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베다 위키’ 영리화 사태
‘리그베다 위키’ 영리화 사태
  • 이건엄 기자
  • 승인 2015.05.12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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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항목’은 이제 제겁니다.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우리는 ‘정보홍수’시대 속에 살고 있다. IT기술의 발전과 빠른 인터넷 보급에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또 다른 이면이 존재한다. 바로 무분별한 정보의 습득과 복제, 그로인해 생기는 ‘저작권’분쟁이 그 예다. 자신의 지식을 바탕으로 한 정보가 갑자기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쓰인다면 기분이 썩 좋진 않을 것이다. 국내 유명 위키 사이트 리그베다 위키는 최근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 드러난 야욕

‘빠른’을 뜻하는 하와이어 ‘위키’는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고 웹 브라우저를 이용할 수 있는 기기만 있다면 간단한 내용을 추가·수정·삭제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말한다. 사이트에 방문한 누구나 내용을 가공할 수 있어 다양한 지식을 교류할 수 있는 집단 지성으로 대표된다. 이처럼 정보를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지만,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확실하게 명시되지 않는 다면 분쟁의 소지는 다분할 수밖에 없다.

리그베다 위키는 국내의 많은 위키 형식 사이트 중 하나다. 게시판에 이용자들이 글을 올리면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받고 이를 통해 하나의 항목이 작성되는 형식이다. 최근 이 게시물을 놓고 사이트의 운영자가 사유화하려 한다는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리그베다 위키의 운영자 ‘청동’이 이용약관을 이용자들 몰래 수정하고 이를 통해 모든 게시물의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3월 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Egoiswerk’라는 닉네임의 리그베다 위키 사용자가 영문 위키피디아 백과사전의 ‘네버랜드’ 문서를 그대로 번역해 위키 항목을 작성했다. 이에 위키피디아 유저들은 “이전에도 이와 같은 일들이 다수 발생했다”며 “명백한 저작권 침해”라고 항의했다. 갈등이 리그베다위키와 위키피디아 전체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자 양측은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해결책을 강구하기로 합의했다.

얼마 후 리그베다 위키 게시판에는 ‘리그베다 위키의 속살을 공개한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리그베다 부관리자인 ‘사채꾼’은 글을 통해 “오프라인 모임에서 나온 내용은 추후에 정리할 예정이다. 현재 리그베다 위키는 자금난으로 힘들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사채꾼은 “리그베다 위키는 매달 큰 적자를 보고 있고 운영비용은 운영자의 사비에서 나오고 있다”며 “현재 사이트에 올라온 플로팅 광고는 이익추구가 아닌 적자로 인해 게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이런 상황을 버티기 힘들기 때문에 사업자 등록을 내고 로펌을 선임했다. 리그베다 위키를 연결하는 엔하위키 미러는 많은 루트로 유입되는 사람들로 인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며 “이것을 막으려 연락을 취했지만 3년 동안 연결되지 않아 법정소송을 진행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이기심에 무너진 집단지성
관리자부재에 혼돈 속으로

이글에 의문을 가진 리그베다 위키 유저들은 직접 조사한 결과 정작 리그베다 위키쪽에서 과도한 트래픽을 이유로 검색엔진 노출경로를 막아왔고 방문자가 없어 수익을 내지 못했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2013년 3월 24일에 엔하위키 미러와의 화해내용이 담긴 공지 글이 발견되면서 ‘3년 가까이 연락이 안 된다’라는 리그베다 측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그들의 중론이다.

그러던 중 한 이용자가 사업자 등록 정보를 리그베다 위키 운영진에 요청했다. 관리자 청동은 사업자 등록 번호 일부와 부가가치세 신고서를 함께 공개했다. 상호자명에는 ‘리그베다위키’로 표기돼 있었고, 사업자번호를 분석한 결과 영리사업자로 등록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이용자는 “2012년 이전에 이미 등록을 마친 것이 확인됐다”며 “처음부터 돈을 목적으로 운영진 자리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블로그 ‘Rainsy의 비밀 연구실’에 올라와 있는 게시글 캡처.

또 과거 청동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이 공개되면서 청동의 리그베다 위키 사유화 야욕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내용인즉슨 위키 관리자의 권한을 넘겨받기 이전부터 위키를 이용해 돈 벌 궁리를 하고 있었다는 것.

청동의 만행은 약관변경에서도 드러났다. 리그베다 위키의 약관·방침을 이용자들에게 어떠한 공지도 하지 않은 채 몰래 변경한 것이다. 청동은 “이용약관의 개정에서 이용자들의 사전 동의를 과거 관행처럼 동의를 안 받고 진행한 점에 대해서는 유감이다”라며 “약관에 명시돼 있는 ‘기부’를 ‘위임’으로 바꾼 것을 유지하고 변경 이전의 문서들도 이 약관의 적용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수많은 유저들은 자신들이 ‘기여’한 글을 삭제하겠다고 나섰다. 실제로 3000개 이상의 항목들이 변경되거나 삭제됐다.

◆ ‘무정부’ 상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CCL)에 따르는 저작물을 영리목적에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리그베다 위키 약관은 CCL에 따라 작성됐기 때문에 현재 청동이 하고 있는 모든 행위 자체는 불법에 해당된다. 한 사람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인해 집단지성으로 대표되는 위키의 본질이 훼손된 것이다.

▲ 리그베다 위키에 올라와 있는 두 항목이 악성 이용자들에 의해 내용이 뒤바뀐 모습.

현재 리그베다 위키 사이트는 접속이 어려운 상태다. 관리자인 청동이 관리를 포기하면서 악성 이용자들이 리그베다 위키의 항목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테러(ex. 음란사진 게시, 관련없는 내용 게시 등)를 가했고 이로 인해 서버를 내렸기 때문. 박완규 모니위키 개발자는 SNS를 통해 “관리자가 고의적으로 서버를 내렸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이에 많은 유저들이 리그베다 위키를 대체할 새로운 위키를 만들어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한편 관리자 '청동'은 현재 행방이 묘연한 상태이며, 부관리자 사채꾼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진다는 명목으로 부관리자 자리에서 물러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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