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솔로몬] 흔히 법률에서 말하는 처분문서란 증명하고자 하는 법률적 행위가 그 문서 자체에 의해 이루어진 문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흔히 작성하는 계약서가 대표적인 처분문서입니다. 만일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당사자의 의사와 다른 내용의 계약서가 작성됐더라도 당초의 취지대로 계약의 내용이 이행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복잡한 법적분쟁을 피하려면 계약서 각 조항의 의미를 충분히 숙지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계약 당사자 사이 충분한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단정한 나머지 중요한 내용을 누락하거나 의도와는 다른 내용의 조항이 계약서에 포함되는 경우, 서로 타협점을 찾지 못해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계약서 및 계약서에 기재된 문구를 둘러싼 당사자들의 상반된 주장이 문제된 사안입니다.

주택을 신축해 분양하는 업자 A는 지인 B의 요청에 따라 B의 채권자인 C에게 분양계약서를 작성해 주면서 ‘분양대금은 완불한 것으로 한다’는 내용의 문구를 넣었습니다.

이후 C는 위 분양계약서를 근거로 A에게 계약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습니다.

A는 분양계약서를 작성한 것은 사실이지만 애초에 C에게 주택을 분양할 뜻이 없었고 분양계약서의 문구와 달리 C로부터 대금을 지불받은 사실이 없었으며 단지 B와의 내부적인 관계를 고려해 형식적으로 분양계약서를 작성해 주고 위 문구를 기재한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A의 항변을 배척하고 분양계약서의 효력을 인정했습니다.

계약서와 같은 처분문서의 효력에 대해 판례는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그 처분문서에 기재돼 있는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어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해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해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당사자 합의하에 계약서가 작성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재된 내용대로 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따라서 계약 당사자는 계약의 내용대로 의무를 이행할 책임이 있습니다.

물론 계약을 둘러싼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나 내용의 해석 등에 다툼이 있거나, 계약서의 내용과 다른 약정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법원은 논리와 경험칙에 기반한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합니다.

하지만 계약서의 내용에 반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음을 실제로 증명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실제 소송에서는 계약서의 특정 문구가 갖는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거나, 계약서에 반영하지는 않았지만 당연히 합의가 된 사항이라는 주장이나 항변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계약을 둘러싼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간결하고 명료한 문구를 사용해 계약서를 작성하고 중요한 내용이나 분쟁이 예상되는 사항을 상세하게 기재해 포함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아울러 계약과 관계없는 제3자를 통해 계약 조항이 객관적으로 어떻게 해석되는지를 확인받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현실에서는 다양한 관계에서 맺어지는 무수히 많은 형태의 계약이 존재합니다.

불필요한 요구로 상대방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걱정이나 지나치게 사람을 믿지 못하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 우리 사이에 정확한 계약서가 무슨 필요가 있겠느냐는 믿음 등의 이유로 계약서의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습니다.

잘 작성된 계약서는 거래의 기본이 되는 안전장치이자 불필요한 분쟁으로 인한 금전적, 시간적, 감정적 소모를 사전에 방지하는 가장 좋은 수단입니다.

-김정현 법무법인 서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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