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 받지 못하는 그들…예우 VS 과잉 경호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
[파이낸셜투데이=이혜현 기자] 나라 살림이 어수선하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역대 최대치의 세수부족에 시름했다. 경기불황으로 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매년 반복되는 정부의 한결같은 해명이지만 정작 국민 혈세는 줄줄 새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가 흥청망청 세금이 낭비되는 현장을 연중기획으로 담는다.


국민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전직 대통령들의 신변을 지키는데 투입되는 국민 세금이 어마어마하다. 전직 대통령의 황제 경호는 오래전부터 논란의 중심이 됐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호비가 현직 대통령보다 많이 든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전직 대통령의 과잉 경호는 또 다시 비난의 도마 위에 올랐다. 전직 대통령 경호의 적정한 한계선이 어디까지인지 또 세금은 얼마나 투입돼야 하는지를 두고 벌어지는 ‘혈세 낭비 논란’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퇴임한 뒤에도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전직대통령법)에 따라 각종 혜택을 받는다. 전직대통령법이 규정한 대표적인 혜택은 연금과 경호다. 이는 엄연히 헌법이 보장한 권리로 모두 국민 세금에서 지급된다. 전직 대통령 연금의 경우, 현직 대통령 연봉의 95%에 해당되는 금액을 매달 받게 된다. 전직 대통령이 서거해도 연금의 혜택이 유가족 중 배우자에게로 이어진다. 배우자는 현직 대통령 연봉의 70%를 유족연금으로 받게 된다. 만일 대통령이 탄핵을 받아 퇴임했거나 금고이상 형이 확정되면 연금 지급이 중단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필요한 기간 동안 경호는 받을 수 있어 사실상 종신 경호가 가능하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
이명박, 퇴임 후 경호횟수 박 대통령 6배
경호비 年3억1884만원, 연금 月3000만원

이명박, 황제의 삶

현재 전직대통령법에 따라 연금을 받는 대통령은 10명의 전직 대통령 중 김영삼, 이명박 전 대통령 단 둘뿐이다.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 형을 확정 받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연금 수혜 자격이 박탈되기 때문.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거했기 때문에 직접적인 혜택 대상이 아니다.

전직대통령법에 따라 전직 대통령은 매달 연금을 수령한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퇴임 이후 그동안의 임금 상승분이 반영돼 현재 1300만~1400만원 수준의 연금을 지급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교통 통신비 명목으로 1700만~1800만원이 별도로 책정된다. 즉 매달 3000만원이 넘게 지급되는 셈이다. 연금 외에도 경호·경비와 사무실 지원, 본인과 가족 치료 등의 혜택도 제공된다. 전직 대통령 연금은 지급 당시의 대통령 급여와 연동돼 해마다 오르고 있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물가상승률은 45.2%, 대통령 연봉 인상률은 78.9%였다.

이 전 대통령이 법에 따라 연금을 수령하고 있지만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이유는 따로 있다. 현직 대통령보다 과한 ‘철통 경호’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 전 대통령이 받은 경호 횟수는 박근혜 대통령보다 무려 6배나 많았다. 심지어 개인 행사에도 경호를 대동해 ‘황제 호위’라는 눈총을 받았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재임 시절 대외활동이 잦았던 이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외유를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 전 대통령이 해외 방문을 한 횟수는 총 10번, 국내행사는 무려 1924번에 달했다. 하루 평균 5차례 이상 경호를 받은 셈이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해외순방 11번, 국내행사에 316번 참석해 경호를 받았다.

전직 대통령의 경우 국내외 행사에 한 번에 많게는 20명, 적게는 10명 안팎의 경호 인력이 투입된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 사저 경비를 맡는 전·의경 관련 예산에 한해 3억1884만원이 투입됐다. 여기에는 이 전 대통령 수행 경호를 맡고 있는 경호실 예산이 포함되지 않아 전체 경호·경비 예산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 의원은 “이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경호로만 대통령 경호실 인원이 연간 4만 여명이 투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전직 대통령도 얼마든지 활동할 수 있지만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통령 경호실의 경호를 현직 대통령보다 많이 받는다면 국민이 곱게 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혈세낭비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 강남구 삼성역 사거리에 있는 슈페리어 타워 12층을 통째로 임대해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월 임대료로 1000만원이 넘는 금액이 국민 세금에서 빠져 나간다는 것이다. 세간의 따가운 눈총에도 이 전 대통령이 임대료가 비싼 강남의 요지 사무실을 빌려 그 비용을 고스란히 세금으로 내는 것 역시 법률이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직대통령법에 따르면 퇴임 후에도 국가가 사무실 제공 등의 지원을 해 줄 수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무실을 임대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슈페리어 타워
강남 한복판 사무실 월 임대료 1000만원
전두환 경호동 국유지 맞교환, 논란 여전

全대통령 경호비 연 4억5000만원

전직대통령 과잉 경호 논란의 시초는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 시민이 박원순 시장의 트위터에 ‘전 전 대통령이 시유지인 경호동을 3년간 무상으로 사용했다’는 내용을 올리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게다가 전 전 대통령은 무려 1672억원의 추징금을 미납한 상태에서 한 해 평균 수억원이 넘는 경호 비용을 써 혈세낭비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전 대통령에 대한 경호비용으로 약 4억5000만원이 들어갔다.

전 전 대통령은 서울시가 소유한 경호동 건물과 부지를 무상으로 쓰다가 이같은 사실이 밝혀져 2012년 5월부터 이번달 말까지 연간 약 2100만원의 사용료를 납부해야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서울경찰청이 대납하고 있어 비난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의 경호비용을 두고 수년 간 계속된 논란은 오는 30일로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 전 대통령 사저 경비를 맡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이 경호동 유상 임대 계약 종료를 앞두고 서울시와 관리전환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즉 경찰청 소유의 부지와 건물을 현재 경호동으로 사용하고 있는 시유지와 교환하는 것이다. 결국 시유지 355만㎡ 부지와 83개의 건물이 15만2000㎡의 국유지와 맞교환 돼 현재 전 전 대통령의 경호동은 그대로 유지되는 셈이다.

관리전환은 6월쯤에 완료될 예정으로 경찰청의 경호동 사용기간은 두 달이 더 연장돼 서울시에 별도로 연장신청을 해야 한다. 서울시에 연장신청이 접수되면 자체심사를 거쳐 재임대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만일 재임대가 결정되면 공시지가와 건물 시가표준액을 근거로 두 달분의 사용료가 다시 책정된다.

▲행사에 참석 중인 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

상황 따라 천차만별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경비는 퇴임 시점에 따라 대통령 경호실과 경찰이 함께 담당하거나 경찰이 모두 맡기도 한다.

전직 대통령은 ‘전직대통령예우에관한법률’과 ‘대통령등의경호에관한법률’에 따라 퇴임 후 10년까지는 대통령 경호실의 수행 경호와 경찰 전·의경들의 사저 경비를 받는다. 10년이 지나면 경호실이 맡던 수행 경호가 경찰로 넘어간다. 이후 경호는 특별 선발된 직업 경찰관들이 맡는다. 다만 전직 대통령이나 배우자가 고령인 점 등 사유가 있으면 경호실의 경호 기간을 무한정 늘릴 수 있다.

이런 기준에 따라 현재 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호·경비는 모두 경찰이 맡고 있다.

이희호·권양숙 여사에게는 사저 경비를 맡는 전·의경 관련 예산으로 각각 연간 1억5340만원, 2억454만원이 소요되고 매달 800만~900만원 가량의 배우자 연금이 지급되고 있다. 이희호·권양숙 여사 역시 사저 경비 외에 경호실로부터 수행 경호를 받고 있지만 경호실 예산은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 또는 영부인에게 투입되는 경비인력 규모는 외부에 알려지면 보안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공개돼선 안 된다”며 “다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부부가 모두 생존해 있고 퇴임 직후라는 점에서 투입 예산과 인력이 다른 전직 대통령 또는 영부인보다 많다. 이는 전부터 모든 대통령에게 공통으로 적용된 원칙”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