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솔로몬] 저는 결혼 후 8년 간 시부모를 모시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결혼 초부터 시부모들로부터 “음식을 못한다. 가정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다”등의 인격모독적인 말을 끊임없이 들어왔습니다. 결국 감정의 골이 깊어져 시부모와 따로 살게 됐습니다. 분가 후 시댁과 왕래를 거의 하지 않았고 주말과 명절에는 자녀들(딸 9세, 아들 7세)과 친정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았고, 남편 역시 주말과 명절에는 혼자 본가에서 보내는 생활을 3년째 해왔는데요. 올해 초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남편이 다른 여자와 1년 간 교제를 하다가 저에게 발각된 것입니다. 결국 이혼하기로 합의하고 제가 자녀들의 친권과 양육권은 제가 맡는 대신 남편이 매월 50만원씩 양육비를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협의이혼절차를 진행하던 중, 제가 남편에게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으므로 2억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할 것을 요구하자 남편 역시 저에게 1억원의 위자료를 청구했습니다. 이 경우 협의이혼절차와 위자료 청구소송은 어떻게 되나요?

 

▲ 원선희 법무법인 한림 변호사

안녕하세요. 원선희 변호사입니다.

혼인생활이 파탄에 이르는 데는 여러 가지 사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상담사례와 같이 당사자들의 갈등보다 고부간의 갈등이나 장서간의 갈등이 불씨가 돼 결국 파경을 맞는 부부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섭니다.

우선 혼인파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이혼청구와는 별개의 독립된 청구권이므로 이혼소송이나 협의이혼절차의 진행과 별도로 위자료청구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습니다.

반면 위자료 청구의 경우 혼인의 해제, 즉 이혼성립을 전제로 한 손해배상권이기 때문에 실무상으로는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면서 위자료 청구를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만일 상담사례와 같이 당사자가 협의이혼절차를 진행하다가 이혼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위자료 청구권 자체가 발생할 수 없습니다.

아울러 협의이혼절차에서 실질적 이혼사유, 즉 상대방의 유책으로 인한 것이라는 것을 서로 주장한다면 이혼사유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므로 합의이혼 자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당사자가 이혼을 성립시키기 위해 합의이혼절차에서 상대방의 유책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형식적으로 이혼사유를 기재해 합의이혼에 이른다면 정작 위자료청구소송에서 상대방의 유책사유에 관한 입증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담사례와 같이 협의이혼절차 진행 중 결혼파탄의 원인이 서로 상대방의 유책사유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협의이혼절차를 진행시키는 것보다 재판상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위자료와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양육비를 일괄적으로 청구해 판단 받은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앞서 대법원은 “혼인생활 중에 그 장애가 되는 여러 사태에 직면하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부부는 그러한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며, 일시 부부간의 화합을 저해하는 사정이 있다는 이유로 혼인생활의 파탄을 초래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또 “유책배우자에 대한 위자료 액수의 산정은 유책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정도, 혼인관계 파탄의 원인과 책임, 배우자의 연령과 재산상태 등 변론전체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참작해 법원이 직권으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판시한 점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판례 취지를 고려해 상담사례를 살펴보면, 혼인파탄과 관련해 부부 중 어느 일방에만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지만 책임의 경중을 비교해 본다면 혼인생활의 회복을 위한 노력도 없이 부부간의 정조의무를 저버린 남편 쪽이 조금 더 유책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결국 위자료 금액은 당해 법원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참작해 직권으로 결정할 문제입니다.

다만,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내려진 간통죄 위헌결정 때문에 이혼소송에서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인한 위자료금액이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 여러 가지 이견이 있지만, 부부간의 신뢰관계를 파괴하는 부정행위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위자료 금액을 대폭 증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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