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家의 ‘현금주머니’ 만드는 비법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적당히 작은 규모의 기업을 만들거나 인수한 다음 오너 일가가 다수 지분을 확보한 뒤 일감을 몰아줘 덩치를 키우고 배당을 통해 현금을 회수한다.’ 흔히 말하는 대기업의 내부거래 공식이다. 자본금 30억원의 회사가 GS그룹으로 편입된 후 몸집이 5배 넘게 불어났고 그 동안 허창수 회장 일가 18명은 이 회사에서 120억원이 넘는 현금을 챙겼다. 내부거래의 모범답안(?)이라고 불릴 만한 GS그룹과 GS ITM의 스토리다.

 

GS ITM이 최근 5년 동안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그룹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를 분석한 결과, GS ITM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 간 올린 총 매출 8671억원 중 무려 64.8%인 5617억원은 국내 GS그룹 계열사를 통해 벌어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즉, GS ITM은 지난 5년 동안 올린 수익 1000원 중 절반이 훌쩍 넘는 648원을 그룹 내 계열사에서 벌어들였다는 의미다.

이같은 ‘밀어주기’를 바탕으로 GS ITM은 순식간에 몸집을 불렸다.

GS ITM의 지난해 매출은 2518억원으로 GS그룹으로 편입된 다음해인 2007년(501억원)에 비해 402.6% 급증했다. 연평균 57.5%라는 무서운 성장세다.

영업이익도 95억원으로 같은기간(27억원) 대비 251.9% 늘었다. 이 기간 동안 당기순이익은 21억원에서 74억원으로 252.4%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역시 연평균 각각 36.0%, 36.1% 성장한 것이다.

GS ITM의 내부거래는 특히 GS리테일과 GS칼텍스, GS홈쇼핑, GS건설 등 GS그룹 핵심 계열사에 집중됐다.

GS ITM에게 지난해 가장 많은 매출을 안겨준 GS그룹 계열사는 GS리테일로 338억원이다. 이어 GS칼텍스와 GS홈쇼핑, GS건설을 상대로도 각각 260억원, 214억원, 11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를 모두 합치면 930억원으로 지난해 GS그룹 계열사를 올린 전체 매출 1199억원의 77.6%에 달한다.

◆ 오너家 지분율 ‘93.34%’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GS ITM의 성장에 더욱 싸늘한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이 회사의 지분 90% 이상이 범 GS그룹 오너일가라는 점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GS ITM의 지분 중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6촌 이내 혈족이 보유한 지분은 무려 93.34%에 달한다. 말 그대로 오너일가의 회사인 셈이다.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인 서홍 씨(22.74%)다. 허광수 대표는 GS ITM의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다.

이어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 아들 선홍 씨(12.74%),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장남인 허윤홍 GS건설 상무(8.35%),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아들 준홍 씨(7.08%) 등이 지분을 가지고 있다. 아직 각각 14세, 11세에 불과한 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의 장남 석홍 씨(6.67%)와 정홍 씨(6.40%)도 상당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GS ITM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GS그룹 오너일가는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 허세홍 GS칼텍스 부사장(지분율 5.37%) ▲허연수 GS리테일 사장의 장남 원홍 씨(3.75%) ▲허태수 GS홈쇼핑 사장의 딸 정현 씨(3.48%)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의 장남 치홍 씨(2.50%) ▲허명수 GS건설 부회장의 장남 주홍 씨(2.30%) ▲허승조 GS리테일 부회장의 장녀 지안 씨(2.07%) ▲허승조 GS리테일 부회장의 차녀 민경 씨(2.07%) ▲허명수 GS건설 부회장의 차남 태홍 씨(1.88%)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의 장남 철홍 씨(1.68%)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의 차남 두홍 씨(1.68%)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의 차남 진홍 씨(1.67%) ▲허연수 GS리테일 사장의 장녀 성윤 씨(0.94%) 등이다.

지난 2월부터 본격 시행된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따르면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 중 총수 일가 지분이 30%를 초과하는 상장 계열사(비상장사는 20%) 가운데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 또는 연 매출액의 12% 이상일 경우 제재 대상이 된다.

◆ ‘가만히 앉아’ 챙긴 돈

GS ITM은 해매다 꾸준히 배당도 실시해오고 있다. 결국 실적이 좋아질수록 허 씨 일가가 챙기는 돈만 늘어나는 셈이다. 일감 몰아주기가 과실이 오너 일가에게 돌아가는 전형적 구조다.

GS ITM은 2008년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총 127억원을 배당했다. 허 씨 일가가 보유한 GS ITM 지분율은 GS ITM이 GS그룹으로 편입된 이후 변하지 않았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이들이 해당 기간 동안 받아간 돈은 118억5418만원에 달한다.

GS ITM은 2008년부터 매년 순이익의 30% 가량을 결산배당하고 있다. 2008년 12억원의 첫 배당을 실시한 이후 ▲2009년 15억원 ▲2010년 18억원 ▲2011년 18억원 ▲2012년 20억원 ▲2013년 20억원 ▲2014년 24억원을 배당했다.

지난해 배당의 경우 연간 당기순이익 74억원의 32.4% 규모다. 실제로 회사가 벌어들인 현금의 1/3을 배당한 셈이다. 이같은 배당금과 지분율을 기준으로 보면 GS그룹 오너 일가가 지난해에 챙긴 돈만 22억4000만원이 넘는다.

이에 따라 지난해 최대주주인 허서홍 씨에게 돌아간 배당금은 5억4576억원이다. 허선홍 씨와 허윤홍 씨, 허준홍 씨는 각각 3억576만원, 2억40만원, 1억6992만원을 받아 이들 허씨 일가 4명에게만 12억2184만원이 배당됐다. 나머지 지분 역시 대부분 허창수 회장의 직·방계 친인척들이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대부분의 배당금이 허 씨 집안의 몫으로 돌아갔다.

GS ITM의 자본금은 고작 30억원. 허 씨 일가들은 지난 7년 간 배당을 통해서만 자본금의 4배가 넘는 돈을 뽑아낸 셈이다. 결국 그룹의 전폭적인 일감 몰아주기을 통한 신장의 결과물이 고스란히 허 씨 일가들의 손에 넘어간 것이다.

GS ITM, 일감 몰아주기 이용한 ‘성장스토리’
내부거래 65%…그룹 편입 후 몸집 5배 불어
지분 대부분 오너 일가 소유…120억원 챙겨
잉여금으로 지배구조 강화…‘일석이조’ 비결

무상증자 ‘잔치’

이같은 상황에서 GS ITM이 잉여금으로 무상증자에 나서면서 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총수일가는 계열사에서 몰아준 일감 덕에 쌓인 잉여금으로 지분을 늘리고 회사도 과세대상으로 거론되는 유보금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무상증자가 최경환 경제팀에서 추진하는 기업소득환류세제를 피하는 대표적인 꼼수로 알려졌지만 실제 다른 재벌 비상장사에서는 한 번도 없던 사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GS ITM은 지난 3일을 기준일로 이익준비금 15억원 전액을 자본전입하는 무상증자를 실시했다.

발행주식 수가 이번 무상증자로 60만주에서 90만주로 50%(30만주) 늘어나는 반면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옮겨 사내 유보율은 낮아지게 됐다. 무상증자(주식배당)를 하면 현금배당과 달리 배당소득세를 내지 않고 주식 수를 늘리는 효과도 있다.

GS그룹을 제외하면 공정거래법으로 상호출자를 제한하고 있는 대기업집단 비상장사(총수일가 최다 출자)가 잉여금으로 무상증자를 실시한 사례가 자본변동공시를 기준으로 1건도 없다.

GS ITM엠이 무상증자나 현금배당에 쓰는 잉여금이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통해 쌓였다는 점에 비춰보면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GS ITM이 회사 이익으로 총수 일가의 자산가치를 늘려줬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GS ITM의 주식 값은 현재 액면가 기준 5000원. 하지만 삼성SDS나 SK C&C처럼 상장을 마친 다른 재벌 IT사를 감안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액면가 500원짜리인 삼성SDS 주식은 상장 전 장외시장에서도 30만원 이상으로 거래됐다. 허창수 GS그룹 회장 일가가 보유한 GS ITM의 지분 가치 역시 향후 얼마나 치솟을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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