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6300만원의 10년차 男직원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연봉 6300만원의 10년차 남자직원.’ 국내 10대그룹에서 근무하는 샐러리맨의 모습이다. 불황 속에서도 평균 500만원이 넘는 월급을 받으며 10대그룹 계열사의 배지를 달고 시내 출근길을 누비는 이들의 모습은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상징이다. 하지만 화려한 이면에 감춰진 그늘도 있다. 여성들에게 10대그룹 입사는 여전히 바늘구멍이었고, 3만명이 넘는 비정규직 직원들은 오늘도 스스로 희망고문을 하며 정규직 사원들 사이에서 남몰래 눈물짓고 있다.

국내 10대그룹에 다니는 직원 5명 가운데 4명은 남성이며 평균연봉은 6300만원 대, 평균 근속연수는 10년이 약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8일 <파이낸셜투데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12월 31일) 기준 10대그룹 소속 상장사 94곳에 근무하는 직원 중 남성은 총 51만5080명으로 전체 직원의 79.0%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남녀 직원수를 별도로 공시하지 않은 GS그룹 소속 GS홈쇼핑은 직원 성별 집계 대상에서 제외했다.

여성 직원은 13만7003명으로 21.0% 수준이었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졌다고는 하나 아직 10대그룹 직원들 중 여성은 1/5이 겨우 넘는 셈이다.

이와 함께 10대그룹 소속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10.4년이었고 평균 연봉은 6327만원으로 조사됐다. 또 10대그룹 총 직원 65만3105명 중 비정규직은 3만1371명으로 전체의 4.80%였다.

SK그룹 계열사 아이리버는 평균 근속연수와 평균연봉을 공개하지 않았고, 롯데그룹의 롯데손해보험과 한화그룹의 한화갤러리아, 한진그룹의 한진해운은 평균 근속연수를 공시하지 않았다. 이들 역시 해당 통계에서 제외했다.

◆ 현대차그룹, 20명 중 19명 ‘남자’

10대그룹 중 여성비율이 가장 낮은 그룹은 현대자동차그룹으로 전체 직원 중 여성 사원이 1/20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여성 직원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롯데그룹으로 유일하게 50%를 넘었다.

현대차그룹 상장사 11곳의 지난해 말 기준 총 직원은 13만4762명으로 이 중 불과 4.8%인 6480명 만이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의 직원 가운데 여성은 20명 중 1명도 안 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현대·기아자동차와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현대건설 등 대표적인 중공업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아직도 해당 사업 분야는 ‘금녀의 땅’인 셈이다.

반면 여성 직원 비중이 가장 높은 그룹은 롯데그룹으로 소속 상장사 8곳의 총 직원은 4만4335명이었고 이 중 여성 직원은 2만4806명으로 50.7%를 차지했다. 조사대상 그룹 중 여성 직원 비율이 절반이 넘은 유일한 경우다.

롯데그룹에 유난히 여성 직원이 많은 이유는 업종이 갖는 특성 때문이란 분석이다. 롯데그룹 직원의 절반 이상은 백화점과 할인점 등을 주요사업으로 두고 있는 롯데쇼핑에 속해 있고, 유통업의 경우 다른 산업보다 특히 여성 직원이 많은 업종이다. 실제로 롯데쇼핑은 전체 직원 2만5313명 중 68.1%인 1만9000명이 여성이다.

다른 그룹의 여성 직원 비율은 ▲SK·한화그룹 32.5% ▲한진그룹 31.4% ▲삼성그룹 24.6% ▲LG그룹 20.9% ▲GS그룹 11.8% ▲포스코그룹 7.5% ▲현대중공업그룹 6.2% 등으로 조사됐다.

◆ 연봉은 현대車, 근속기간은 현대重

그룹 내 계열사 직원들의 평균 연봉에서는 현대차그룹이, 근속연수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이 1위를 차지했다. 거꾸로 현대차그룹은 근속연수에서, 현대중공업그룹은 연봉에서 나란히 3위를 차지해 두 항목에서 모두 수위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반면 롯데그룹은 평균연봉에서, GS그룹은 평균 근속연수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 상장사 직원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8028만원으로 조사대상 중 유일하게 8000만원 대를 기록하며 1위에 자리했다.

이어 삼성그룹 소속 상장사 18곳의 직원 평균연봉이 7437만원으로 2위에 올랐다. 3위는 7142만원을 기록한 현대중공업그룹이었다.

반면 평균연봉이 가장 적었던 한진그룹 소속 상장사 5곳의 직원 연봉 평균은 4508만원에 머물렀다.

롯데그룹 상장사 직원들의 평균 연봉 역시 4709만원으로 5000만원에 미치지 못했다. 세 번째로 그룹 내 상장사들의 직원 평균연봉이 낮았던 곳은 5151만원을 기록한 GS그룹이었다.

이밖에 그룹들의 평균연봉은 ▲LG그룹 7098만원 ▲한화그룹 6602만원 ▲SK그룹 6556만원 ▲포스코그룹 6043만원 등이었다.

남성 직원 80%…현대車그룹 여성비율 5% 미만
근속연수, 현대重그룹 가장 길어…GS그룹 ‘꼴찌’
한진그룹 연봉 4508만원 ‘최저’…현대車그룹 1위
롯데그룹 비정규직, 10명 중 1명 …LG그룹 최저

직원들의 연차가 가장 높게 나타난 현대중공업그룹 소속 상장사 3곳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3.4년이었다.

이어 포스코그룹 상장사 7곳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13.1년을 기록하며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12.3년으로 집계된 현대차그룹이었다.

반면 소속 상장사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가장 짧았던 것으로 조사된 GS그룹의 경우 7.9년에 그쳤다. 이어 LG그룹과 롯데그룹이 각각 8.0년, 8.7년으로 짧았다.

이밖에 그룹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한화그룹 11.7년 ▲한진그룹 9.9년 ▲SK그룹 9.8년 ▲삼성그룹 9.2년 등이었다.

◆ 롯데그룹 직원 1/10 계약직

직원 중 비정규직이 가장 많은 그룹은 국내 유통업계의 최강자인 롯데그룹이었다. 전체 직원 가운데 무려 1/10 가까이가 계약직 근로자들이었다.

반면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낮은 그룹은 LG그룹으로 직원 40명 중 1명 만이 계약직이었다.

롯데그룹 소속 상장사들의 지난해 말 기준 계약직 직원은 4639명으로 전체의 9.47%를 차지했다. 이 역시 여성비율과 마찬가지로 업종 특성 때문이란 설명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계약직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이유는 계열사 중 롯데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며 “해당 업체의 경우 업종 특성 상 캐셔 등 일반 노무직이 계약직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약직 비중이 높은 그룹은 한진그룹으로 상장사 직원 2만2925명 가운데 8.95%인 2254명이 계약직이었다. GS그룹도 상장사 8곳의 총 직원 1만2256명 중 1023명이 계약직으로 7.70%의 비정규직 비율을 기록했다.

반면 비정규직 직원 비중이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된 LG그룹 상장사의 지난해 말 기준 계약직 직원은 2773명으로 전체 직원 10만9911명 대비 2.52%였다. LG그룹 계열사 중 두 번째로 많은 3만2434명의 직원을 보유한 LG디스플레이의 계약직 직원이 0명인 점이 그룹 전체의 비정규직 비율을 끌어내리는데 일조했다.

SK그룹 역시 16곳의 소속 상장사 총 직원 4만2665명 가운데 2.83%인 1207명이 계약직으로 비정규직 비율이 2%대에 머물렀다. 이어 한화그룹이 상장사 6곳의 1만7569명 직원 중 4.15%인 729명이 계약직으로 비정규직 비율이 낮았다.

이밖에 그룹들의 계약직 비율은 ▲현대중공업그룹 5.37% ▲포스코그룹 4.78% ▲삼성그룹 4.73% ▲현대차그룹 4.59%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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