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솔로몬] 지금 교육현장에서는 학령인구 감소에 의한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각 대학마다 사학진흥재단에 구조개혁평가서를 제출하거나 컨설팅을 받아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특히 대학구조개혁법 제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 홍미정 법무법인 지후 변호사

구조조정에 수반되는 가장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가 ‘감원’이다.

특히 헌법 제31조 제6항은 교원지위법정주의를 천명하고 있고, 사립학교법 제56조(의사에 반한 휴직·면직등의 금지) 제1항은 “사립학교 교원은 형의 선고·징계처분 또는 이 법에 정하는 사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휴직 또는 면직 등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구조조정에 의해 학과가 없어지거나 정원이 감소돼 면직되는 교원의 지위에 대한 것은 위 사립학교법 조항 단서에 “다만, 학급·학과의 개폐에 의해 폐직이나 과원이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한 것이 전부다.

즉 원칙적으로 교원은 법정 사유가 아니면 교원의 의사에 반해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않지만 폐과나 통폐합, 정원조정 등으로 대학교에서 할 일이 없어지면 면직이 가능한 것으로 법률에 명시돼 있는 것이다.

문제는 위 조항이 너무 추상적이고 간단하게 규정돼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어떤 경우에 학과를 폐지할 수 있는 것인지(폐과 기준), 학과가 폐지됐다고 보려면 어떤 요건을 갖춰야 하는 것인지(폐과 요건)가 전혀 규정돼 있지 아니한 것이다.

이경우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례나 판례에 의해 법리가 구성될 수밖에 없다.

소위 “맞아가면서 배운다”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초반에는 법률에 폐과 기준이나 요건에 대해 다툼이 없도록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많은 혼란이 있었다. 물론 십년 전까지만 해도 폐과면직이나 과원면직은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학령인구가 상대적으로 풍부했기 때문에 1963년 사립학교법 제정 시부터 존재했던 위 조항은 소청이나 소송에서 적용될 사례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학생들이 줄어들면서 대학들은 학교광고, 입시홍보에 많은 재정을 투입했다.

이른바 ‘신입생을 모시기’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벌인 결과, 학생들에게 인기가 없는 과들은 문 닫을 위기에 처하게 됐다.

먼저 ‘폐과기준’에 대해 살펴보면, 고등교육법시행령 제4조에 ‘학생의 정원’에 관한 사항을 학칙에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학생의 정원을 증감시키거나 없애는 기준(폐과 기준)에 대해도 반드시 학칙에 명시하도록 판시한 하급심 판례가 한때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폐과나 정원조정 기준’을 학칙에 명시하도록 하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반드시 학칙에 명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례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현재 폐과기준은 이사회나 구조조정위원회의 의결, 교원인사규정, 구조조정규정 등 형식 여하를 불문하고 합리적으로 마련돼 있고, 폐과조치를 하기 전에 미리 설정돼 충분한 시간을 두고 구성원들에게 공포돼 있으면 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으로 살펴볼 ‘폐과요건’은 위 ‘폐과기준’ 보다 더 혼란이 있던 부분이다.

도대체 언제 폐과가 됐다고 볼 수 있는가?

이에대해 학설은 신입생만 모집하지 않으면 폐과가 된 것이라고 보는 견해(신입생모집중지설)와 재학생이 없으면 폐과가 된 것이라는 견해(재학생부존재설), 재적생이 없으면 폐과가 된 것이라는 견해(재적생부존재설)가 대립하고 있다.

휴학생은 재학생에 포함되지 않지만 재적생에는 포함된다.

따라서 재학생부존재설은 휴학생이 있어도 현재 등록한 학생만 없으면 폐과가 됐다는 견해이고 재적생부존재설은 등록 학생 뿐 아니라 휴학생도 자퇴, 전과 등으로 해당 학과에 적을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견해이다.

신입생모집중지설은 교수의 신분을 빨리 정리할 수 있어 학교에 유리하고, 재적생부존재설은 교수의 신분정리가 늦어지는 만큼 교수에게 더 유리하다.

과거 교원소청심사위원회와 일부 하급심 판례는 교수의 이익과 학교의 이익을 절충하는 재학생부존재설을 택했다.

하지만 현재는 폐과의 개념을 엄격하게 해석해 교수의 신분보장과 학생의 교육권을 보장하려는 ‘재적생부존재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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