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이신영 기자] 정부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를 확정함에 따라 국내 건설업계의 사업 영토가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AIIB는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개발사업에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자금줄 역할을 하게 된다.

아직은 AIIB의 지배구조나 AIIB에서 한국의 지분율, 참여 국가 등이 확정되지 않아 불투명한 부분이 많지만 건설업계는 AIIB 참여 결정이 아시아 인프라(사회간접자본) 건설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27일 "(AIIB 참여 결정으로) 국내 건설기업에도 많은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건설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확대될 것이란 얘기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시설 투자 수요는 2020년까지 매년 7300억 달러에 달한다.

지금도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기존 다자개발은행이 투자 자금을 공급하고 있지만 수요에는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어서 AIIB 설립으로 아시아 지역 인프라 사업에 대한 투자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AIIB가 세팅되는 단계여서 앞으로 투자·시행 방식을 어떻게 정할지 지켜봐야 국내 기업에 어떤 기회가 있을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개발 잠재력이 큰 것은 분명한 만큼 투자가 확대된다면 국내 기업에도 많은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토부는 시공 위주의 해외사업 구조를 갖췄던 국내 기업들이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기업 체질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건설기업들은 중동 등에서 EPC(설계·구매·건설) 위주의 사업을 수주·시행하면서 저가수주 경쟁, 공기 압박, 발주처와의 분쟁 등에 치여 힘들게 일하면서도 기대만큼 큰 수익을 내지는 못해왔다.

새로 열리는 아시아 인프라 시장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그동안 쌓은 기술과 경험 등을 바탕으로 PMC(프로젝트 총괄관리), MP(종합개발계획) 수립, 감리, 엔지니어링 등 고부가가치 사업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AIIB 출범으로 아시아 시장이 주목받으면서 인프라 건설 수주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막대한 투자 자금이 풀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럽·일본 등 선진국의 건설사들도 아시아 인프라 시장으로 눈을 돌려 경쟁이 격화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AIIB에서 중국의 지분이 어느 정도가 될지, 유럽 국가들의 참여는 어느 수준으로 정해질지 등 설립과정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AIIB 지원 사업과 관련해 국내 기업의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AIIB 가입으로 아시아 인프라 시장 참여 기회가 확대된다는 점에서 반색하고 있다.

그간 중동·플랜트 일변도에서 투자·개발 사업으로 수주 영역을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건설업계 입장에서 수주 기회가 넓어질 것이라는 점에서다.

건설업계의 역시 AIIB 출범으로 아시아 지역에 한 해 900조원 규모의 대형 인프라 건설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건설·항만·철도 등 대형 인프라 건설 경험이 많은 국내 건설사들이 아시아 인프라 개발시장의 진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만약 AIIB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공사에서 가입국에 한해 입찰을 한정하게 된다면 국내 건설사의 참여 기회가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개도국의 투자개발형 사업 참여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자금조달 문제였다"며 "AIIB를 통해 토목·건설 사업에 자금 지원이 된다면 국내 기업의 참여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도 "아시아 지역에 대형 인프라 건설시장이 열려 우리 기업의 사업 참여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우리 건설업계의 해외 진출에 걸림돌이 파이낸싱(자금 조달) 역량의 부족 때문이었는데 AIIB는 이를 메워줄 좋은 지렛대가 될 수 있다"며 "국내 인프라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달한 상황에서 큰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SK건설 관계자는 "한국의 지분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면 그 자금으로 한국 기업들이 아시아권에서 개발사업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프라 투자 개발형 사업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해 당장 우리 건설사들의 활발한 참여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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