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14조원 ‘증발’…적자 계열사 ‘수두룩’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국내 10대그룹의 지난해 성적표가 대부분 공개됐다. 어디 하나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놓은 곳은 없었다. 모두 다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실제로 1년 새 10대그룹 상장 계열사에서만 14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이 증발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기업들이 이 지경이니 수많은 중소기업들과 산업계 전반에서 곡소리가 나오는 것은 굳이 묻지 않아도 당연한 일이다. 대한민국 경제가 기나긴 불황의 터널을 헤매고 있다.

국내 10대그룹의 지난해 성적이 크게 악화됐다. 10곳 중 4곳의 영업이익이 감소했고 이마저도 2곳은 이제 막 적자의 늪에서 벗어난 경우여서 사실상 대부분 그룹의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10대그룹 소속 상장사 94곳의 잠정영업실적(연결기준)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총 68조6175억원으로 전년(82조7118억원) 대비 17.0% 급감했다. 1년 사이 날아간 영업이익만 무려 14조943억원에 달한다.

해당 기업 중 아직 해당 공시를 올리지 않은 SK그룹 소속 SK가스와 부산도시가스, 유비케어(이상 SK그룹), 실리콘웍스(LG그룹)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반면 10대그룹 상장사 전체의 매출은 같은기간 1298조2178억원에서 1314조4897억원으로 1.3% 늘었다.

이처럼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매출은 다소 늘어나면서 영업이익률은 6.37%에서 5.22%로 1.15%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따르면 국내 10대그룹이 1000원 어치 물건을 팔고 실제로 손에 쥔 돈은 2013년 63.7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52.2원으로 줄어든 셈이다.

실제로 소속 상장사 영업이익 총합이 늘어난 곳은 LG그룹과 포스코그룹, GS그룹, 한진그룹 등 4곳으로 10대 그룹 중 절반이 안 됐다. 이 중 GS그룹과 한진그룹은 지난해에 막 영업적자에서 탈출한 경우여서 꾸준히 영업이익이 올랐다고 할 만한 그룹은 LG그룹과 포스코그룹 뿐이었다.

반면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SK그룹, 롯데그룹, 한화그룹 상장사들의 총 영업이익은 감소세를 보였고 현대중공업그룹은 아얘 적자로 전환됐다.

◇ ‘뚝’ 떨어진 성적

10대그룹 중 가장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곳은 역시 삼성그룹이었지만 상황은 크게 악화됐다.

삼성그룹 소속 상장사 18곳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총 30조8897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는 40조1858억원을 기록한 전년에 비해 23.1%나 급감한 액수다. 여전히 부동의 1위를 유지했지만 1년 새 영업이익의 1/4 가까이가 날아간 셈이다.

매출 역시 같은기간 353조9643억원에서 348조3835억원으로 1.6% 줄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11.35%에서 8.87%로 2.48%포인트 하락하면서 한 자릿수 대로 내려앉았다.

이같은 삼성그룹의 부진은 무엇보다 최대 캐시카우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부진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5조251억원으로 전년(36조7850억원) 대비 32.0% 급감했다. 이처럼 삼성전자에서만 1년 새 11조원이 훨씬 넘는 영업이익이 날아가면서 그룹 전체의 부진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 심화로 인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에 이어 영업이익 2위를 기록한 현대차그룹의 상장사 11곳의 지난해 영업이익 합계는 17조688억원이었다. 전년(17조5120억원)과 비교하면 2.5% 줄었다.

반면 매출은 같은기간 225조584억원에서 236조8378억원으로 5.2% 늘었다. 하지만 이처럼 영업이익이 영업이익은 감소하면서 매출은 증가해 영업이익률은 7.78%에서 7.21%로 0.57%포인트 떨어졌다.

현대차그룹도 상황은 삼성그룹과 비슷하다. 그룹을 이끄는 쌍두마차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각각 7조5500억원, 2조5725억원으로 전년 대비 9.2%, 19.2% 감소했다.

기아자동차 관계자는 “글로벌 판매는 증가했지만 원화 절상, 루블화 가치하락에 따른 환율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3위인 SK그룹도 아직 잠정영업실적을 아직 내놓지 않은 3곳을 제외한 소속 상장사 13곳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9조9173억원으로 전년(11조976억원) 대비 10.6% 감소했다.

매출 역시 같은기간 249조7771억원에서 249조1948억원으로 0.2% 줄었고 영업이익률은 4.44%에서 0.46% 하락한 3.98%를 기록했다.

SK그룹의 경우 잇달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 중인 SK하이닉스가 지난해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최고의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SK이노베이션이 국내 최대 정유화학업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2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 해 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줬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해 석유사업의 실적이 악화됐다”고 전했다.

이어 ▲LG그룹 7조2897억원(영업이익률 3.98%) ▲포스코그룹 3조5238억원(3.92%) ▲롯데그룹 1조9661억원(3.57%) ▲한화그룹(2.40%) ▲한진그룹 5441억원(1.85%) ▲GS그룹 2812억원(0.94%) 등 순으로 소속 상장사 영업이익이 많았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우 상장사들이 총 4조78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10대그룹 영업익 68조6천억원…전년比 17.0%↓
과거 영광 ‘무색’…간판 계열사들 줄줄이 ‘고배’
계열사 1/10 ‘적자’…현대중공업그룹 ‘풍전등화’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 불황 속 빛난 ‘알짜배기’

◇ 적자 계열사만 ‘11곳’

실제로 10대그룹에 소속된 국내 대표 기업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성적이 좋지 않은 계열사들이 수두룩했다.

이익을 내기는커녕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에 빠진 기업만 11곳에 달했다. 10대그룹 계열사 10곳 중 1곳 이상이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특히 그룹 내 간판 계열사들 중에서도 적자를 기록한 경우가 많아 우려를 자아냈다.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10대그룹 계열사는 역시 현대중공업이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무려 3조24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8020억원) 대비 적자전환 했다. 매출 역시 같은기간 54조1881억원에서 52조5824억원으로 3.0% 감소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선, 해양플랜트 부문의 원가율이 상승함에 따라 공사손실 등이 발생해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전했다.

현대중공업 다음으로 영업손실이 컸던 기업은 같은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이었다. 현대미포조선은 2013년에도 275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에도 867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상태를 지속했다. 1년 새 적자 폭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3배 넘게 늘어났다.

현대미포조선 관계자는 “신선종 건조 및 공사손실 충당금 반영에 따라 실적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세 번째로 영업적자 폭이 컸던 10대그룹 계열사는 SK그룹의 주력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이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244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1조4064억원) 대비 적자전환 했다.

이밖에 10대그룹 계열사 중 ▲포스코플랜텍 -1891억원 ▲코스모화학 -361억원 ▲GS -343억원 ▲포스코엠텍 -246억원 ▲삼성정밀화학 -244억원 ▲SK컴즈 -160억원 ▲코스모신소재 -132억원 ▲현대정보기술 -63억원 등이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 알짜배기 ‘TOP10’

이같은 상황에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그룹 내 새로운 알짜배기 계열사로 발돋움한 기업들도 있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계열사는 단연 SK하이닉스였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무려 29.84%로 30% 대 코앞까지 다가갔다. 23.86%를 기록한 2013년 보다도 5.98%포인트가 올랐다.

실제로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조1095억원으로 전년(3조3798억원) 대비 51.2% 급증했다. 매출 역시 같은기간 14조1651억원에서 17조1256억원으로 20.9% 늘었다. 이처럼 매출도 늘었지만 영업이익의 증가율은 더욱 커 영업이익률이 크게 상승했다. 그만큼 몸집에 비해 실속 있는 영업을 했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는 2012년만 해도 2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의 늪에 빠졌지만 불과 2년 만에 SK그룹 최대 캐시카우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판매량이 증가하는 가운데 가격 안정화도 이어져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다음으로 영업이익률이 높게 나타난 10대그룹 계열사는 삼성카드였다. 삼성카드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4.57%로 12.68%였던 전년에 비해 11.89%포인트 급등하며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삼성카드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654억원으로 같은기간(3610억원) 대비 139.7% 급증했다. 매출도 2조8471억원에서 3조5218억원으로 23.7% 늘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지난해 사업연도 보유주식 매각에 따라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었다”고 전했다.

3위는 한화갤러리아로 지난해 20.84%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영업이익률이 28.66%에 달했던 2013년에 비해서는 7.82%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같은기간 영업이익이 358억원에서 334억원으로 6.7% 줄어든 반면 매출은 1249억원에서 1603억원으로 28.3% 늘면서 영업이익률 하락을 부채질했다.

이어 10대그룹 계열사 중 지난해 영업이익률 상위 4~10위 기업은 ▲GS홈쇼핑 12.65% ▲삼성전자 12.14% ▲SK C&C 11.19% ▲LG생활건강 10.93% ▲SK텔레콤 10.63% ▲LG 10.58% ▲에스원 10.03% 등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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