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환율에 ‘골머리’…현대모비스·현대건설 ‘반등’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조규정 기자] 본격적인 ‘실적 시즌’의 포문을 연 현대자동차그룹의 주요 계열사들 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그룹 내 ‘형님’ 격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영업을 잘 해놓고도 원화 강세 등 대외 악재에 고개를 떨궜다. 그 여파에 현대위아의 성적마저 하락세를 보였지만 현대모비스와 현대건설은 반등에 성공하면서 ‘아우들’은 한숨을 돌리는 모양새다. 대외 악재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결국 올해 현대차그룹의 최대 관건은 ‘형님들의 부활’이다.

현대·기아차의 수익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모두 1년 새 10%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현대차와 기아차의 지난해 잠정실적을 분석한 결과, 두 회사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합계는 총 10조1225억원으로 전년동기(11조4926억원) 대비 11.9% 감소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같은기간 8.52%에서 7.42%로 1.10%포인트 떨어졌다. 당기순이익도 12조8106억원에서 10조6431억원으로 16.9% 줄었다. 반면 매출은 134조9055억원에서 136조3533억원으로 1.1% 늘었다.

자동차 판매 4.8% 증가에도 영업이익률 1.1%p↓

◆ 현대차, 車판매 증가에도 환율에 ‘발목’

현대차의 실적이 자동차 판매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환율 등 대외 환경에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7조5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당기순이익 역시 7조66495억원으로 같은기간 대비 14.9% 줄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도 9.52%에서 8.46%로 1.06%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매출은 89조2563억원으로 2.2% 늘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 한 해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제네시스와 쏘나타 등 신차효과에 힘입어 판매와 매출액이 증가한 반면 원화 강세 등 비우호적인 환율 여건으로 수익성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해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보다 4.8% 증가하면서 총매출액도 2.2% 늘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원·달러 평균 환율이 전년 대비 3.8% 하락하고 신흥국 통화 약세까지 더해지면서 환율 변동이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보면 ▲판매 133만 7040대 ▲매출 23조5742억원(자동차 18조9730억원, 금융 및 기타 4조6012억원) ▲영업이익 1조8757억원의 등의 실적을 올렸다.

매출액은 전분기 대비 10.8%, 영업이익은 13.8% 각각 증가했다. 전년동기에 비해서는 7.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6% 줄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같은 분기 실적에 대해 “새롭게 선보인 i20와 같은 현지 전략차 판매 호조로 매출액이 늘었다”며 “루블화 등 신흥국 통화 약세로 효과가 반감되기는 했지만 원·달러 환율이 다소 안정세를 보여 영업이익 또한 전분기에 비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에도 신형 투싼을 비롯한 주력 신차들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며 “당분간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신차 판매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환율 안정이 이뤄질 경우 향후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車판매 300만대 돌파했지만 영업이익 4년 전으로 ‘회귀’

◆ 기아차, ‘동병상련’

기아차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이 4년 만에 2조원대로 떨어지는 등 현대차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기아차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조5725억원으로 전년 대비 19.0%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기아차의 영업이익이 3조원을 밑돈 것은 2010년(2조4900억원) 이후 4년 만이다.

당기순이익 역시 2조9936억원으로 같은기간 대비 21.6% 줄었다. 영업이익률의 경우 6.67%에서 5.46%로 1.21%포인트 떨어졌다. 매출도 47조97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줄었다.

기아차 역시 영업은 순조로웠지만 원화 강세에 성적이 떨어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사측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글로벌 생산·판매 300만대를 돌파했지만 원화 강세로 실적 기준 환율이 하락하면서 수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수출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사업구조상 평균 환율이 전년 동기에 비해 41원 하락(1095원→1054원)하고 러시아 루블화 약세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낮아졌다”며 “효율적인 판촉비 집행, 해외시장에서의 판매 호조를 바탕으로 한 ‘제값 받기’ 정책 등을 적극 펼쳐 수익성을 어느 정도 방어했다”고 전했다.

사측은 올해 역시 금융시장과 신흥시장 불안이 이어지고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업체의 공세가 계속되는 등 경영 환경이 녹록치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경영 방침을 내실경영 강화와 기업체질 개선으로 잡고 전년보다 3.6% 늘어난 연간 315만대 판매를 목표로 삼았다.

특히 수익이 많이 나는 주력 차종인 K5, 스포티지 신형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출시하고 저유가로 인해 소비자 선호 차급이 중대형과 레저용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쏘렌토, 카니발 등에 대한 판촉도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상반기 안에 중국 시장에 현지 전략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KX3를 출시해 늘어나는 중국 SUV 수요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국내외 시장에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 판매를 확대해 친환경차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할 계획이다.


일회성 비용에 ‘발목’ “올해는 반등할 것”

◆ 현대위아, 일회성 비용에 ‘제동’

현대위아의 실적이 지난해 합병 비용 등 일회성 요인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현대위아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5256억원으로 전년 대비 0.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도 같은기간 7.46%에서 6.91%로 0.55%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4367억원으로 2.8% 늘었다. 매출도 역시 7조5956억원으로 7.1% 증가했다.

이를 두고 지난해 11월 메티아, 위스코 합병 비용이 약 80억원, 임금 협상에 따른 상승분 일시 소급 반영 약 70억원 등 일회성 비용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제외하면 총 영업이익률이 시장 기대치를 다소 하회하는 수준으로 비교적 양호했다는 것이다.

채희근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당사 및 시장 기대치를 크게 하회했지만 대부분 일회성 비용 급증에 기인하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계 시장 부진이 단기 동력을 압박하고 있지만 내년 그룹사 증설 물량 증가와 차부품 사업의 중장기 높은 성장성은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라며 “현대·기아차의 중소형 파생 모델과 SUV모델, 가솔린 터보차저 확대 전략에 따른 수혜는 확실하고 등속조인트의 해외 수주 증가 등으로 중장기 성장 모멘텀에는 이상이 없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올해는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다.

채 연구원은 “자동차부문은 위스코 합병 매출 증가와 트랜스퍼와 등속조인트(CV-Joint) 증설 효과, 서산 터보차저 올해 7월부터 양산 계획, 중국 산동법인 엔진 및 소재 사업 증설 효과 등으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기계 부문은 전반적으로 업황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나 올해 본격적으로 현대·기아차의 중국, 멕시코 공장 투자가 증가함에 따라, FA 물량 증가에 따른 개선이 기대된다”며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각각 9.0%, 9.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부진에도 ‘선방’ 영업이익 5% 증가

◆ 현대모비스, 양호한 실적 이어가

반면 현대모비스는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실적을 이어갔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3조706억원으로 전년(2조1899억원) 대비 5.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매출 역시 89조2563억원으로 같은기간 대비 5.8% 늘었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3조3925억원으로 다소(0.1%) 줄었다. 영업이익률의 경우 8.55%에서 8.49%로 0.06%포인트 떨어졌지만 이 역시 비슷한 수준이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철저한 수익성 중심의 경영과 원가절감 노력으로 시장기대치에 부응하는 실적을 올렸다”며 “올해에도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역시 현대모비스의 성적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수익성 향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채 연구원은 “신차 싸이클이 본격화되고 운행대수(UIO)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연구개발과 해외공장, A/S 거점 확대 투자 등 기존 투자에 대한 회수기에 안착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올해와 내년에도 현대·기아차의 신차 싸이클이 더욱 본격화되면서 견조한 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특히 현대기아차의 중국 공장 증설과 멕시코 공장의 증설이 이어지면서 모듈 사업에서 수익성 높은 본사 반조립제품(CKD) 수출이 계속 견조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엔지니어링-엠코 ‘합병 효과’ “올해도 순항할 것”

◆ 현대건설, 합병 시너지에 ‘미소’

현대건설은 건설사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실적을 보여주며 순항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9589억원으로 전년 대비 20.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당기순이익 역시 5867억원으로 같은기간 대비 3.0% 늘었다. 매출도 17조3870억원으로 24.7%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에 비해 매출의 증가폭이 큰 탓에 영업이익률은 5.69%에서 0.17%포인트 떨어진 5.52%를 기록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4월 1일 이뤄진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 합병으로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금융투자업계는 ‘안정적’인 기록이라며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쿠웨이트 KOC 현장에서 600억원의 추가 손실과 미분양 아파트 할인분양에 따른 촉진 비용 300억원이 반영됐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이익을 기록했고 특히, 별도기준 영업현금흐름이 4년 만에 흑자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키움증권은 ▲KOC 현장 실질적 종료 ▲미분양 관련손실 선반영 ▲베네수엘라 PLC 정유 프로젝트의 정상적 진행 등 올해부터 원가율 및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라 연구원은 “신규수주는 주택경기 호조세를 반영하여 국내는 전년 대비 19.5% 증가, 해외는 대외환경 불확실성을 고려하여 4.4% 감소한 목표를 설정했다”며 “매출은 소폭 감소한 국내 대비 해외는 18.8%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베네수엘라 정유공장, 유럽 비료공장 등 금융조달이 선결조건인 비중동 수주잔고를 감안해보면 다소 공격적인 매출 목표로 보인다”며 “주택공급 증가와 베네수엘라 PLC 정유공장, 쿠웨이트 코즈웨이 교량공사 등 기존 대형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매출이 올라오고 있어 기대해 볼 만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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