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는 거위, 서울시내 면세점 누구 품에

[파이낸셜투데이=이혜현 기자] 지난해 10월 정부가 투자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서울시내 면세점 3곳과 제주시내 면세점 1곳을 추가로 허용하기로 밝히면서 면세점 유치가 유통업계의 최대 화두로 급부상했다. 오는 2월에는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의 계약기간까지 종료돼 유통업계에는 긴장감마저 돌고 있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번 서울과 제주지역 시내면세점 추가는 2000년 이후 15년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경기 침체로 백화점 같은 유통업계의 주력사업 성장이 정체된 반면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의 매출이 급증하면서 면세점이 황금알 낳는 거위로 주목 받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관광인프라 및 기업혁신투자 중심 투자활성화 대책’에 따르면, 서울에 3개 면세점 중 2개는 대기업도 참여할 수 있는 일반 경쟁, 나머지 1개는 중소·중견 기업만 참여하는 제한 경쟁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에 따라 서울 시내 면세점을 양분하며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가 추가입찰에서 배제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모든 대기업에 입찰 기회가 열리면서 입찰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 후발주자들 각축전 치열

면세점 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유통 대기업들은 이미 경쟁 태세로 돌입했다.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두고 업체 간 경쟁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현재 서울 시내에는 면세점을 운영하는 업체는 롯데면세점과 신라호텔, 워커힐, 동화다.

이 중 면세점 시장의 ‘빅2’인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는 현재 시장 점유율이 85% 수준으로 신규 운영권을 차지할 경우 독과점 논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후발주자로 나선 신세계와 현대, 갤러리아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신세계는 면세점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어 시내 면세점 진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신세계는 2012년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 면세점을 인수한데 이어 지난해 김해 공항점을 개점해 운영해오고 있다. 최근 밝힌 올해 전체 투자금(3조3500억원)의 상당부분은 면세점 사업 진출을 위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갤러리아의 경우 지난해 6월 개장한 제주공항 면세점에서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해 성공적으로 면세점 사업에 안착했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아직 입찰기간까지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사업 참여 유무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하기 곤란하지만 다각도로 면밀히 검토 중이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제주공항 면세점 사업으로 큰 재미를 본 갤러리아는 현재 서울시내, 인천공항 면세점 건 모두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답했다.

면세점 ‘빅2’ 롯데·호텔신라…시장점유율 85%
신세계·현대·갤러리아 도전장…입찰경쟁 본격화

이런 가운데 건설업체인 현대산업개발도 적극적인 입찰 참여 의사를 밝혔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지난 12일 “현대아이파크몰이 있는 용산은 발전 가능성과 지리적 강점을 갖췄기 때문에 면세점으로서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면서 “약 1000억원을 초기 투자해 아이파크몰의 3~4층 8500㎡ 정도를 면세점으로 꾸밀 계획”이라고 말했다.

면세점 사업 쟁탈전이 뜨거운 것은 요우커의 영향이 크다.

한국을 방문한 요우커는 지난해 600만명을 돌파했으며 2020년엔 15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면세점 시장 규모도 2010년 4조원에서 지난해엔 7조5000억원으로 성장했으며 올해도 두 자릿수 신장을 이어가 9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 제주, 면세점 전쟁 진원지

면세점 전쟁의 포성이 처음 울려퍼진 곳은 제주도다.

이미 서귀포시 중문 관광단지에 롯데 면세점, 연동에는 호텔신라의 신라면세점이 자리 잡고 있다. 일찍이 유통업계의 ‘빅2’가 제주도 면세점 사업을 장악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오는 3월 롯데의 서귀포 제주면세점 계약이 만료돼 새 면세점 운영업자 선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 롯데와 주택 건설 업체인 부영이 사업권 획득을 위해 입찰에 참여한 상태다.

부영은 서귀포여고에 기숙사를 건립해 기증하는 등 면세 사업권 쟁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는 “면세점 특허를 받게 되면, 국내 최대 규모의 중소기업 전문 면세점 매장을 운영해 그 수익을 제주에 환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주의 경우 면세점 사업 입찰에 대기업은 전적으로 배제된다.

롯데와 신라 등 기존 면세점이 모두 대기업에서 운영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제한입찰이 시행된다. 이에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제주관광공사(JTO)가 경쟁 업체로 지목되고 있다.

김한욱 JDC 이사장은 지난 21일 시내면세점 유치에 강한 의지를 밝혔다.

김 이사장은 제주 시내면세점과 관련해 “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라며 “1000억원의 현금이 투자돼야 하고 기존 면세점과 경쟁해야 하고 또 유명 브랜드 유치도 문제”라고 지적하며 JDC가 운영에 적임자임을 은근히 내비쳤다.

김 이사장은 “제주지역에 설립되는 면세점은 도민이익을 위해 공공부문에서 참여해야 한다”며 “면세점을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와 재정적 지원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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